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데아 - 대안 학교에서 만난 바람의 아이들
최병화 지음 / 예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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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찡해지는 코끝의 감동으로 책을 덮었다. 거침없이 치닫는 아이들과 이들 곁에서 가슴으로 보살피는 선생님. 그리고 교육현실과 그 대안...

합천의 한 대안학교, 원경고등학교에서 수계월간 학생,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리얼드라마로 촬영(iTV)한 내용을 다시 글로 옮겨 논 책으로 작가의 주관적인 설명이라든가 논조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학교 모습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사춘기 남녀의 미묘한 감정에서부터 폭력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폭동, 자해에 이르기까지 한 대안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일관된 시각으로 적고 있다.

기존의 사회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원경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이미 한 두번씩 '짤려'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로 사회에서 튕겨져 나온 '문제아'. 하지만 외적인 모습과는 달리 마음속 한 구석에 보여지는 그들의 순수함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사회와 가정에서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생님 역시 학생 못지 않은 마음고생으로 자꾸만 밖으로 빠지려는 아이를 바로잡으려 눈물 흘리는 모습이 인상깊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해서도 안되고, 포기할 수도 없는 아이들, 그들에게 적대감이나 무관심이 아닌 따뜻한 가슴으로 대하는 '어머니' 같은 모습에서 진실된 교사상이 느껴진다.

선생님의 아낌없는 관심과 더불어 학생들을 끝까지 지키고, 인도해 주려는 학교의 모습도 아름답다. '문제아'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추방된 아이들이지만 그들마저도 마음 붙이고 다닐 수 있는 믿어주는 학교의 모습이 좋다. 물론 대안교육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특정한 학교와 시설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들의 또다른 시각에서 학교와 교육을 바라보는 모습이 희망적으로 보인다.

교실 이데아... '됐어. 됐어. 이젠 그런 가르침은 됐어-' 이 노랫말처럼 이제는 변해야 한다. 더 이상 선생 혼자 떠드는 교육은 무의미 할 것이다. 우리들 모두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학생들에게 살아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한마디로 사회와 학교, 교사와 학생이 함께 느끼고 생각해봐야 할 진지하면서 감동적인 책...

'철이 없는지라 졸업을 해도 걱정인 아이들. 나는 아주 많이도 포기했었다. 아주 자주. 그러나 그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내가 아니라 나를 그토록 실망시켰던 내 새끼들, 바로 그 바람의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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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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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하지만 오늘 다시 읽기 시작한다. 부분부분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거대한 줄기를 만들면서 하나의 소설이 된다. 그래서 첨엔 좀 이해가 어려웠지만 책을 읽은 후에는 이 모든 게 하나의 문장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줄거리는 알았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는 좀 부족한 느낌... 마치 앙꼬없는 붕어빵을 먹은 느낌. 그래서 좀더 진지하게 느껴보기 위해 다시 읽기로 했다. 좀더 천천히, 마음으로 읽어봐야겠다.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노동, 기업, 사회, 공장, 환경, 가난...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들... 행복동에서 은강시로 이주한(이주당한) 난쟁이 가족과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평소 우리가 '평화롭게' 안주해온 현실에 대해 균형감각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준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안타까운 모습(노동과 착취, 그리고 가난)들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생각의 균형과 조화... 사회에서 소외되어지는 타원체의 테두리. 내부에서 밀려난 죽은 세포가 쌓여 이뤄진 껍질. 하지만 그 테두리가 없다면 이 사회의 구성은 그 받침대를 잃고 모두 흐트러져 버릴 것인데... 껍데기... 감각을 잃어버려 각질화된 테두리를 감추기보다는 내부와 잘 조화시켜 하나의 전체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격체인 한 명의 '난장이'로써 완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포용과 신뢰가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비교적 평온하게 살아온 나에게는 이런 치열함을 몸으로 느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책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70년대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신입생이 들어오면 대학 선배들이 한번쯤 권하는 책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초판이 78년 6월 5일... 70년대 이후 많은 부분에서 발전되었고 개선되었다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불평등한 점이 많은 사회. 우리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한 모습도 한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 사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한번쯤 음미해봄직한 책인 것 같다.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면서 그 시대(70년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천리안과도 같은 책이면서 다시 한번 나 자신과 우리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앞으로, 앞으로!' 만 외치며 달려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들에게 좌, 우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책...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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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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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의 '김훈 에세이'에서처럼 여행기라기보다는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걸 적은 산문집에 가까운 책으로 폭넓은 견문과 해박한 지식, 이를 표현하는 놀라운 글재주가 돋보이는 책이다.

예스럽고 멋스럽고... 자전거에 몸을 싣고 우리 땅 여기저기를 돌며 이야기하는 우리 문화와 자연에 대한 넉넉한 시각이 보기 좋다. 거기다 이런 따뜻한 시선과 함께 실린 사진 역시 책의 멋을 한층 더한 느낌이다. 한 편의 슬라이드 필름을 보는 느낌이랄까... 한컷한컷 담겨진 사진이 스쳐지나가듯 세상과 풍경, 삶의 이야기에 빛을 더한다.

미려한 글 못지 않게 내 머리 속에 기억되는 사진... or 삶 속에서의 한 컷...

