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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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과 작품이 하나의 이름처럼 붙어 다니는 작품들이 있다. ‘작가 누구라고 하면 자동반사처럼 그 작품이 연상되는 것은 그것이 그의 대표작품인 동시에 그 작가의 정체성을 대변하기 때문일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다자이 오사무라고 하면 늘 <인간 실격>이 떠올라 전부터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1948년에 39세의 나이로 요절한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다. 1909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대지주의 11남매 중 10번째로 태어난 그는 경제적으로는 유복했어도 정서적으로는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이러한 내적 갈등 때문인지 그는 술과 마약에 빠져 지내거나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하였다. 여자들과의 문란한 사생활과 자살 기도 등 불안한 삶을 이어가던 그는 몇 번의 자살 기도 끝에 결국 1948년에 내연녀와 함께 투신자살하며 생을 마감하였다.

 

이러한 그의 배경 때문인지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p.11)’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매우 강한 인상을 준다. 자신의 아바타와도 같은 주인공을 내세워 자전적 이야기를 하는 듯한 이 소설에서 스스로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다고 고백할 만큼 작가는 자신에게 솔직하다.



이 작품은 부조리한 현실 속에 삶의 동기를 찾지 못한 주인공이 물질적 타락과 정신적 황폐화를 겪으며 파멸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 요조는 대인 공포증 증세가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우습고 유쾌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스스로를 경멸하면서도 친구라고는 그뿐인 호리키와 계속 교류를 이어간다. 밖으로 보이는 행동과 내면의 생각이 정반대로 부딪히면서 요조는 계속 내면의 혼란을 겪고 그의 삶은 늘 위태위태하게 느껴진다.

 

<인간 실격>의 요조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 나오는 오스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른들의 부정한 모습을 목격하고 일부러 계단에서 떨어져 스스로 성장을 멈춰버린 오스카.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순수하고 예민한 자신의 기질을 숨긴 채 위악과 가식으로 살아가는 요조. 순수한 어린 아이의 영혼에서 성장을 멈추었거나 제대로 성장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들은 불안정하고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삶은 역시 소중하다는 것. 우울과 불안, 예민함과 무기력함에 빠지는 때가 있을지라도 그런 시간을 버티는 힘이 결국은 삶을 더 단단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주인공 요조는 스스로에게 인간 실격이라고 판정을 내버렸지만, 그 판정은 인간인 우리의 몫은 아닐 것 같다. 우리는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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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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