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7
페데리코 안다아시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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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소설보다는 고전 중심으로 책을 보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책들은 재밌기는 하지만 반짝하고 지나가버리는 유행처럼 허무한 감도 있어 조금은 오래 남을만한, 여기저기서 꼭 읽어봐야 한다는 고전을 많이 보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민음사나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의 책들도 유심히 살펴보는데 그 때 눈에 띈 책이 바로 안다아시의 <해부학자>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의학이나 인체에 대한 미스터리 소설처럼 보였으나 소개글을 보니 조금은 다른 분야였다. 뭐랄까... 은밀하면서도 기발하고, 신비로우면서도 야할 것 같은! 그래서 고전이라면 갖게 되는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식상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여성의 신체 부위 중 가장 은밀한, 음모에 가려진 성기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자극적인 성감대인, 음핵(클리토리스)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인데, 성에 대해 개방적이었다고는 볼 수 없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여튼 이런 은밀하고도 기발한, 신비로우면서도 야사시~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믿음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목적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기대에 못 미쳤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실존했던 해부학자인 마테오 콜롬보는 그의 저서(<해부학에 관해>)를 통해 클리토리스에 대해 적으면서 이를 '비너스의 사랑'이라 이름 붙였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안다아시(저자)는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이 책이 썼다고 한다.

  소설이지만 이런 역사적 펙트까지 더해졌기에 좀 더 치밀하고 사실적일 거라 기대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비교적 근래(1977년)에 쓰인 소설이었지만 등장인물이 단편적이고 동기나 목적이 모호했다.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사건 전개가 너무 빨랐다. 좀더 긴 호흡으로 여성의 마음을, 육체를, 성감대를 기술하고 묘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성급하게 시작했다가 허무하게 끝나버린 첫 섹스의 허무함처럼, 자극적은 부분 이외에는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파트라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향기 하나로 이만큼의 매혹적인 글을 섰는데, 하물며 이런 어마어마한 소재(?)로 이정도 밖에 안 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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