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양장)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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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삼경(四書三經)의 첫 번째 책으로 꼽히는 <논어(論語)>는 동양 고전을 대표하는 책이다. 대략 20편으로 구성된 <논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 위정자들 사이의 대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학문과 정치, 교육, 자기 수양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논어>는 현대에 이르기까지도 시대를 관통하는 삶의 지혜와 철학을 얘기하는 구절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논어>를 책으로 제대로 접한 것은 대학 때였다. <경서(經書)>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인 한문 원전이었는데, 이 책 한 권에 논어, 맹자, 대학, 중용사서가 담겨 있었다. 원전 강독을 하며 극히 일부만 읽었을 뿐이지만, 일상에서도 상용구처럼 많이 쓰던 말을 원전을 통해 직접 접하니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논어>의 내용을 자주 접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완독할 기회는 없었던 듯하다.

 

   

이번에 읽게 된 <논어>는 홍익출판사의 동양 고전 슬기바다 총서 시리즈’ 1권으로 동양 고전 해석서를 찾는 이들에게는 표지만으로도 이미 익숙한 홍익출판사의 신간이다. 이번 책은 특히 2021년 뉴에디션 특별소장본으로 새로 출간되었기에 이참에 <논어>를 완독해보자 싶어 읽게 되었다. 새해도 되었고, 마침 필사의 맛도 알아가는 요즘이라, 차근차근 읽어가며 필사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논어>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라는 구절로 유명한 학이(學而)’편을 시작으로 위정(爲政), 팔일(八佾), 이인(里仁) 등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각 구절마다 한글 번역문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음독(音讀)이 병기된 한문 원문을 실었으며, 말미에는 문법이나 어조사, 주요 한자의 해석 등을 첨부하여 이해를 도왔다. 또 각주에는 본문 중에 등장한 인물이나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해석만큼 구성도 깔끔해서 원래의 내용에 집중하기에 좋았다.

    

옛 성현의 철학이 담긴 고전을 짧은 시간에 읽고, 다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고전은 한 번 읽고 마는 얕은 글이 아니라, 차를 우려내듯 두고두고 읽으며 마음에 새기는 글이기도 하다. 책을 받고서 틈틈이 필사를 하며 읽으니 눈으로 한 번 읽고, 손으로 새기듯 다시 읽게 되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빨리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천천히, 그야말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한 번 더 챙기기 위해 가까이에 두고, 천천히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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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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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는 옳다 - 프로문구러의 아날로그 수집 라이프
정윤희 지음 / 오후의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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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사진 찍는 일을 하다 보니 꼭 필요한 것만 둔다고 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맥시멀리즘이 된다. 그래서 요즘은 최대한 미니멀리즘으로 지내보려 노력 중이다. 그런 생각 때문일까? 마치 이솝 우화 속 여우의 신 포도처럼 관심 없는 척, 좋아하지 않는 척 외면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문구에 대한 욕심이다. 예쁜 문구, 마음에 쏙 드는 문구를 보면 여지없이 빠져들지만, 이게 또 빠져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문구홀릭(-holic)’임을 스스로 알기에 그 마음을 꼭꼭 덮어두고 지내는 중이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고 나니 꼭꼭 눌러두었던 마음이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고 말았다. <문구는 옳다>는 제목도 그렇고, ‘프로문구러라고 하는 저자의 아날로그 취향도 그렇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만년필, 연필, 노트 등 각양각색의 문구도 그렇고, 모두 여우의 신 포도처럼 외면하고 있던 내 취향이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은 내게 더 다양하고, 더 넓은 문구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미니멀리즘으로 살려고 해도 지금도 책상과 책꽂이 주변에는 파버카스텔과 라미의 만년필, 잉크병, 스테들러 연필과 로트링펜, 몰스킨 수첩과 여러 가지 노트, 각양각색의 클립과 스테이플러, 한정판 책갈피에 갖가지 형태의 포스트잇과 전각으로 새겨진 장서인 등 작고 소소한 문구들이 가득하다. 거기다가 언제 쓸지도 모르면서 괜히 아까워서 모으고 있는 틴 케이스까지.

