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폐인 - 남자의 야생본능을 깨우는 캠핑 판타지
김산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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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어쩐지 서글프다. 이 시대의 가장들 혹은 남자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느껴져서 슬프다.
그런데 그의 글은 또 따뜻하다. 캠핑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따뜻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작가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오랜 기간 여행레저 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는 작가는 캠핑을 통해 그의 인생과 사랑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그려낸다. 또한 떠나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산에서 밤을 지새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외로움의 소리를, 새벽의 느낌을 글로 풀어낸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세월 속에 켜켜이 묻혀 있던 추억의 한 자락이 어느새 이만큼씩 비어져 나온다. 사람은 대개 다른 이의 경험을 들으면 자신의 기억을 견주게 마련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여행 혹은 캠핑 기억을 떠올려보지 않았을까?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아! 맞다! 그 때 캠핑 갔을 때 정말 재미있었는데~’하고 오래전의 캠핑 기억을 떠올렸다. 스카우트와 한별단 활동을 하면서 수차례 캠핑을 했던 기억과 함께, 그 시절 이후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추억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 스카우트를 할 때는 처음으로 집 밖에서, 그것도 ‘텐트’에서, 더군다나 친구들과 함께 잔다는 것이 너무난 신기하고 즐겁기만 했다. 고등학교 때는, 한계령을 도보행진으로 마친 뒤 막사용 대형텐트에서 계곡의 밤공기를 맡으며 잠이 들었었다. 대학 때는 캠핑의 기억도 아니건만, MT 갔을 때 새벽녘에 홀로 나와 보았던 동강의 물안개도 기억 저편에서 뽀얗게 다시 일렁인다.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다시 여행에 대한 그리고 캠핑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쳐 오른다. 내친김에 확 질러버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처음에는 ‘폐인’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어지간히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지레짐작했었다. 어떤 취미가 됐건, 하나에 빠지면 자신의 취미에 올인하는 사람은 많으니까...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가 만약 단순한 폐인으로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 책에 대한 관심도 한 번 읽고 마는데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두부터 삶에 지친 남자의 벌거벗은 모습과 ‘여행생활자’로서의 방황, 그리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오롯이 풀어낸다. 그는 캠핑을 통해 자연을 찾고, 가족을 찾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의미를 찾는가 보다. 


지친 그대여
오늘은 한 마리 작은 새처럼 쉬어라
그대의 영혼에
숲이 강이 바람이 별이 스며들 수 있게
오늘은
오늘 하루만은 그대에게 자연을 허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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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캠핑장에서는 다르다. 그런 하찮은 일을 척척 해내는 사내들이 주목을 받는다. 머리가 아닌, 몸을 움직일 줄 아는 사내들의 존재감이 확실히 부각된다....상사 앞에서 쩔쩔매는 샐러리맨이 아니다. 시계추처럼 집과 직장을 오가는 소심한 남자가 아니다. 그는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의 어느 남자가 지금 지고 있는 세상살이의 버거움을 모두 내려놓고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인가. 또 세상의 어느 아내가 자신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이른 아침 곤히 잠든 아내를 위해 커피향과 숲 속의 봄을 준비하는 남편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인가.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이런 여행이라면 얼마든지 져도 좋다. 물론 그들도 캠핑이 아닌 현실에서는 우리네 일상과 별반 다를 바 없겠지만, 작가의 이런 말만큼은 그저 부럽게만 느껴진다.

누군가 캠핑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분명하다.‘가족’이다. 이 땅에서 캠핑만큼 가족의 존재를 확인시켜줄 수 있는게 있을까. 캠핑만큼 아빠의 자리를 되찾아줄 수 있는게 있을까. 캠핑만큼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없다. 그래서 캠핑은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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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제독립 백서
노르마 싯 지음, 이유경 옮김 / 나무한그루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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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선 굉장히 현실적이다. 경제서이긴 하지만 그렇게 딱딱하거나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다만 혼전계약서 같이 우리 현실에서는 아직 통상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내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경제 관념’을 세우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경제독립’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아주 명쾌하다. 기업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더 이상 일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독립이다.”라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경제독립이라는 것은 바로 내가 원하던 바다. 추천사의 말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 독립해 있기 때문”이라는 말에 무척이나 공감이 간다.
 

