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쓸모 - 개츠비에서 히스클리프까지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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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동서고금과 시대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다뤄지는 소재이자 주제다. 유사 이래 사랑을 주제로 한 문학과 예술 작품은 숱하게 많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질리거나 식상해하지 않고 여전히 사랑에 대한 작품들을 향유하고 있다. 이는 사랑이란 결국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이 바뀌고, 시대 배경은 달라질지라도 사랑은 결국 우리 삶의 한 부분이자 때로는 자기 자신의 투영이기도 하다.

 

<사랑의 쓸모>는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여러가지 모습의 사랑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위대한 개츠비>, <마담 보바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폭풍의 언덕>, <부활> 17편의 명작 속에 나타난 다양한 모습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문학은 혼자 읽고 생각해서 각자의 답을 찾아간다는 말에 기대어 17편의 명작으로 사랑에 대한 나름의 답과 질문을 기록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10대에 읽었던, 혹은 20대에 읽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작품들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같은 작품임에도 그때 읽었던 감정과 지금 받아들이는 느낌은 차이가 있다. 작품의 내용은 바뀐 게 없는데 그동안 내 자신이 지내온 삶의 경험이 작품을 대하는 느낌과 이해도의 차이를 가져왔을 것이다. 시몽과 로제 사이에서 흔들리는 시몽, 지난 사랑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개츠비, 결혼은 했지만 제대로 된 사랑은 아니었던 보바리 부인의 사랑, 결혼과 불륜 사이에서 도덕과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 등...

 

책은 끌림과 유혹‘, ’질투와 집착‘, ’오해와 섹스‘, ’결혼과 불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사랑이란 이름의 또 다른 모습들이다. 두 가지씩 짝지어진 이 단어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이지만, 사랑은 때로는 잔인하게도 집착이라던가 불륜 같은 원치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사랑이라고 포장할지 몰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이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그래서 사랑은 늘 아름답고 좋기만한 게 아니라 때로는 고통이기도 하다. 문학작품과 예술에 사랑이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어린 나이도 아니고, 사랑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사랑은 여전히 어렵고 잘 모르겠다. 책에 소개된 작품들의 사랑 이야기만 봐도 역시나 사랑은 결코 쉽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뇌하고, 되새겨보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면서, 때로는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 사랑... 인물과 배경은 늘 바뀌고, 형태는 다양하지만, 사랑은 삶을 사랑하고 혹은 견뎌내고 극복하게 하는 필수 요소다. ’사랑의 쓸모란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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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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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괴담 - 오류와 왜곡에 맞서는 박종인 기자의 역사 전쟁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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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사실(事實)’이라고 말한다. ‘사실이라고 하면 실제로그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 중요한데, 우리 주변에는 사실이 아님에도 마치 진짜인 것처럼 전해지는 가짜 사실이 의외로 많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누군가 잘못된 사실을 전파하고, 그 뒤에는 제대로 확인이나 검증도 없이 그 일이 마치 사실인 양 퍼져 나간다. ‘잘못된 사실이란 말 자체가 어폐가 있지만, 뜻밖에도 이런 오류는 의외로 빨리 퍼져 나간다.

 

이런 잘못된 오류는 유언비어 혹은 가짜 뉴스가 되어 우리 주변을 맴돈다. 우리는 이미 현시대의 정치 상황에서도 여러 종류의 가짜 뉴스를 접한 바 있다. 사람들은 대개 흔히 친숙한 사람이나 집단 혹은 유명인이 한 얘기라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정보에 대한 옳고 그름은 친소관계가 아닌 팩트 즉, 사실 여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가짜 뉴스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가짜 뉴스는 잠깐의 가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진실을 왜곡하기에 늘 경계하고,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광화문 괴담>은 무척 의미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박종인의 땅의 역사>로 잘 알려진 박종인 기자가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기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요즘 말로 뇌피셜처럼 저자가 주관적으로 그냥저냥 하는 말이 아니다. 386세대이자 우리나라 대표급 신문사의 기자인 저자는 사료(史料)와 실록(實錄), 당시의 신문 기사 등 문헌에 기록된 사실들을 근거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광화문 괴담>에 다뤄진 괴담들은 청와대 터가 명당이라느니, 조선의 수도 한성이 풍수지리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느니, 남대문이 임진왜란 때 일본군의 개선문이었다거나 혹은 실학이 조선을 발전시켰다는 등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내용들이다. , 대흥사나 천은사 등 사찰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추사 김정희와 원교 이광사의 일화도 들어있다. 이렇듯 여태 진짜라고 알고 있던 일들이 모두 잘못된 사실이었다니 읽는 사람도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대개 괴담은 맹랑할 정도로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하며 자극적이다. 그렇기에 일반 대중은 괴담을 이용한 전문가의 주장에 슬프리만치 순정적이다. 그래서 괴담은 지극히 위험하다. 특히 전문가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괴담을 사실인양 내세운다면. (p.85)


책에는 오류와 왜곡에 맞서는 박종인 기자의 역사전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제껏 잘못 전해진 괴담 중에는 꽤 유명한 인사들이 전파하고 퍼뜨린 오류도 많고, 워낙 오랫동안 사실처럼 굳어진 상황이기에 역사전쟁이라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 저자는 다양한 문헌 자료와 역사적 근거들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제껏 진짜처럼 알려졌던 가짜들에 대해 일침을 날린다. 일침을 맞은 당사자(가짜 뉴스 생산자)는 괴롭겠지만, 오류와 왜곡을 바로잡는 저자의 글은 요즘 표현으로 완전 사이다.



