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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다 sex - 무라카미 류의 연애와 여성론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난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어디엔가 한동안 기고한 것 같은 에세이를 죄 모아놓고, 작가 네임 밸류에 기대어
판매를 예상하고 한 권의 책을 묶어내는 에세이집을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글이 가치가 없다거나, 소설보다 질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포장만 그럴싸하게 해서 날로 먹으려는 의도의 책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 이건 직업병 때문일 거다.
이 책에 끌렸던 것은, 우선 이 책을 꽤나 좋게 평가한 서평을 읽었기 때문이었고,
그다음으로 꽤나 자극적인 제목과 표지 때문이었다.
새빨간 종이 위에 은박으로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명조로 심플하게 제목을 도드라트린 표지. 판형도 작고, 굉장히 여성 취향적인 디자인이다 싶다.
아무튼, 그런 자극적 제목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편집쟁이로서 갖는 선입견이 작용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별 재미를 못 느꼈다. 이미 먹고사는 데 별 지장없는 유명작가의 다소 여유로운 삶과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묻어나는 그런 책.
나름의 치열함과 연구와 내공이 없지는 않겠으나, 비주류이자 지극히 평범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빈정 상함으로 인한 딴지일 수는 있겠으나, 무슨 상관이랴. 내 취향이 아닌 것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많이 들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사회가, 자신의 꿈과 이상보다는 얼만큼 돈을 많이 버느냐,
그래서 노후에 얼마나 넉넉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냐,에 목매다는 것 같다는...
사는 데 급급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른이 되기 전에 '자신에게는 어떤 재능도 없다'고 포기해버리고서, 그러한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들어간다. 자신에게는 반드시 무엇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자, 라는 의지가 이미 재능의 일부분임에도 그것을 포기해 버린다.
재능이 없다고 억지로 결정하고서 살아가는 것만큼 쉽고 안락하며 지루하고 시시한 것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것을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생활을 풍부하게 하려고 뭔가 취미를 갖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사람이 진화하려는 의지인 것이다.
시종일관, 자신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저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에 불과하다는 생각. 인상깊고 동의하면서도 쉽게 삶에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아니다 싶었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솔직한 생각 또한 인상 깊었다.
아직은 여전히, 남성 우위사회이다 보니,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들은 참 세상살기 힘들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