하지만 땀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여행'이란 말속에 담겨 있는 땀냄새의 풋풋함이 느껴지질 않아 좀 아쉽게 느껴진다. 자전거 여행에서만이 맛볼 수 있는 '행복한 고통'이 묻어있지 않아 알맹이가 빠져버린 느낌이다. 외부의 삶도 좋지만 자전거와 자신에 얽힌 삶도 좀 더 진솔하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책을 접은 뒤에 찾아오는 공복감... 글에서 만난 '길'을 직접 찾아가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다. 김훈님처럼 '길'을 되짚어 가고픈 충동은 어디서 안내를 받아야 할런지...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에서의 여행 일정과 여행지도 같은 내용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여행 안내서는 아닐지라도 그런 안내 역할까지도 할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뛰엄뛰엄 읽다 중반부턴 내쳐 읽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름다운 책인 듯... 생활 속에 묻혀 점점 잊어버리고 있는 우리 주변의 풍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 떠나고 싶어라... 바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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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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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인터넷상에서 책을 클릭한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이윤기라는 사람에 의해 번역해 놓았다는 걸 보고 나서였다. 어느 신문 서평에서 이윤기의 번역에 대해 극찬을 해 놓고 있길레 호기심 반 궁금함 반 해서 살펴보게 되었다. 역시나 -책을 읽는 도중 느낀 건 조르바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세상살이와 함께- 다른 번역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끄럽고, 걸걸한 번역문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열심히 땀흘려 사과를 수확했다면 이를 잘 씻어 예쁜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놓는 변역가 또한 문학의 한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가치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촉매제...

그리고 또다른 이유가 있다면 역사 속 기인들을 떠올리게 할만큼의 조르바의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행위 때문이었으리라... 최고의 변태들(?)만이 가지는 순수함을 조금은 알고 있었기에... 손가락이 걸리적 거린다꼬 지 손가락을 잘라버리질 않나, 여인들의 음모를 배개 속을 만들어 잠을 자질 않나... 하지만 골때리는 조르바의 행동 속에서는 순수와 자유라는 두 냄새가 난다. 가식적이지 않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믿음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인간... 막돼먹고, 거칠지만 자신의 신념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인간...

책을 가만히 읽다보는 드는 생각... 저자(니코스 카잔차키스)에 대한 호기심... 책의 곳곳에 드러나는 동양의 도가적 분위기와 불교의 사상들... 선문답 형식으로 이뤄지는 조르바와 주인공과의 대화, 그리고 그 질문과 답을 통한 주인공의 깨달음, 어찌 보면 이기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조르바의 거침없는 질주, 그리고 파산상태의 무소유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주인공. 마치 동양인이 쓴 글처럼 불, 도가 사상이 은은히 숨어있는 교양경전!

좀머씨가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라 말하듯 현재 있는 그대로의 삶, 그 곳으로부터의 자유... 허허... 여기가 또 하나의 무위자연이로고...

근데 한가지 여성에 대해서는 좀 무시하는 경향이 느껴진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살던 시대적 상황인진 잘 모르겠지만 책의 곳곳에 나타난 여성에 대한 '동물적' 비하... 조르바 자신의 자유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여성'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건 좀 이기적인 남성중심의 여성관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조르바가 여자들의 자유의지를 가로막는다던가 구속하는 건 아니지만 좀더 여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맘은 부족한 거 같네...

조르바... 그 이름이 실존했었다는 것이 더 흥미롭다. 그렇게 자유롭게, 사자처럼 대범하게 살다간 사람과 그 사람을 만나서 알고 지낸 것만으로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삶은 아름다웠으리라 본다. 조르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한 카잔차키스가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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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 - 문화재 이야기
이광표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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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문화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문화재에 대해 알기 쉽고 흥미롭게 접근한 책.

남대문, 동대문, 반가사유상, 청자, 백자... 책의 분량이라든가 전문성 측면에서 본다면 약간 부실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칫 전문화된 집단의 특수한 학문이 될 수도 있는 문화재에 대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게 설명한다. 새로운 학식이라든가 기술적 접근이라는 차원에서 문화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름만 들으면 어디서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문화재에 대해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교양서라 생각된다.

거기다 문화재 도굴 사건이라든가 짜가 문화재 문제등을 통해 기존의 역사, 문화와 관련 책들과 비교해서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우리문화에 대한 접근을 쉽도록 한다. 비록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던가 하는 학술적 가치야 떨어질 수 있다지만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널리 보급하고 여러 사람이 쉽게 공감하고 다가설 수 있도록 하여 우리 문화를 대중화시키는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 하겠다.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아무리 우수한 문화와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한 두 사람만의 소수집단화 되어 몰두하는 학문이라면 그 가치는 반감되고 말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누리고 공유할 때 그 문화의 가치는 더 발전되고, 보전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날의 전문화되어 가는 사회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이해시키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관심과 친근함을 끌어내는 것이 진짜 역사이며 문화일 것이다.

재밌으면서 기발하고, 단순하면서 쉽게 풀어쓴 우리 문화(재)의 입문서... 단순히 교과서 밑줄과 소설 줄거리만을 암기해 1/4의 확률에 점을 찍었던 우리들과 우리의 학생들, 일반인에게 권하고 싶은 문화 입문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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