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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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기까지의 짧지만 긴 역사 -오체 불만족-

자유로움... 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 나의 부끄러움과 우리사회의 무관심-가식적 효과가 아닌-이 가슴아픈 책... 한 인간, 편견 속에 갇힌 '장애'를 멋들어지게 양지로 끌어올린 사람 '오토다케 히로타다' 그리고 이웃들, 엄마와 아빠, 선생님, 친구들...의 훈훈한 정. 정...

얼마전 TV 에서 본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강연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농구, 축구도 했었는데 처음엔 어색해 보이는 뒤뚱거림이 안쓰럽기까지 보였지만 그건 잠깐의 생각일 뿐 아주 능숙하고, 재미있게 운동하는 모습을 봤었다. '팔이 왜 그렇죠'라는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악수하는 모습에서 나는 놀라움과 동정심도 잠시 뿐 그 특유의 여유와 발랄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내 친구 아무개가 농구를 한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었지만 '저런 장애의 몸으로 어떻게...'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나 역시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편견 속에 갇혀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오토다케의 그 자신감이 날 얼마나 작게 했던지...

나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 책이다. 옛날 가끔씩 가던 재활원이 있었는데, 그 곳은 정신지체아동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던 곳이었다. 첨에 갔을 땐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망막했던 기억들... 내가 도대체 어떤 일을 할 수 있지? 무엇을 봉사해야 될까?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의무감 때문인지 별다른 일도 못 하고 왔던 일이 기억난다.

그러다 하루는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일이 있었는데...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아이들을 기존의 생각으로 목욕시키려니 제대로 될 턱이 있나~ 목욕탕에서의 한바탕 목욕 아닌 전쟁을 치르면서 오히려 '봉사'라는 말보다는 '시원하게 물놀이했다'라고 해야 옭을 만큼 물장난만 신나게 쳤었다.

그러다 문득 보니 '정신지체아동'이니 '봉사' 따위는 생각에도 없어지고 아이들도 내 친구고, 나 역시 그들의 친구가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어떤 의무감이나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인식이 변하니까 점점 더 편하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었던 같다. 그 뒤론 뭔가 해 준다기보다는 같이 논다는 생각으로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이제까지 장애인을 특별하게 여겨온 사람들에게 장애인의 존재를 생활속에서 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습니다.'라 했지만 이제야 겨우 그 '존재'를 다시 찾은 느낌이다. 단지 그들은 약간의 다른 상황에 있는 우리 이웃들인데... 우리들 마음의 턱만 없애면 바로 우리의 친구들인데... 장애인은 특별한 '별나라 종족'이 아닌 그냥 평범한 이웃들일뿐일텐데 나와 우리들은 '장애인'이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우리들이 봉사해야 할 대상으로 가둬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케 된다.

어쩌면 자신과 남을 의식한 이런 가식적인 모습보다는 그들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가장 필요한 것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눈, 우리들의 눈, 사회의 눈이 같은 높이로...

오토다케... 볼수록 멋진 동생이라는 느낌...
같은 하늘아래 숨쉬는 것만으로도 가슴 뿌듯하고 포근한 일...

남과 다른 특성을 가진, 보통 우리 이웃의, 소박하고 대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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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 대안 학교에서 만난 바람의 아이들
최병화 지음 / 예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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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찡해지는 코끝의 감동으로 책을 덮었다. 거침없이 치닫는 아이들과 이들 곁에서 가슴으로 보살피는 선생님. 그리고 교육현실과 그 대안...

합천의 한 대안학교, 원경고등학교에서 수계월간 학생,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리얼드라마로 촬영(iTV)한 내용을 다시 글로 옮겨 논 책으로 작가의 주관적인 설명이라든가 논조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학교 모습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사춘기 남녀의 미묘한 감정에서부터 폭력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폭동, 자해에 이르기까지 한 대안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일관된 시각으로 적고 있다.

