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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마시는 보이차 - 북촌 다실 월하보이의 차생활 이야기
주은재 지음 / 시공사 / 2023년 10월
평점 :
하는 일과 관련이 깊다 보니 사찰에 비교적 자주 가는 편이다. 사찰에 가면 평온하고 편안한 분위기 자체도 좋지만, 스님께서 손수 내려주시는 차 맛 또한 놓칠 수 없는 호사 중의 하나다. 커피, 녹차도 종종 마시지만, 스님과의 차담에서 가장 자주 마시게 되는 건 역시 보이차다. 사실 차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는데, 우연찮게 혹은 운 좋게 차를 자주 마시다 보니 보이차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니 적잖이 반가웠다.

‘시간을 마신다’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보이차! 책 제목을 보며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싶었다. 보이차에 대한 관심,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 선택한 이 책은 차향의 은근한 끌림처럼 잔잔하고 깊은 맛이 났다. ‘월하보이’는 북촌이나 삼청동 혹은 재동길을 걷다가 몇 번 본 적이 있다. 단아하고 정갈한 입구가 인상적이어서 첫눈에 끌렸던 기억이 난다. 들어가 차를 마실 상황은 아니어서 매번 눈에만 담고 그냥 지나쳤는데, 이 책의 저자가 월하보이의 주인장이었다니 새삼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저자는 한옥박물관을 운영하시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인사동을 오가며 자랐다고 한다. 부모님 덕분에 다섯 살 즈음부터 차 생활을 시작했던 그녀는 중국, 캐나다 등지에서 차와 깊은 인연을 맺어가며 차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저자는 그렇게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차 전문 티룸을 열고, 차 생활을 전파하고 있는 중이다. 책에는 저자의 살아있는 경험과 차에 대한 에피소드가 곳곳에 실려있다.

책은 차를 고르고, 찻물을 끓이고, 다구를 꺼내 찻 자리를 차리는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해준다. 차를 준비해서 다실 문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목차에 그대로 녹아있는 셈이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차 이야기를 저자는 그냥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듯 수월하게 풀어간다. 덕분에 차 이야기가 어렵고 지루하지 않고, 차를 주제로 일상 대화를 나누듯 편안하게 읽힌다. 그러면서 저자는 보이차 수집, 관리법이나 다구 관리법 등 꼭 필요하고 궁금했던 이야기 또한 놓치지 않고 들려준다.

스님들과 차담을 나눌 때면, 뜨거운 물을 수시로 자사호에 붓곤 하셔서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책은 그 궁금증도 풀어주었다. (자사호 고르기, 자사호 관리법 참조) 커피는 커피대로 좋아하지만, 커피 일변도의 습관에서 벗어나 차를 더 자주 마시려고 하는 요즘. 모르고 막연하게 마실 때보다 하나하나 알아가며 마시는 즐거움도 큰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보이차 한 잔이 절로 생각난다. 차 한 잔 우려가며 잔잔하게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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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개인 의견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