저자는 전설을 마치 진실이나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고, 대중에게 전파하고 있는 속칭 전문가들의 오만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지적한다. 옳은 말을 해도 단체로 매도되고, 공격받기 일쑤인 요즘인데, 저자는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감동적인 가짜 사실 대신 '진실'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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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식물의 세계 - 끝내 진화하여 살아남고 마는 식물 이야기
김진옥.소지현 지음 / 다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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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구쟁이 데니스>에는 특이한 식물이 하나 등장한다. 80년 만에 잠시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그런 만큼 마을에서는 대대적인 개화 이벤트가 펼쳐진다. 숨죽인 기다림 끝에 드디어 꽃이 막 피려는 순간! 주인공인 꼬마 데니스가 엉뚱한 사고를 치는 바람에 사람들의 시선은 데니스에게로 쏠리고, 그사이에 꽃은 몇 초간 피었다 시들어버려 축제는 엉망이 되고 만다.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아직도 그 장면이 생각나는 것은 ‘80년 만에 꽃을 피우는특이한 식물 때문이다. 처음에는 영화상에 등장한 가상의 식물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면 이 식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타이탄 아룸일명 시체꽃이다. 영화에서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개화 후 몇 초안에 바로 시들어버리지만, 보통은 7~8년에 한 번 개화하여 이틀 정도 피었다가 진다고 한다. 뉴욕식물원에서는 1973년에 피었던 타이탄 아룸이 80년 만에 꽃을 피우고 생중계까지 되었다고 하니 영화 속 장면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극한 식물의 세계>는 이처럼 독특하고 신기한 식물들에 대한 책이다.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 1) 크기 : 크거나 작거나 2) 속도 : 빠르거나 느리거나 3) : 강하거나 독하거나 교묘하거나 4) 환경 : 지나치거나 열악하거나 5) 시간 : 오래되거나 최신이거나 하는 다양한 특징을 가진 식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소제목에서 보듯, 책에는 우후죽순이라는 말처럼 하룻밤 사이에도 쑥쑥 빠르게 자라는 죽순도 있고, 백 년 가까이 살다가 딱 한 번 꽃을 피우고 마는 준식충식물 푸야 라이몬디등 특이한 성질을 가진 식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또 난초, 죽순대, 뽕나무, 피마자, 이끼처럼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도 있고, 코알라가 좋아하는 유칼립투스나 그 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에 등장하기도 한 악마의 발톱도 있다. 각 식물에 대해 읽어보면 정말 이런 식물이 있을까싶게 특이하고 기이한 식물들도 많고,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 살 수 있을까싶게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들도 있다.



챕터 말미에는 앞의 본문에서 다룬 식물들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읽으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특이한 식물들이 많은데, 사진이 함께 실려있는 점이 참 좋았다. 다만, 한 페이지에 4~5종류의 식물을 싣고, 그마저도 챕터 말미에 두는 바람에 보기에는 조금 불편했다. 각 식물마다 사진을 본문에 배치하고, 좀 더 많은 사진을 보여주었다면 보는 재미가 훨씬 더 컸을 것 같다.

 

편집의 아쉬움은 약간 있지만, 신기하고 기이한 식물의 세계, 극한의 환경에서도 현명하게 적응해서 생존해나가는 식물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아마 다음번에 이끼나 난초 등 식물을 보게 되면 이 책에서 읽은 식물 이야기가 다시 떠올려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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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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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과 작품이 하나의 이름처럼 붙어 다니는 작품들이 있다. ‘작가 누구라고 하면 자동반사처럼 그 작품이 연상되는 것은 그것이 그의 대표작품인 동시에 그 작가의 정체성을 대변하기 때문일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다자이 오사무라고 하면 늘 <인간 실격>이 떠올라 전부터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1948년에 39세의 나이로 요절한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다. 1909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대지주의 11남매 중 10번째로 태어난 그는 경제적으로는 유복했어도 정서적으로는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이러한 내적 갈등 때문인지 그는 술과 마약에 빠져 지내거나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하였다. 여자들과의 문란한 사생활과 자살 기도 등 불안한 삶을 이어가던 그는 몇 번의 자살 기도 끝에 결국 1948년에 내연녀와 함께 투신자살하며 생을 마감하였다.

