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전 시집 : 카페 프란스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정지용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지용의 시를 처음 읽은 게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마음에 드는 시를 한참씩 필사하고 외우고 했던 중학교 시절인지 혹은 문학작품을 마음껏 접하던 대학교 때였는지. 88년 해금 조치가 있기 전부터 으로 불리던 그의 이름은 알고 있었으니 아마도 그사이 어디쯤이겠다. 처음 읽은 시기는 잘 기억나지 않아도, 지용의 작품 호수를 처음 읽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은 그 느낌이 여전하다.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호수, <시문학> 2, 1930.5.)



몇 줄 안 되는 짧은 시 안에 가득 담긴 큰마음이라니처음에는 시인에 대해서 잘 몰랐음에도 저 시 하나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정지용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작품을 한 번 더 관심을 갖고 읽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정지용 전 시집>이다. 이 책은 <정지용 시집><백록담>, 그밖에 미수록 작품을 대거 발굴하여 넣었으며, <정지용 시집>에 실리지 않았던 박용철의 발문도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호수’, ‘향수처럼 기존에 좋아하던 지용의 시 외에 그의 수많은 작품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다.



 

별똥 떠러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인젠 다 자랐오

(별똥, <학조> 1, 1926.6.)

 

부헝이 울든 밤/ 누나의 이야기/ 파랑병을 깨치면/ 금시 파랑 바다/ 빨강병을 깨치면/ 금시 빨강 바다/ 뻐꾸기 울든 날/ 누나 시집 갔네-/ 파랑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빨강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 <학조> 1, 1926.6.)

 

화자의 마음과 감성이 오롯이 전해지는 정지용의 시. 그의 작품들이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감성이 메마르고 마음의 여유 없이 다들 팍팍해진 시기. 향수와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시 한 편쯤 마음에 품어보면 어떨까

 

--------------

*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들의 비밀 - 예일대 최고 인기 강의로 배우는 영향력의 규칙
조이 챈스 지음, 김익성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요구나 부탁을 밉지 않게 말하는 사람들. 듣기에 따라 조금 멋쩍거나 아쉬운 부탁일 수도 있는 것을 그들은 자연스럽게 말한다. 그러면 상대방도 대수롭지 않게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밉지 않게 말해서 결국 자신이 바라는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들. 부탁을 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괜히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부탁조차 잘 못하는 나같은 사람으로서는 그런 재주(?)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사적으로건 공적으로건 우리는 늘 대인관계 속에서 산다. 대인관계란 서로간에 영향력을 주고받는 관계이고, 그 관계의 향방에 따라 우리는 위로를 얻기도 하고, 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런만큼 상대방과의 관계에 있어 영향력이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은 상대방과의 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갖고 자신의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 하지만, 그건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대인관계에 있어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내가 원하는 바를 얻어낼 것인지가 중시되게 마련이다.

 

저자인 조이 챈스 Zoe Chance는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좌로 선정된 영향력 및 설득 숙련 과정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다. 그는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카리스마, 협상, 거절을 다루는 법 등을 강의하였으며, 강의를 통해 얻은 많은 과학적 사실과 세계 각지의 경영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펴냈다.

 


책은 영향력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창조적 열정을 의미하는 테물 temul’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카리스마, 프레임의 마법, 방어술, 까다로운 사람들을 다루는 법, 창의적 협상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평소에 자주 하던 언어 습관이나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예를 들면, ‘죄송하지만~’, ‘약간’, ‘~인 듯하다같은 말들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저자는 이런 말 자체가 스스로를 낮추는 감소어이기에 관점을 전환하는 다른 방식으로 말하라고 제안한다. 평소에 흔히 쓰는 겸손한 언어 습관이 어떤 관계에서는 나를 지나치게 낮추고, 수동적으로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다.

 

책은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태도와 어떤 언어습관을 갖고 있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사람과의 관계란 결국 서로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을 때 건강한 관계로 지속된다.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

*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지의 장소를 여행하는 일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처음 가 본 해외여행, 낯선 도시와 색다른 느낌의 골목 혹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를 들으며 이방인들 사이를 걷는 시간 등은 길을 떠난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자 특권이다. 그런데 그 여행지가 사후세계라면?

 

떠난 사람은 있어도 돌아온 사람은 없는 사후세계. 임사 체험을 한 이들의 경험담 같은 게 가끔씩 인터넷에 떠돌기도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정도의 이야기고. 어쨌든 오고 감이 자유롭지 않은 사후세계이니 우리 손에는 그저 편도행 티켓만 쥐어질 뿐이다. 여느 여행지 같으면, 다녀온 사람의 경험담이나 글, 사진을 통해 미리 짐작이라도 하련만, 사후세계의 여행은 그런 사전 정보도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천국, 극락, 저승, 연옥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사후세계를 그려왔다.



죽음이라고 하면 대개는 종말, , 멈춤, 종료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고대인들은 죽음을 또 다른 여정으로 여겼고, 고대 이집트나 중국 등에서는 사후세계로의 여행을 위해 수많은 부장품과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고인의 무덤에 함께 넣어주었다.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 이야기나 불교의 윤회설 또한 사후세계가 죽음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멈춤이 아니라, 또 다른 여행의 시작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신화, 종교, 문학, 영화, 음악과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나타난 죽음을 토대로 사후세계에 대한 여행 안내서로 제시하고 있다. ‘죽음을 전제로 하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저자는 호기심 가득하고 때로는 유쾌하기까지 한 시선으로 사후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고대 신화나 종교에서처럼 비교적 많이 알려진 사후세계를 시작으로 현대의 TV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다양한 모습의 사후세계에 대해 두루 안내해준다. 신화나 종교의 원형적 상징은 이후 거의 모든 예술작품의 근간을 이룬다. 때문에 문학, 연극, 영화, 음악, TV 드라마 등에 묘사된 사후세계를 보면 신화나 종교에 나타난 사후세계가 연상되기도 한다. 책에서는 무엇보다 신화와 종교에서부터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저자의 능력이 놀라운데, 미국의 유명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 Jeopardy >에서 기록적인 74연승을 거둔 상식 세계의 제왕이었다니 과연 그럴만하다 싶다.

