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권장도서나 추천도서를 주로 읽던 학생시절과는 달리 학교라는 곳과 인연이 멀어진 지금,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라는 고민은 내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줄 때가 있다. 부지런히 신문이나 잡지의 서평을 뒤적이고 다양한 인터넷 서점 싸이트를 돌아다녀도 보고 시간이 나면 거대해져버린 서점에 파묻혀 두 시간씩 발품을 팔아도 좋은 책을 선택해서 읽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인지 무심코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서 내가 원하던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인터넷 서점에서 무수한 클릭들을 하는 중간에 장바구니에 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의도적이지 않았던 그 선택이 이번 한 주간 나를 참 행복하게 해 주었다.

그림에 관한 책은 많고, 우리 옛 그림에 관한 책도 꽤나 많다. 보통 그림에 관한 책은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해서 알려줄 뿐이다. 그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래서 이 그림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왜 이렇게 보아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은이의 말처럼 그림을 '읽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아니 이 책 속의 그림들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말한 대로 한 장의 그림이 아닌 훌륭한 우리 조상을 만나뵙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겉으로 흘긋 보았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사연들과 인품들과 그 생활들이 책을 다 읽을 무렵에는 그림 속에 풍성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제 어디선가 세한도를 만난다면 어려울 때 스승의 버팀목이 되어준 든든한 제자와 그 고마움을 잊지 않은 스승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고, 인왕제색도를 보게 되면 그 정갈한 기왓집과 물안개 속 인왕산을 닮은 벗을 향한 겸재 정선의 우정에 가슴이 저며올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 작품은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러므로 이성으로 접근해서 지식으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감상자 개개인의 체험 속에서 만나는 것이다.' 저자의 도움으로 열 한 폭의 소중한 그림들이 나의 체험이 되었음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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