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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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태어난 벤자민 프랭클린.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은 오히려 젊어진다. 십대가 되었을 때 아버지의 동생으로 오해받기도 했고 이십대가 되면서 오히려 아버지보다 젊어져 버렸다. 급기아 삼십대에는 자신이 낳은 아들과 비슷한 연령대로 비쳐지기도 했다.
  벤자민은 사업가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영웅이 되었고 젊은 여자들로부터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등 생에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도 잠시, 나이가 들면서 초등학생 수준의 모습으로 어려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손자와 함께 유치원에 다녀야 할 정도가 되었다. 급기야 누구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갓난아기 모습으로 늙어(?) 최후를 맞이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유명한 피츠 제럴드가 쓴, 조금 황당한 이 단편은 몇 해 전에 브레드피트가 주연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상영되기도 했었다. 당시 많은 광고를 통해 독특한 소재란 것은 알았지만 극장에서 직접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내용이 더 궁금하던 차였는데 최근에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구매하면서 증정판을 제작된 이 단편을 받아보면서 그 원본을 접하게 되었다.


  독특한 설정에 비해 평이하게 흘러간다. 한 늙은 아이가 어린 늙은이로 변해가는 삶을 차분한 시선으로 그렸는데 이는 질곡 많은 인간들의 인생사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지 싶다. 그래서인지 벤자민의 역전된 삶의 궤적을 통해 우리의 평이한, 아니 험난한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년기의 우정이나 설렜던 연애 감정, 그리고 결코 낭만적일 수만은 없는 결혼 생활과 가족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도 그 당시만 지나고 나면 한순간의 찰나인 것처럼, 우리의 삶도 한편의 코미디 드라마처럼 순식간이지 않았던가. 그 짧았던 희로애락이 바로 인생이었건만, 뭐가 그리도 안타깝고 두려웠던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는 결국 ‘시간’이라는 연출가 앞에서 극을 펼치는 단막극 배우가 아니었던가.
  피츠 제럴드는 길~지만 짧은,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인생을 나이나 체면, 겉으로 드러난 형식에서 벗어나 매 순간을 진지하게 살라고 조언해 주는 것 같다. 네가 낑낑거리며 흰 머리카락을 뽑고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시간은 흘러가고 있으니 아예 좀 더 가치 있는 찾아보라는 일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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