 

살아생전의 여행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여러 번 떠날 수도, 못 떠나거나 안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후세계로의 여행은 누구나 적어도 꼭 한 번은 떠날 수밖에 없는 여행이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누구나, 언젠가는 사후세계로의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어떤 여행이 될지는 결국 떠나봐야 알겠지만, 우선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상상하고 그려낸 사후세계가 어떨지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 같다.

 

----------------------------

*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 -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글쓰기가 쉬워지는 당신의 첫 글쓰기 수업
김수지(노파)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가 쉽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작가들조차도 말이다. 아니, 작가들이야말로 글쓰기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 글쓰기는 대부분 어렵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책 제목처럼 어느 날 문득, 글쓰기가 쉬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의 저자는 문학을 전공하고 방송작가로 오래 활동해 온 작가다. 그는 방송작가로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방송 원고와 논문, 극본, 소설, 회사 보고서 등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노하우를 말한다. 글을 쓰려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저자는 책도 안 읽는데 왜 쓰기까지 해야 하냐?’는 질문에 현실적인 답을 말하며, 일상 글, 회사 글, 팔리는 글을 쉽게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여러 종류의 글쓰기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책은 글을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에서부터 글쓰기 전의 생각 훈련, 독서와 서평 쓰기 같은 일상의 글쓰기, 자기소개서나 사내 이메일 같은 업무용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생산적인 아웃풋을 만들어내야 하는 팔리는 글쓰기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글쓰기 노하우가 있다. 이 책에는 거기에 덧붙여, 시시각각 변하는 방송 현장에서 오래 일한 작가로서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책은 글쓰기의 필요성, 쉽게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두루 말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은 글은 마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저자는 글쓰기의 본질은 소통이라며 쓰는 사람의 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글을 쓰며 고단한 삶의 순간들을 무사히 건너가면 좋겠다고 말한다. 글은 다른 이에게 보이기 위함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장 첫 번째 독자인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제일 큰 목적이기도 하다. 글쓰기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결국은 쓰는 만큼 늘게 마련이다. 저자의 말처럼 쉽게 쓰는 마음으로 가볍게, 툭툭, 꾸준히 쓰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가 쉬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

*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을 마시는 보이차 - 북촌 다실 월하보이의 차생활 이야기
주은재 지음 / 시공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는 일과 관련이 깊다 보니 사찰에 비교적 자주 가는 편이다. 사찰에 가면 평온하고 편안한 분위기 자체도 좋지만, 스님께서 손수 내려주시는 차 맛 또한 놓칠 수 없는 호사 중의 하나다. 커피, 녹차도 종종 마시지만, 스님과의 차담에서 가장 자주 마시게 되는 건 역시 보이차다. 사실 차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는데, 우연찮게 혹은 운 좋게 차를 자주 마시다 보니 보이차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니 적잖이 반가웠다.


 

시간을 마신다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보이차! 책 제목을 보며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싶었다. 보이차에 대한 관심,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 선택한 이 책은 차향의 은근한 끌림처럼 잔잔하고 깊은 맛이 났다. ‘월하보이는 북촌이나 삼청동 혹은 재동길을 걷다가 몇 번 본 적이 있다. 단아하고 정갈한 입구가 인상적이어서 첫눈에 끌렸던 기억이 난다. 들어가 차를 마실 상황은 아니어서 매번 눈에만 담고 그냥 지나쳤는데, 이 책의 저자가 월하보이의 주인장이었다니 새삼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저자는 한옥박물관을 운영하시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인사동을 오가며 자랐다고 한다. 부모님 덕분에 다섯 살 즈음부터 차 생활을 시작했던 그녀는 중국, 캐나다 등지에서 차와 깊은 인연을 맺어가며 차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저자는 그렇게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차 전문 티룸을 열고, 차 생활을 전파하고 있는 중이다. 책에는 저자의 살아있는 경험과 차에 대한 에피소드가 곳곳에 실려있다.



책은 차를 고르고, 찻물을 끓이고, 다구를 꺼내 찻 자리를 차리는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해준다. 차를 준비해서 다실 문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목차에 그대로 녹아있는 셈이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차 이야기를 저자는 그냥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듯 수월하게 풀어간다. 덕분에 차 이야기가 어렵고 지루하지 않고, 차를 주제로 일상 대화를 나누듯 편안하게 읽힌다. 그러면서 저자는 보이차 수집, 관리법이나 다구 관리법 등 꼭 필요하고 궁금했던 이야기 또한 놓치지 않고 들려준다.



스님들과 차담을 나눌 때면, 뜨거운 물을 수시로 자사호에 붓곤 하셔서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책은 그 궁금증도 풀어주었다. (자사호 고르기, 자사호 관리법 참조) 커피는 커피대로 좋아하지만, 커피 일변도의 습관에서 벗어나 차를 더 자주 마시려고 하는 요즘. 모르고 막연하게 마실 때보다 하나하나 알아가며 마시는 즐거움도 큰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보이차 한 잔이 절로 생각난다. 차 한 잔 우려가며 잔잔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개인 의견을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