기존의 사회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원경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이미 한 두번씩 '짤려'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로 사회에서 튕겨져 나온 '문제아'. 하지만 외적인 모습과는 달리 마음속 한 구석에 보여지는 그들의 순수함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사회와 가정에서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생님 역시 학생 못지 않은 마음고생으로 자꾸만 밖으로 빠지려는 아이를 바로잡으려 눈물 흘리는 모습이 인상깊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해서도 안되고, 포기할 수도 없는 아이들, 그들에게 적대감이나 무관심이 아닌 따뜻한 가슴으로 대하는 '어머니' 같은 모습에서 진실된 교사상이 느껴진다.

선생님의 아낌없는 관심과 더불어 학생들을 끝까지 지키고, 인도해 주려는 학교의 모습도 아름답다. '문제아'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추방된 아이들이지만 그들마저도 마음 붙이고 다닐 수 있는 믿어주는 학교의 모습이 좋다. 물론 대안교육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특정한 학교와 시설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들의 또다른 시각에서 학교와 교육을 바라보는 모습이 희망적으로 보인다.

교실 이데아... '됐어. 됐어. 이젠 그런 가르침은 됐어-' 이 노랫말처럼 이제는 변해야 한다. 더 이상 선생 혼자 떠드는 교육은 무의미 할 것이다. 우리들 모두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학생들에게 살아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한마디로 사회와 학교, 교사와 학생이 함께 느끼고 생각해봐야 할 진지하면서 감동적인 책...

'철이 없는지라 졸업을 해도 걱정인 아이들. 나는 아주 많이도 포기했었다. 아주 자주. 그러나 그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내가 아니라 나를 그토록 실망시켰던 내 새끼들, 바로 그 바람의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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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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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하지만 오늘 다시 읽기 시작한다. 부분부분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거대한 줄기를 만들면서 하나의 소설이 된다. 그래서 첨엔 좀 이해가 어려웠지만 책을 읽은 후에는 이 모든 게 하나의 문장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줄거리는 알았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는 좀 부족한 느낌... 마치 앙꼬없는 붕어빵을 먹은 느낌. 그래서 좀더 진지하게 느껴보기 위해 다시 읽기로 했다. 좀더 천천히, 마음으로 읽어봐야겠다.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노동, 기업, 사회, 공장, 환경, 가난...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들... 행복동에서 은강시로 이주한(이주당한) 난쟁이 가족과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평소 우리가 '평화롭게' 안주해온 현실에 대해 균형감각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준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안타까운 모습(노동과 착취, 그리고 가난)들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생각의 균형과 조화... 사회에서 소외되어지는 타원체의 테두리. 내부에서 밀려난 죽은 세포가 쌓여 이뤄진 껍질. 하지만 그 테두리가 없다면 이 사회의 구성은 그 받침대를 잃고 모두 흐트러져 버릴 것인데... 껍데기... 감각을 잃어버려 각질화된 테두리를 감추기보다는 내부와 잘 조화시켜 하나의 전체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격체인 한 명의 '난장이'로써 완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포용과 신뢰가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비교적 평온하게 살아온 나에게는 이런 치열함을 몸으로 느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책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70년대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신입생이 들어오면 대학 선배들이 한번쯤 권하는 책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초판이 78년 6월 5일... 70년대 이후 많은 부분에서 발전되었고 개선되었다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불평등한 점이 많은 사회. 우리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한 모습도 한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 사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한번쯤 음미해봄직한 책인 것 같다.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면서 그 시대(70년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천리안과도 같은 책이면서 다시 한번 나 자신과 우리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앞으로, 앞으로!' 만 외치며 달려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들에게 좌, 우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책...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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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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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의 '김훈 에세이'에서처럼 여행기라기보다는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걸 적은 산문집에 가까운 책으로 폭넓은 견문과 해박한 지식, 이를 표현하는 놀라운 글재주가 돋보이는 책이다.

예스럽고 멋스럽고... 자전거에 몸을 싣고 우리 땅 여기저기를 돌며 이야기하는 우리 문화와 자연에 대한 넉넉한 시각이 보기 좋다. 거기다 이런 따뜻한 시선과 함께 실린 사진 역시 책의 멋을 한층 더한 느낌이다. 한 편의 슬라이드 필름을 보는 느낌이랄까... 한컷한컷 담겨진 사진이 스쳐지나가듯 세상과 풍경, 삶의 이야기에 빛을 더한다.