 

문구 늘리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다 보니 갖고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호시탐탐 마음에 드는 만년필에 눈독을 들이거나 혹은 어쩌다가 필기감 좋은 노트나 펜을 얻게 되면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내가 아는 문구의 세계는 빙산의 일각이었지 싶다. 몽블랑이나 파커 만년필이나 몰스킨 노트을 비롯해 대추나무 도장, 문진 등 내가 아는 문구들도 있었지만, ‘어머, 이런 것도 있네?’하며 있는지조차 몰랐던 문구들이 훨씬 많았다. 중력을 뛰어넘는 우주 최강 펜이라는 피셔 스페이스 펜’, 한 번쯤 써보고 싶은 3M 포스트잇 블랙과 펠리컨 듀오 하이라이터 형광 만년필 그리고 형태도 다양한 커터칼까지.

 

글과 사진을 함께 하는 저자는 주제를 강조하는 깔끔한 사진과 박학한 글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문구 하나하나마다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마음껏 풀어내고, ‘문구하나만으로 이렇게 책 한 권을 엮어내는 것을 보면 역시 일반적인 문구덕후가 아닌 말 그대로 프로문구러임을 알 수 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름만으로도 향기로운 슈타이들의 북퍼퓸 Book perfume’ 이었다. 출판 장인으로서 슈타이들의 자자한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슈타이들에서 북퍼퓸이 생산되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오래된 책 냄새를 좋아하는 터라 대학 다닐 때도 낡은 책들만 모아놓은 서고에 가서 책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는데, 북퍼퓸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그때의 책 냄새와 추억이 동시에 몰려왔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문구나 아날로그적 사고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공감이 간다. 그중에서 특히 공감이 갔던 문장은 난을 치듯 잉크를 치다라는 표현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만년필의 캡을 분리하고, 마르거나 굳은 잉크를 씻어내고, 컨버터와 닙을 세척하고, 다시 말려서 잉크를 채워 넣고 하는 일련의 행위는 머릿속을 단순하게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마음을 다잡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게 뭐라고하며 문구에 대한 관심을 하찮은 것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고 소소한 것들이 주는 만족감과 위로, 때로는 불편하면서도 투박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드는 문구를 만났을 때의 흐뭇한 미소를 이해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 역시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역시문구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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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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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인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봉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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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래식의 책을 받으면 늘 기분이 좋다. 세계문학의 고전을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기 좋은 페이퍼백으로 만나는 것도 반갑고, 그 전에 펭귄 클래식 특유의 예쁜 표지디자인에 눈이 즐겁다. 펭귄클래식의 마카롱에디션 일부를 갖고 있는데, 아직 전부 다 읽지는 못했음에도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보면 마카롱처럼 산뜻한 색이 눈에 들어와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마카롱에디션이 아닌 레드에디션인데, 대부분 초판 출판 당시부터 문제작으로 여겨지며 뜨거운 논쟁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출간된 레드에디션은 인간의 욕망과 사랑의 미혹을 다루고 있으며, G.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외에 D.H.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 기 드 모파상의 <어떤 정염>, 윌리엄 버로스의 <퀴어>,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모피를 입은 비너스> 등 대부분 제목만으로도 이미 유명한 작품들이다. 앞의 두 작품은 영화로도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은 예전에 북회귀선이라는 연극으로 상연되며 한동안 이슈가 되기도 했다.

 

 

