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 사이 우리들사이 시리즈 3
하임 기너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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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오늘도 방황을 한다.
  우리 반 A군. 오늘은 아예 결석이다. 머리를 정리해 오라며 며칠째 타이르고 협박한 끝에 어제는 오후 2시가 지나서야 학교에 올라온 녀석. 몸이 아파 병원에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병원을 다녀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물론 정리되지 못한 머리는 어느 정도 깎아왔지만 생활지도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길어 보였다. 그래서 약간의 핀잔과 함께 다시 두발을 정리할 것을 다짐받고 교실로 올려 보냈더니 그냥 집으로 도망가 버렸다. 오늘도 결석이니 내리 이틀을 결석한 샘이다. 학기 초부터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되는데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하지만 A군의 어머니와 어제와 오늘의 일에 대해 통화하는 과정에서 A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아마 며칠 전에 있었던 나와의 첫 면담에서 "A, 너 효자구나~"라는 칭찬이 제법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새 학기에 대한 기대감에 큰마음 먹고 머리도 정리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려 다짐했지만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하던 야간 아르바이트에서 엉덩이를 다치는 바람에 어제는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 병원에 갔다가 등교하겠다는 나와의 통화 이후 치료를 마치고 학교에 왔지만 담임선생님은 학교에 늦게 온 것과 더불어 모처럼 정리한 머리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새 담임은 날 싫어하는 것 같아..." 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도 학교에 가기 싫었다는 것이다.

  어제 학교에 왔을 때 좀 더 따뜻한 말로 A를 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머리카락도 정리했고,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왔는데 첫마디부터 듣기 싫은 소리를 했으니 A의 상심도 이해가 된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생들과 좀더 많은 시간을 이야기하고 학생의 감정에 귀 기울이자는 다짐이 무색할 따름이다. 그동안 읽었던 교육학, 심리학책들이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순간이었다. 조금 더 차분하게 그의 상황과 말을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나 역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을 상대해야하는 교사, 특히 담임의 입장에서 학기 초만큼 중요한 시간은 없다. 부드럽게만 학생을 어루만져주다가는 학생들의 생활이 엉망이 되기 쉽고, 엄하게 몰아붙이기에는 교실이 너무 삭막해지기 쉽다. 학생 편에 서게 되면 이런저런 핑계로 학교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학생들이 속출하게 되고 규율과 질서를 통해 몰아붙이게 되면 교육의 가장 큰 의미인 '인성'을 놓치기 십상이다. 아직 나의 배움이 부족해 이 두 가지를 잘 조화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어쨌든 학기 초에는 이런 복잡한 심정으로 머리가 뒤죽박죽되기도 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는 교육학에서는 꾀 유명한 책으로 출판 된지도 상당히 오래된 고전이다. 그래서 지금의 급변하는 교육현실과 상이한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시선에 맞추어 교육을 하라는 명제만큼은 여전히 유효했다. 특히 책 초반부의 상황별로 정리된 사례는 교육 현장에서 바로 적용될수 있을 정도로 유용했다. 
  작심삼일이 되어버린 나의 다짐을 이번 기회를 통해 가다듬어본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학생들과 마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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