 

이러한 그의 배경 때문인지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p.11)’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매우 강한 인상을 준다. 자신의 아바타와도 같은 주인공을 내세워 자전적 이야기를 하는 듯한 이 소설에서 스스로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다고 고백할 만큼 작가는 자신에게 솔직하다.



이 작품은 부조리한 현실 속에 삶의 동기를 찾지 못한 주인공이 물질적 타락과 정신적 황폐화를 겪으며 파멸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 요조는 대인 공포증 증세가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우습고 유쾌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스스로를 경멸하면서도 친구라고는 그뿐인 호리키와 계속 교류를 이어간다. 밖으로 보이는 행동과 내면의 생각이 정반대로 부딪히면서 요조는 계속 내면의 혼란을 겪고 그의 삶은 늘 위태위태하게 느껴진다.

 

<인간 실격>의 요조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 나오는 오스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른들의 부정한 모습을 목격하고 일부러 계단에서 떨어져 스스로 성장을 멈춰버린 오스카.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순수하고 예민한 자신의 기질을 숨긴 채 위악과 가식으로 살아가는 요조. 순수한 어린 아이의 영혼에서 성장을 멈추었거나 제대로 성장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들은 불안정하고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삶은 역시 소중하다는 것. 우울과 불안, 예민함과 무기력함에 빠지는 때가 있을지라도 그런 시간을 버티는 힘이 결국은 삶을 더 단단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주인공 요조는 스스로에게 인간 실격이라고 판정을 내버렸지만, 그 판정은 인간인 우리의 몫은 아닐 것 같다. 우리는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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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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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꼭 읽어봐야지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고전들이 있다. 그런 책들이 한두 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잊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다 보면 어느 날, 어떤 계기로 읽게 되곤 한다. 예전에는 <백경(白鯨)>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졌던 <모비 딕>도 그중 하나다. 어렸을 때는 대략 거대한 흰고래와 에이해브 선장의 평생을 건 사투를 다룬 해양모험소설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읽는 <모비 딕>은 인생에 대한 고찰 및 상징과 은유가 가득한 서사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치려고 하면 바로 그 가면을 쳐야 하네. 죄수가 감방 벽을 부수지 않으면 어떻게 밖으로 나올 수 있겠나? 나에게는 그 흰고래가 바로 그 벽일세. 아주 가까이 다가선 벽 말이야. 가끔은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해. (p.220)

 

문득 이 날줄은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내 손으로 이 불변의 실 속에 나의 운명을 부지런히 짜 넣고 있는 것이다. (p.283)

 

<모비 딕>은 허먼 멜빌이 1851년에 여섯 번째로 발표한 장편 소설로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자 미국 문학의 대표 걸작 중 하나다. 멜빌은 자신의 정서적, 예술적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 너새니얼 호손에게 이 작품을 헌정하기도 하였다. 향유고래의 공격으로 난파된 에식스호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쓰여진 이 작품은 포경선 피쿼드호의 에이해브 선장과 흰머리 향유고래 모비 딕사이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모비 딕에 맞서는 에이해브 선장을 보면 어떤 면에서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 파이가 생각나기도 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폭풍우 속에서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올라탄 소년 파이가 같이 탔던 동물들을 차례로 잃고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대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는 파이에게 있어 또 다른 자기 자신, 자기 내면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모비 딕 역시 에이해브 선장에게는 그런 의미였겠구나 싶다. 물론 에이해브 선장은 파이와 달리 선주나 선원들과의 관계나 고래에 대한 복수심 등 좀 더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들이 있지만, 그에게 흰 고래 모비 딕역시 자신의 삶 혹은 자신의 내면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면에서 <라이프 오프 파이><모비 딕>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파이와 대결과 화해, 서로에 대한 인정을 보여줬던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정글 속으로 사라지며 파이와 이별한다. 이에 비해 에이해브의 작살에 찔린 모비 딕이 바닷속으로 사라지면서 밧줄에 걸린 에이해브 선장도 모비 딕과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모비 딕>에서 인물 내면의 심리 묘사나 화자의 관점 등은 이전의 사실주의 소설과 구분되는 모더니즘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비 딕>은 멜빌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멜빌 사후 100년이 지난 후에야 크게 주목받는다. 멜빌이 살았던 19세기는 리얼리즘 소설이 주류를 이루었기에, 모더니즘적 성격을 띤 멜빌의 작품이 당시에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은 어쩌면 시대가 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모비 딕>은 표면적으로는 해양모험소설의 옷을 입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소설인 동시에 고래학책이기도 하고, 한 권의 철학서 같기도 하다. 책의 두께도 두께지만 내용이 심오해서 한 번의 독서로 다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기도 하다.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면 또 어떤 숨겨진 의미가 읽힐지 다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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