보바리 부인을 읽게 된 것은 세계문학의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그 유명세에 비해 작품으로 온전히 읽은 적은 없기 때문이었다(그런 작품이 한둘이 아니지마는). 특히 일물일어설(一物一語設)을 주장한 동시에 사실주의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플로베르의 문체를 직접 읽어보고 싶었다. 플로베르는 표면적으로는 객관적 문체를 추구하면서도, ‘보바리 부인은 나였다고 할 만큼 내면적으로는 꿈 많고, 무엇엔가 천착하기를 좋아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엠마는 의사인 남편 샤를과 평범한 가정을 꾸려가지만, 이내 단조롭고 따분한 일상의 권태를 견뎌내지 못하고 야심없는 남편에 대해 점점 짜증이 쌓여간다. 이후 남편과 달리 적극적인 레옹, 바람둥이 로돌프 등과 불륜을 이어간다. 가정과 육아는 점점 소홀히 한 채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채우는 데만 급급하던 엠마는 사치와 향락을 위해 뢰뢰에게 계속 빚을 지게 되고, 불륜 상대에게는 버림받으며, 결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영화는 대체로 불륜, 쾌락, 에로티시즘에 중점이 맞춰진 반면, 소설은 인물의 심리와 내면 묘사에 더 집중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엠마나 로돌프 등 등장인물의 심리를 작가가 전지적 시점으로 설명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행동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오히려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플로베르가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작품을 읽는 동안 엉뚱하게도 오래전에 읽었던 김동인의 단편 <감자>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감자>에서 주인공 복녀는 늙은 남편과 사는 수줍고 순진한 여인이었으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그의 성격은 이만큼까지 진보되었다할 만큼 큰 성격의 변화를 보인다. ‘보바리 부인과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인간의 내면과 욕망, 결말의 비극과 주변 인물들의 대응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하며 읽어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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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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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허밍버드 클래식 M 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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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라고 하면 <올리버 트위스트><크리스마스 캐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두 도시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유명한 작품임에도 제목만 아는 소설들이 꽤 있는데, 때로는 이처럼 듣고도 잊었거나 혹은 제목을 무심코 흘려 듣는 경우도 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바탕으로 한 작품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빅톨 위고의 <레 미제라블>로 소설 원작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두 도시 이야기> 역시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나, 영화보다 뮤지컬 공연으로 더 활발하게 무대에 올려지는 듯하다. 이 작품은 디킨스가 토머스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에서 영향을 받아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한 시대에 런던과 파리라는 두 도시를 오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혼란과 격동의 시대, 그 시대를 사는 인물들의 절박함과 시대상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책은 686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소설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첫 몇 페이지는 얼른 몰입이 되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지만, 계속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금세 책 내용에 빠져들었다. 첫날 어느 정도 읽고서는 다음날 밤에 뒤이어서 조금만 읽고 자야겠다 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밤을 새워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책을 읽느라 밤을 새운 것도 오랜만이지만, 밤을 새운다는 생각 없이 그저 작품에 빠져들다 보니 그렇게 된 모양이다.

 

귀족 사회에 염증을 느껴 자신의 특권을 모두 버리고 런던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찰스 다네이, 그와 꼭 닮은 외모를 지닌 영국 변호사 시드니 칼튼, 그가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여인이자 찰스의 아내인 루시, 바스티유 감옥에 18년 동안 수감되었다가 딸 루시와 재회하게 된 의사 마네트. 그들을 보호하고 물심양면 지원하는 은행 직원 로리와 유모인 프로스 양, 한때 마네트 박사의 하인이자 파리 외곽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드파르쥬 부부 등.

이들은 프랑스 귀족사회의 횡포와 핍박받는 서민 대중들의 가난과 고통으로 혁명의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 도시에서 얽히고설킨 운명적 만남에 처한다. 때로는 절체절명한 상태의 영국 법정에서, 때로는 위태롭기까지 한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들의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태로 운명을 헤쳐나간다.

    

