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고 책방에서 왠지 모를 강한 인상으로 유심히 살폈던 책(예수나 락가수를 연상하게 하는 책표지의 그 얼굴 때문이었지만).
같이 자취방에서 뒹굴던 친구가 어느 날부턴가 술에 취할 때마다 '게바라, 게바라, 체 게바라'라 중얼거리며 나에게 읽기를 강조했던 바로 그 책.
쿠바 혁명 어쩌고저쩌고... 그땐 단순히 한 혁명가의 일대기를 적은 글이라는 짐작은 했었다. 읽으면 뭔가 '찐~한'것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은 있었지만 그 두께와 '혁명'이라는 말에서 전해지는 무게감으로 읽기를 미뤄왔던 책.
80년대 같았으면 '공산당'이라는 말과 함께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을 시뻘건 책.
그 책을 읽는다. 체 게바라를 만난다.

책을 통해 느껴지는 체의 모습이란(그의 인생역정과는 별개로) 성인의 모습과도 같은 순수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여지는 인간애와 함께 어떠한 사심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봉사'라는 말로 포장되는 그 어떤 '가식'들 보다 진지하게 다가온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그의 매력...

체는 삶과 죽음이 언제, 어떻게 교차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항상 책을 곁에 두고 있었다. '군바리' 차원을 넘어 '혁명가'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수 있었던 것도, '사상'이라는 허울에 놀아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으로 '이념'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이런 모습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혁명의 성공을 통해 보장된 평탄한 삶을 버리고 다시 투쟁이라는 불길 속으로 뛰어든 체. 언제 일어나고, 언제 물러나야 할지를 알고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 용기와 자신감이 인상깊다.

그리고... 체의 숭고한 정신 앞에 떠오르는 나의 불순한 생각들...
혁명과 전쟁, 게릴라 전투. 민중을 위하고, 혁명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서로서로 총을 겨누고 목숨을 '날려버리는' 모습들(이 책에선 그리 상세히 표현되지는 않지만)이 섬뜩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세상, 책, 체...

또한, 투쟁, 독재와 혁명, 게릴라, 마르크스와 사회주의 등 이런 '좌익류(?)'을 만날 때의 느낌이란... 항상 사회를 너무 극단적인 '투쟁의 장'으로만 본다는 것... 돈이란 언제나 인간을 구속하고, 노예화시키기 위한 자본가들의 도구이며, 썩어문드러진 정치인은 오로지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채우는 이익집단.
물론 이해할 수 있고, 납득도 가지만... 현실을 무시한 이상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그 이상만큼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기는 신의 세상이 아니고 '사랑과 섹스'가 혼재하는 인간의 세상, 이런 '인간적 모순'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극단적 이상향만 추고하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
어쩌면 이념에 의한 이상향의 건설이 아닌 인간의 모순과 양면성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씩 바꾸어나갈 수 있는 '노력', 그 노력하는 과정이 '이상향'은 아닐까...

책표지(붉은색의 양장본)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책이다.
나 개인적으로 전쟁에 관련된, 어떤 영웅적(?)인 행위 건간에 그리 달갑게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전쟁이나 무장투쟁 등의 섬짓한 말을 저쳐두고라도 한 인간이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모든 정렬을 기울이는 모습은 정말이지 시대가 변하여도 변치 않는 불멸의 아름다움이리라.
읽으면 읽을수록 체의 그 인상깊은 사진(표지사진), 약간은 공허한 듯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바로 그 사진이 '자유와 용기'라는 이름으로 머리 속에 음각되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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