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상관없는 소설이지만 묘하게도 나는 <알리와 니노>를 읽으면서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가 떠올랐다.
연관성이라고는 1그램도 없는 정말 뜬금없는 연상이지만 말이다.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슬람 문화권의 남자 알리와 유럽 기독교 문화권의 니노의 사랑 이야기로
내게는 몹시 낯선 아제르바이잔을 배경으로 한다.


동양이라고는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이슬람 문화권과
러시아 중심의 유럽 문화가 지리상으로 공유가 가능한 공간이다.


알리는 가정에서 전통적인 이슬람 문화권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러시아 학교를 다니면서 유럽 문화에 대해 매우 포용적이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온 니노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고교 시절부터 시작된 둘의 사랑은 그다지 유난스러울 것은 없다.
둘만의 관계를 놓고 보자면 피 끓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이라는 말로
충분히 정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특별했던 것은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정교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었다는 데에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언어와 문화와 종교가 다른 데에서 오는 차이는
웬만한 사랑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는 정말 특별하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남성 중심 사회인 이슬람권의 남성과의 사랑이라...

IS에 관련한 기사로밖에 접할 수 없는 이슬람권 문화를
이 책에서는 ‘알리’라는 인물과 두 사람의 사랑의 과정을 통해
매우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여성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며
사랑은 남자가 해야 한다고 믿고
그 모든 것이 알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손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야만스럽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세 손가락으로 깨끗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경지를
아름답고 경이롭다고 생각한다.

 

뜬금없이 <허삼관 매혈기>가 떠올랐던 것은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었던 삶의 방식들이
조금은 투박하게 툭툭 던져지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서로 다름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사랑은
삐걱거리면서도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으로 견고해진다.


문제는 시대의 상황.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던 시절.

이들의 사랑에는
개인의 사랑과 시대의 요구 앞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매우 근본적인 질문이 전제하고 있다.

 

전쟁으로 세상에 태어난지 아닌지도 모를 뻔했던 이 소설이
먼지가 켜켜이 쌓인 베를린의 어느 중고 서점에서
작품을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 띄어
전 세계 27개 국어 65개 판본으로 출간되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뭔가 정말 오래되어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는 고무덤의 문이
저절로 열린 마술 같은 느낌이랄까.

 

<알리와 니노>는 사랑 이야기도 사랑 이야기지만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점에서
오래되었지만 참 신선하고 신기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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