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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삽니다
김성환 지음 / SISO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책이 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전원생활과 실제 살아본 시골 생활의 생생한 차이를 유쾌한 필체로 풀어낸,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책이다. ‘경치만 보다가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라는 목차에서도 짐작되듯이 그는 로망으로 여겨지는 전원생활에 대해 ‘꿈 깨!’라며 현실적이고 냉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 삽니다”는 전원생활이 아닌 프리랜서의 생활에 대해 다룬 책이다. 전자의 책을 읽으며 살짝살짝 미소가 지어졌었는데, 이번에 김성환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미소가 지어졌다. 프리랜서 작가로 사는 나 역시 ‘프리랜서라고 쓰고 백수라고 읽는다’며 우스갯소리를 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의 첫 챕터가 ‘누군가는 나를 백수라 부른다’이다.
사실 프리랜서 작가로 살다 보면, 백수라는 오해 뿐 아니라 ‘자유로운 게 부럽다’거나 ‘힐링하니 좋겠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부러움 반, 시샘 반인 이 말 속에는 ‘나는 사무실이나 집안일에 매여 있는데 너는 자유로워서 좋겠다’는 상대적인 비교가 들어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나도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낮 시간에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자유로워 보였으니까.
그런데 프리랜서가 받는 오해는 그 뿐만이 아니다. 일하는 시간과 여가 시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니 일을 할 때조차 맨날 노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앉아있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어디 여행지라도 가있으면 영락없이 ‘힐링하는 중’이 된다. 당사자가 안 풀리는 글을 붙잡고 집에서 내내 머리 싸매고 있다가 장소라도 바꾸면 글이 좀 써질까 해서 카페로 나왔건, 단 하나의 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 장시간 운전하고 홀로 어두운 산길을 올랐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기껏 열심히 일하는 중인데 ‘자유롭게 노는 네가 부럽다’고 오해를 받는 게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런 오해마저도 감수해야 하는 게 프리랜서의 숙명(?)이다.
2년차 프리랜서라는 작가는 이런 크고 작은 프리랜서에 대한 오해와 현실을 이야기하듯 풀어놓는다. 종종 백수로 오해받는 현실과 부모님의 우려 섞인 시선이나 ‘책을 내면 인생이 바뀌는 줄 알았다’는 솔직한 고백을 한다. ‘술자리가 밥 먹여주진 않는다’거나 ‘회사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한다는 현실 그리고 ‘계획 없는 퇴사는 반대한다’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끌고, 공감했던 말은 ‘너희 일할 때 나도 일하고, 너희 쉴 때 나는 일해’라는 구절이었다. 아마도 프리랜서라면 다들 한번쯤 고민하고 경험해봤을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마친 뒤, 바로 글 쓰고 강연하는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프리랜서로 시작하자마자 바로 강연이나 출판으로 이어지는 게 쉽지만은 않다. 어느 정도 경험과 햇수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우에는 아마도 퇴직과 세계여행, 새 출발에 대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을 듯하다.
어떻든 프리랜서란 때론 백수로 오해받더라도 ‘자신만의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로 스스로 성장해야하는 존재인 듯하다.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