   수치나 경제에 무척이나 약한 나도 한동안은 이런 방면에 무심하게 지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깊이 알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증권사나 은행에 가면 담당자들의 설명에 열심히 귀동냥을 하곤 한다. 펀드건 채권이건 모르는 것이라도 자꾸 관심을 갖고 듣다 보면 무관심할 때보다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내 삶을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듯이, 내 자산에 대한 관리도 나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 책이 특이하게 느껴졌던 것은 여성의 경제독립에 대하여 얘기하면서, 성인 여성의 삶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점이었다. 기존의 책이 주로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고, 수입이 일정한 직장인을 주 대상으로 다룬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5장의 목차를 보면 사뭇 흥미롭다. 5장의 세부 목차를 보면 “자유로운 미혼 - 결혼과 재혼 - 돈과 새로운 가족 - 이혼 - 불행하지 않은 미망인 - 다른 여자 - 여성 가장 되기”라고 되어 있다. 성인 여성이라면 이 범주의 어느 부분에건 속해 있을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구분을 통해 독자의 상황에 맞게 현실적이고 적절한 경제 독립 준비를 강조하고 있다. 남편이 있건 없건, 혹은 아무리 금슬 좋은 부부라 해도, 의외의 난관을 대비하여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놓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무리 배우자의 애정이 확고하다 해도, 갑작스런 배우자의 부재나 예기치 못한 상황의 발생 등에 대비해 객관적인 준비를 하라는 것이 저자의 논지이다.

이 책은 수입 내에서 생활하는 법과 현명한 투자, 그리고 예측 못하는 일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간간이 복잡해보이는 도표나 수치가 나오기도 하지만, 일일이 다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어떠한 처지에 있건,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의 여유로운 미래를 위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스스로 노력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내 자신의 여유있는 미래를 위한, 나 스스로의 경제독립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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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생물들의 치명적 사생활
마티 크럼프 지음, 유자화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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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편이다. 다큐 프로그램이 심상하게 보고 지나쳤던 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깨닫게 해주는 묘미가 있어서이다. 특히 동식물에 관련된 다큐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때는 신기함을 넘어서 경이로울 때까지 있다. 이런 성향 때문인지, <감춰진 생물들의 치명적 사생활>이라는 책의 개요를 보는 순간, 와락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책이 배달되어 온 순간, 여간해서는 책 표지에 잘 쓰이지 않는 화려한 색감에서 또 한 번 묘한 매력을 느꼈다. ‘치명적 사생활’이라는 제목과 유혹하는 듯한 색감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이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 ‘생물들의 상호작용’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동종 동물 간의 상호작용, 다른 종 동물 간의 상호작용, 동물과 식물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곰팡이, 세균과의 상호작용이 그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펭귄, 꿀벌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생물들의 예를 들어가며 이해하기 쉽게 글을 풀어간다. 때로는 일반인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생물들도 등장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별 어려움은 없다. 어떤 때는 너무나 인간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이는 생물들의 생태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생물들은 그들의 생존과 자손 번식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래서 그들의 행태에서 보여지는 다양하고 특이한 행동들도 험난한 자연계에서 자신들의 개체수를 늘리려는 행위로 보면 이해가 된다. 때로는 자신의 생존까지도 포기해가며 자손을 유지하려는 그들의 번식 본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이러한 본능은 대개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교미 마개’처럼 동종간에도 서로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그래서 암수꿀벌에서 보이듯 자신의 자손을 최대한 많이 퍼뜨리려는 수컷과 ‘더 나은 자손’을 얻기 위한 암컷의 대결은 무척 흥미롭다. 이러한 암수 대결은 역동적 진화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생물들의 ‘치명적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여기에 등장하는 생물들에게서는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앞의 예와는 반대로, 인간들의 행동에서 동물들의 습성을 목격할 때이다. 사람들은 흔히 친구의 옷깃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거나, 아이들의 코와 손톱을 깨끗하게 해주고, 머리를 감겨주고, 때로는 비용까지 지불해가며(!)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피부과나 네일샵에서 몸치장을 한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을 저자는 영장류의 털고르기와 비교하며 이렇게 말한다. “인간도 영장류 친척들이 하는 것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서로의 몸을 치장해준다.”고. 당신은 이런 행동들을 해 본 적이 없는가?  


