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심재관 옮김 / 엔북(nbook)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고등학교 때 봤던 <타임머신>(1960) 영화가 생각난다. 타임머신에 앉은 주인공이 상아로 만들어진 레버를 밀자 빠르게 재생시킨 영화처럼 주변의 풍광이 변해갔다. 거듭된 발전과 전쟁의 소용돌이를 지나 머나먼 미래에 도착한다...

누구나 시간여행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쉬웠던 과거로 돌아가 그 일을 바로 잡는다던지 미래의 배우자, 가족관계, 직장의 유무, 금전적인 상황과 같은 불확실한 내일을 확인하고 싶다는 꿈! 말이다.
그 꿈에 관한 고전소설, <타임머신>(1895)을 읽었다. 물론 시간여행에 대한 최초의 글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런 생소한 소재를 통해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은 것은 최초이지 싶다. 영화 <타임머신>(1960)을 비롯하여 <터미네이터>(1984), <백투더퓨처>(1985>, <블레이드러너>(1993), <마이너리티 리포트>(2003), <나비효과>(2004) 등 이 책을 모티브로 기획되고 제작된 수많은 SF영화만 보더라도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은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화자인 ‘시간여행자’를 통해 머나먼 미래사회의 모습과 자신의 모험담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래에 대한 정황이 화자의 상상과 추론에 의해 전개되기에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책이 쓰인 ·것이 1895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리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지 싶다.

서기 80만 2701년(미래사회라고 하기에는 오늘날과의 시간차이가 너무 나기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을 여행한 주인공은 미래사회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고 전해준다.
“어떻게 인류가 이렇게 두 종류로 분화되었는지 궁리해 보았다. 내 이론이 어떤 것인지는 다른 사람들도 추측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것이 진실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곧 깨닫게 된다.
우리 시대의 문제점들로부터 짐작해 보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즉, 현재의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사이의 일시적이며 사회적인 차이가 차츰 확대된 끝에 여기에 이렀다고 보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는 급속하게 발전하게 되고 그 결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중되었다. 결국 경제적 소외자(노동자, 무산자 계급)들은 햇빛조차 들지 않는 지하에 남게되어 몰록 족으로 퇴락했고 사회, 경제의 실권을 쥐고 있는 소수의 지배층(자본가, 유산가 계급)은 쾌적한 환경의 지상에서 엘로이 족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몰록은 빈곤과 어둠에 익숙한 들짐승 같은 모습으로 변했고, 안락과 풍족 속에 생활하는 엘로이 족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게 되었다.

산업혁명으로 기계소리가 멈추지 않았던(H.G. 웰즈가 살았던) 19세기 말의 영국이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 80만년 뒤의 모습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산업화로 경제는 발전하지만 그 구성원들은 점점 소외되고 물질화 되어 갔다.
심화되는 양극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저자의 생각은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자본주의의 붕괴과정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생겨난 자본가와 노동자. 자본가의 착취가 심해지고 결국에는 노동자들의 혁명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무너지고 모두가 함께 일하고 먹는 공산사회가 탄생한다는 내용과 그 출발점은 상당히 흡사해 보인다.
그렇다고 웰즈가 몰록 족으로 대변되는 무산자계급을 옹호한다거나 하는 인상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몰록을 혐오스럽고 흉측한 존재로 그려놓아 노동자 계급을 조롱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역설을 위한 소설적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섰으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웰즈는 양극화, 물질화 되어가는 우리의 현실을 <타임머신>을 통해 비판하고 풍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 사회도 이 상태로 계속 갔다가는 몰록과 엘로이 족처럼 완전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두 종족(?)으로 양극화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회가 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신, 노력을 투자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이렇게 축적한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해 도시의 어두운 면을 개선시키는데 기여할 때 가능하지 싶다. 무엇보다 돈과 물질보다 ‘인간’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싶다.

끝으로 책의 에필로그에 적힌 미래에 대한 글을 옮겨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미래는 여전히 공란으로 남겨진 미지의 세계다. 미래는 시간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에는 모두 담길 수 없을 만큼 광대한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

결국, 미래를 향해가는 열쇠는 바로 ‘지금’에 있는 것이 아닐까!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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