미려한 글 못지 않게 내 머리 속에 기억되는 사진... or 삶 속에서의 한 컷...

하지만 땀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여행'이란 말속에 담겨 있는 땀냄새의 풋풋함이 느껴지질 않아 좀 아쉽게 느껴진다. 자전거 여행에서만이 맛볼 수 있는 '행복한 고통'이 묻어있지 않아 알맹이가 빠져버린 느낌이다. 외부의 삶도 좋지만 자전거와 자신에 얽힌 삶도 좀 더 진솔하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책을 접은 뒤에 찾아오는 공복감... 글에서 만난 '길'을 직접 찾아가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이 없다. 김훈님처럼 '길'을 되짚어 가고픈 충동은 어디서 안내를 받아야 할런지...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에서의 여행 일정과 여행지도 같은 내용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여행 안내서는 아닐지라도 그런 안내 역할까지도 할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뛰엄뛰엄 읽다 중반부턴 내쳐 읽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름다운 책인 듯... 생활 속에 묻혀 점점 잊어버리고 있는 우리 주변의 풍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 떠나고 싶어라... 바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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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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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인터넷상에서 책을 클릭한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이윤기라는 사람에 의해 번역해 놓았다는 걸 보고 나서였다. 어느 신문 서평에서 이윤기의 번역에 대해 극찬을 해 놓고 있길레 호기심 반 궁금함 반 해서 살펴보게 되었다. 역시나 -책을 읽는 도중 느낀 건 조르바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세상살이와 함께- 다른 번역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끄럽고, 걸걸한 번역문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열심히 땀흘려 사과를 수확했다면 이를 잘 씻어 예쁜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아놓는 변역가 또한 문학의 한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가치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촉매제...

그리고 또다른 이유가 있다면 역사 속 기인들을 떠올리게 할만큼의 조르바의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행위 때문이었으리라... 최고의 변태들(?)만이 가지는 순수함을 조금은 알고 있었기에... 손가락이 걸리적 거린다꼬 지 손가락을 잘라버리질 않나, 여인들의 음모를 배개 속을 만들어 잠을 자질 않나... 하지만 골때리는 조르바의 행동 속에서는 순수와 자유라는 두 냄새가 난다. 가식적이지 않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믿음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인간... 막돼먹고, 거칠지만 자신의 신념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인간...

책을 가만히 읽다보는 드는 생각... 저자(니코스 카잔차키스)에 대한 호기심... 책의 곳곳에 드러나는 동양의 도가적 분위기와 불교의 사상들... 선문답 형식으로 이뤄지는 조르바와 주인공과의 대화, 그리고 그 질문과 답을 통한 주인공의 깨달음, 어찌 보면 이기적으로 비칠 수도 있는 조르바의 거침없는 질주, 그리고 파산상태의 무소유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주인공. 마치 동양인이 쓴 글처럼 불, 도가 사상이 은은히 숨어있는 교양경전!

좀머씨가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라 말하듯 현재 있는 그대로의 삶, 그 곳으로부터의 자유... 허허... 여기가 또 하나의 무위자연이로고...

근데 한가지 여성에 대해서는 좀 무시하는 경향이 느껴진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살던 시대적 상황인진 잘 모르겠지만 책의 곳곳에 나타난 여성에 대한 '동물적' 비하... 조르바 자신의 자유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여성'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건 좀 이기적인 남성중심의 여성관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조르바가 여자들의 자유의지를 가로막는다던가 구속하는 건 아니지만 좀더 여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맘은 부족한 거 같네...

조르바... 그 이름이 실존했었다는 것이 더 흥미롭다. 그렇게 자유롭게, 사자처럼 대범하게 살다간 사람과 그 사람을 만나서 알고 지낸 것만으로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삶은 아름다웠으리라 본다. 조르바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한 카잔차키스가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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