 
   이런 예도 있다. 꿀단지개미는 일개미들이 모아 온 꿀을 ‘포만개미(replete)’에게 잔뜩 먹여둔다. 포만개미는 동료들을 위해 살아있는 음식 저장고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흡혈박쥐는 흡혈해 온 피를 게워내어 나눠준다. 그것도 아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라, 혈연관계나 친구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떠할까? 저자는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와 친근한 사람과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바꾸어 먹는 예를 든다. 나도 계란을 먹을 때 가끔씩은 내가 덜 좋아하는 노른자위를 친구의 흰자위와 바꾸어 먹곤 한다. 저자는 이렇게 누구에게나 공감되는 예를 든 뒤에 말한다. “인간이 음식을 나누어 먹는 방식은 먹은 것을 게워내 주는 개미나 흡혈박쥐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  

   이 책은 이렇게 동식물과 인간 행동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삽화였다. 잘 그린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생동감있고, 선명한 삽화이거나 혹은 사진이었으면 글과 함께 보는 재미가 무척 컸을텐데, 그 부분이 너무 아쉽다. 그렇긴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거나, 혹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나 최재천 교수의 <개미제국의 발견>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무척이나 흥미로울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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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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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다보면 첫 장부터 빠져들게 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도입부부터 조금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다. <2058 제네시스>의 경우는 후자였다. 그것은 처음 읽는 뉴질랜드 소설이라는 낯설음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채, 시험부터 봐야하는 당황스러움 같은 것이었다. ‘1교시’라는 말에 어수룩하게 첫 장을 펼쳤다가, 갑자기 시험을 보라는 그런 기분이랄까?

   <2058 제네시스>는 처음부터 그렇게 조금 당황스럽게 시작한다. 표면적으로는 학술원에 입학할 자격을 갈망하는 아낙시맨더스가 거치게 되는 4시간의 시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아낙스를 따라 삭막한 분위기의 긴 복도를 걸어 들어가는 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작가는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독자를 답답한 상황 속에 ‘툭’하고 던져놓는다. 작가는 이렇게 딱딱하고 숨막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인간성 회복과 자유를 갈망했던 아담 포드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아낙스가 사는 섬, 아오테아로아는 황폐화된 지구를 피해 새로 건설된 유토피아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그 면면을 살펴보면 왠지 모를 음산함과 공포가 느껴진다. 게놈 해독을 거친 주민들의 계급이 나뉘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지는 일도 그렇다. 아이들의 성장관련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 않은 채, 생후 1년이 지나면 ‘제거’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공화국은 결혼도 유전자 변이부서의 허가증명을 받아야하고, 결혼 후에도 부부가 같이 지내려면 공유시간수당을 따로 벌어야하는 세계다.