책을 읽다 보면,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자연스레 빅톨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떠올리게 된다. 줄거리나 등장인물 등에 대한 이야기와는 별개로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사건만 놓고 본다면, 두 작품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레 미제라블>이 프랑스 혁명에 참여한 마리우스와 주변 인물들의 희생, 혁명의 숭고함과 정당성에 더 중점이 맞춰져 있다면, <두 도시 이야기>는 귀족의 횡포와 핍박받는 서민의 울분과 처절함, 그에 따른 혁명의 발발 등은 있는 그대로 다루되,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점차 개인의 복수와 집단 광기로 얼룩져가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폐해 등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지만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의 신기원이 도래함과 동시에 불신의 신기원이 열렸다. 빛의 계절이면서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지만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은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난 후에 더욱 깊이 와닿는다. 고전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읽히는 것은 그 내용이 당대뿐 아니라 그 이후 시대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찰스 디킨스가 이 작품을 두고 내가 썼던 작품 중 최고의 이야기라고 했다는데, 과연 그럴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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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미셸 딘 지음, 김승욱 옮김 / 마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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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불친절한 책이다. 글 하나만으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낸 유명한 작가들을 다룬 책인데 작가의 성만으로는 언뜻 그의 full name과 작품이 떠오르지 않는다. 보통은 헤세, 오웰, 헤밍웨이, 벤야민, 샐린저 등 성만 들어도 작가의 풀네임과 작품이 거의 동시에 떠올려지는데 말이다. 기껏해야 떠올릴 수 있는 작가는 한나 아렌트와 수잔 손택 정도? 목차에는 작가 이름이 나와 있겠거니 하고 목차를 봤는데, 또 한 번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다. 목차에도 역시 작가의 성만 나와 있을 뿐 그가 누구인지, 무슨 작품을 썼는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참 난감하다.

   

 

난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도 궁금해진 이 책을 받아보니, 표지에는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하게까지 보이는 깐깐한 여인이 독자를 응시하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표지와 목차에서부터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그 불편함은 글로 세상을 호령한책 속의 그녀들이 살아온 세계가 가졌던 불편함이기도 하다. 남성 작가의 경우, 성만으로도 통용이 되지만 여성에게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불편함 말이다. 같은 직업임에도 굳이 여류 작가, 여류 화가, 여교사, 여교수, 여사장 하는 식의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최근에 와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첫 장을 펴는데 “‘넌 너무 머리가 좋아서 탈이야.’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알게 모르게 이런 말을 들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울컥하면서 확 와닿는 말이다. 아마도 이 책에서 다뤄진 작가들 역시 그런 편견 아닌 편견 속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간 사람들일 것이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인 미셸 딘이 오로지 자신의 글과 지성으로 20세기 문화의 중심지 뉴욕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간 작가 12명에 대해 쓴 책이다. 책에 다뤄진 작가 모두의 공통점은 여성이라는 점이지만, 그것은 단지 성별일 뿐 이 책은 오로지 작가와 글에 대한 부분에만 주목한다. , 잊을 수 없는 글을 쓰는 재주를 지닌 작가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이 책에서 다뤄진 작가들은 흔히들 떠올릴 수 있는 손택, 아렌트 외에도 파커, 웨스트, 매카시, 케일, 디디언, 애프런, 애들러, 맬컴 등이다. 시인으로, 작가로, 칼럼니스트나 영화 비평가로, 그들 각자는 자신의 영역에서 오로지 글로써 승부한 작가들이다.

 

이 책은 이제 핀 조명을 끄고 무대 전체의 조명을 켜는것으로 앞서 말한 작가들을 우리 앞에 등장시킨다. 12명의 작가에 대한 글 속에는 우리가 여전히 성만 들어도 아는 학자와 작가들이 다수 등장한다. 모두 이 책의 주인공들과 동시대에 직간접적으로 교류하고, 사유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지성을 각자의 글로 표현했던 사람들이다. 그만큼 글과 지성으로는 대등하거나 혹은 더 우월한 작가들이었으나 이제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은, 핀 조명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았던 탓이다.

    

저자는 12명의 작가에 대해 감탄하거나 열광하며 띄워주거나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자료와 전기에 남아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듯이 객관적인 말투로 서술할 뿐이다. 말 그대로 또 다른 핀 조명을 켜는 것이 아니라 무대 전체의 조명을 밝힐 뿐이다. 그런 저자의 서술은 그래서 침착하고 객관적으로 읽힌다.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중요한 작품을 남겼기에이들을 다룬다는 저자의 의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만약 저자가 책 속의 작가들을 여성 작가로서 다뤘다거나, 단점까지도 감싸고 덮어주는 팬심(?) 같은 시각에서 글을 썼다면, 이 책은 실패했을 것이다. 있는 자료와 팩트를 바탕으로 공과를 모두 서술해서 그 작가에 대해 더 잘 알게 하는 것이 그 인물을 더 제대로 알리고 널리 사랑받게 하는 지름길임을 저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제대로 평가된 작가여야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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