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산책 - 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여행 철학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편역 / 지콜론북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언제부턴가는 그의 에세이를 더 자주 읽고 있다. 그의 소설도 물론 그랬지만 헤세의 에세이는 그의 사유와 철학 등이 좀 더 깊이 있게 와닿는다. 이는 아마도 소설, 에세이의 형식 차이보다는 예전에 읽을 때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읽는 헤세에 대한 나 자신의 차이일 게다. 이제 소설가보다는 철학자로 읽히는 헤르만 헤세!

 


이번에 읽은 책은 헤세의 여행 에세이다. 책의 독일어 원제는 “Die Reisen von”인데 한국어판은 <무해한 산책>으로 번역되었다. ‘여행 이야기’, ‘여행으로부터를 뜻하는 원제도 좋지만, ‘무해한 산책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더욱 끌렸다. 천천히 소요하듯 거닐며 산책하기를 좋아하는 내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90123세가 된 헤세는 고향인 독일에서 출발해 늘 동경해왔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성당과 박물관을 돌아보고, 그곳의 수많은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여행은 여행 안내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인 여행이 아니라 책자에 없는 작은 도시를 걸으며 현지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능동적인 여행이었다. 이런 과정은 진짜 이탈리아를 헤세의 방식이었고, 이를 통해 그는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가 되었다.

 


내 경우에는 해외여행 중 현지의 유명한 관광지나 포토존, 쇼핑 명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보다 더 관심이 가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현지에서 만난 작은 도시, 산책하듯 걸어본 소박한 골목들, 느낌 가는 대로 들어간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라본 사람들과 거리 풍경들이다. 이탈리아 여행도 대체로 그러했기에 이번에 헤세의 무해한 산책에 그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여행이란 낯선 곳으로 떠난 몸을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시간이다. 여행을 통해 살아있는 경험을 하고, 자기 자신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 탐구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지... 헤세의 무해한 산책이 그 하나의 예라고 하겠다.

 

------------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개인적인 느낌대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