   그런 속에서 ‘아담’이란 존재가 태어난 것이다. 침입자는 무조건 사살해야하는 냉혹한 세계에서 아담은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침입자 ‘이브’를 본능적으로 살려준 행동에서, 또 인간처럼 행동하는 안드로이드 아트와의 대화를 통해 ‘인간’인 아담은 고뇌하고 갈등한다. 아담은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에 대해, 의문을 갖고, 생각을 하고, 갈등을 한다. 이렇게 너무나도 인간적인 아담은 공화국에는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아낙스는 시험을 통해 아담의 생애와 정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리고 아담에 대한 그녀의 해석이 그녀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페리클레스, 아담, 이브 등 익숙한 이름이다. 게다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적용한 소설답게, 첫 번째 휴식시간에 등장하는 인물은 소크라테스를 염두에 둔 듯 소크라는 이름도 등장한다. 이들 인물은 각각 그들의 성격을 대변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대변한다. 그래서, 금기(taboo)를 깬 이브로 인해, 아담은 공화국에 ‘원죄’를 짓게 된다.

   역사상 ‘독재자인지, 진정한 민주주의 지도자인지’ 여부의 논란에 휩싸여왔던 ‘지상의 제우스’ 페리클레스는 이 책에서도 결정적인 인물로 작용한다. 페리클레스가 연설에서 말했다는 “우리는 자유에 의한 기풍 속에 자라면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는 물러서는 일이 없습니다”라는 말은 어찌 보면, 작품 속 페리클레스에게도 해당되는 듯하다.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는 아낙스의 말에 페리클레스는 단호하다. 그의 마지막 행동은 실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탓에,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에는 잠시 혼란스럽기조차 하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한편으로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교차 편집해놓은 듯한 ‘공화국’의 모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염된 세계를 떠나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며 건설된 공화국에서 기존 세계의 추악함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은 읽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다. 처음의 이상에서 벗어나 변질된 공화국의 모습은 우리의 참담한 미래 모습을 미리 엿본 것 같아 씁쓸함을 준다.

   하지만 그래도 위로삼을 수 있는 것은 결말의 참담함이 끝은 아니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결말의 그 순간에도, 누구보다 인간적이고자 했던 아담의 꿈과 진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아트’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복제되어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냉혹한 공화국의 현실 속에 이렇게 퍼진 바이러스는 또다른 ‘돌연변이’를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아담과 아트의 인간적인 교류는, 날이 갈수록 디지털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인간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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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습관 - 변화와 위기의 시대, 개인과 기업의 마지막 생존전략
이홍 지음 / 더숲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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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우스갯소리로 ‘4천만의 객관식’이란 말이 있었다. 초등학교부터 대입까지의 모든 시험을 4지선다형 객관식으로만 풀어온 세대에게는 익숙한 말일게다. 4지선다 객관식이 모든 시험의 기본이다 보니, 어쩌다 선생님이 낸 문제의 예문이 5개이거나, 답이 2개라도 되면 시험보다 말고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곤 했다. 하긴 그 시대에는, 그렇게 ‘획기적인’ 문제를 내는 선생님도 흔하지는 않았다.

   창의력이 가장 발달할 시기에 그렇게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교육을 받았던 세대에게는 제일 부담스러운 것이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생각의 틀을 깨고, 남들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는 것인데, 그 시절에는 그저 ‘남들과 다르게 튀는 것’으로만 여겨졌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는 그런 경직된 문화가 많이 개방되긴 했지만, 어린 시절에 이미 경직된 사고를 강요받고 자란 터라 하루 아침에 창의성이 생길리는 만무했다. 그러니 입사후에 아무리 ‘아이스 브레이킹 ice breaking’을 하고 ‘브레인스토밍 Brainstorming’을 해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창의성’만큼 중요시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지 않고서는 생존해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창의성은 성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일화를 들어보면, 항상 성공의 밑바탕에는 ‘남들과 다른’, ‘남들은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계기가 되었음을 보게 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창조적 인재들을 예로 들고 있다. 저자는 ‘자기공명 현상’을 발견한 물리학자 라비Rabi부터 스팀청소기와 같은 최근의 제품까지 무수한 예를 들어가며 창조적 사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습관과 고착된 관점을 바꾸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부분이 많다. 다만 문제는 책에 쓰여 있는 글자로 이해한 것을, 어떻게 실생활에서 ‘내가 실천하느냐’의 문제이다. 고착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모르겠다면 이 책을 참고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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