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평점 :
2007년 <남한산성>을 필두로 하여, 신경숙의 <리진>, 김별아 <논개>, 김경욱 <천년의 왕국>,
그리고 바로 황석영의 <남한산성>까지 참으로 쟁쟁한 작가들의 역사물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더랬다.
게다가 베르베르의 <파피용>이나, 온다 키쿠를 비롯한 인기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의 출간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만큼 사야 할 책도 많았고, 책값 또한 만만치 않게 나갔다. 아우~
일단 욕심껏 사긴 샀지만, 정해진 시간, 게으름까지 피우며, 사놓은 책들을 읽을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 또한 숙제처럼 느껴지던 것.
그러다 8월 24일 황석영 작가의 저자 강연회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겸사겸사 처음부분을 몇 장 달랑 읽고, 사인까지 받아놓고 난 뒤,
한 일주일쯤 뒤부터 다시 읽기 시작, 오늘에야 비로소 털어냈다.
바리데기 설화를 모티브를 한 소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청진에서 태어난 주인공 바리는 영혼이나 짐승과도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소녀로 중국을 거쳐 런던으로 밀항한다. 온갖 고생 끝에 파키스탄 청년과 결혼하고 안정기에 접어들자마자 9.11 테러와 아프간 전쟁이 터지고, 남편은 동생을 찾아 전쟁터로 떠난다. 바리의 아이는 돌을 넘길 무렵 친구의 잘못으로 숨지게 되는데…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용서와 구원의 ‘생명수’를 찾아가는 전통설화 속의 '바리'처럼, 소설 속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한반도와 전세계에 닥쳐 있는 절망과 폭력, 전쟁과 테러를 경험할 수 있다. 21세기 이주와 분열을 소재로 전쟁과 국경, 인종과 종교,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넘어 신자유주의 그늘을 파헤치는 동시에, 증오로 갈라지고 상처받은 인류를 위로하고 구원의 길을 모색하는 이번 신작... -예스 24에서 긁어옴
처음 무슨 소설인지 전혀 아무 사전 정보도 없이 첫 장을 펼쳐보았을 때,
1950년대 이전 이야기인 줄 알았다.
가난한 북쪽 사람들의 처절한 삶이 그려지는 것만 가지고...
근데 흑백TV이야기도 나오고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현대의 북한 이야기였던 거다.
무식이 죄라고,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은 채 선입견만으로 책을 훑었던 거였다.
아무튼 그래도 중간에 제정신을 차리고 읽게 되었는데, 영험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바리는
갖은 간난신고를 겪고도 살아남았지만, 그만큼 현세에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을 봐야 했으며
그녀 자신도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며, 살이 에이는 아픔과 슬픔을 겪어야만 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고통을 견뎌야만 하는 이유는 무어란 말인가.
여전히 이념을 운운하면서도 굶주림으로 죽어나가고, 조국을 등지는 북한 사람들,
아프간 전쟁, 911 테러사건 등, 이념과 경제적 실리 관계 때문에 벌어지는 국제 분쟁,
그로 인해 온갖 고문을 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소설 속엔 매우 처절하게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바리는 사람이 이렇게 무덤덤할 수 있을까, 싶게 그것들을 담담하게 말한다.
그래서 더 처절하고 아프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랜 세월 여러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오랜 세월 감옥에서 보내고,
조국을 떠나 세계를 유랑해야 했던 작가만의 경험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게 이 소설 속에 녹아 있어 그렇지 싶기 하지만...
현대물이면서도 현대물 같지 않은, 꽤나 인상적이고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같다.
ps
"마사지"를 "마싸지"로, "샌드위치"를 "쌘드위치" 식으로, 일부러 외래어 표기법을 어겨 사용한 건 알겠는데, 이거 직업병이라 그런지, 쫌 눈에 거슬렸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