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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시선 - 일상의 풍경이 영화 속 순간으로, 웨스 앤더슨이 담아낸 장면들
애덤 우드워드 지음, 마로니에북스 편집부 옮김, 리즈 시브룩 사진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웨스 앤더슨’이라고 하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감독이라고 하면 금방 이해를 할 듯하다. 그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로얄 테넌바움>(2002), <문 라이즈 킹덤>(2013)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오래전에 <로얄 테넌바움>을 본 적이 있는데 내용은 많이 잊었고 ‘참 독특하다’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 이후에 한참 지나서 보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감독의 영화였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웨스 앤더슨이 감독, 각본, 각색, 제작까지 모두 맡았다고 하는데, 처음 볼 때부터 무척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화 속 성처럼 보이는 호텔과 특유의 개성을 보여주던 등장인물들도 무척 인상 깊었지만, 산뜻한 원색과 은은한 파스텔색이 어우러진 독특한 색감의 화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화면 위에 보라, 핑크, 민트, 레드 등 다양한 색의 향연이 펼쳐져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던 이 영화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미술상 등 9개 부문에 노미테이트되며, 미술상과 의상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들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런 영화들은 아름다운 장면들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곤 한다. 이런 작품들은 색감이나 구도, 빛에 의한 연출, 상징과 미장센(mise-en-scène) 등을 통해 감독의 연출 의도를 드러내며 뛰어난 영상 미학을 보여준다.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들을 보면 아름다운 장면에 감탄하며 머릿속에 담아두게 되는데, 이런 이미지 학습과 시각 훈련은 실제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곤 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재미있고, 장면 연출 또한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이어서 이 책을 보자마자 어떤 책일지 매우 궁금해졌다.

<웨스 앤더슨의 시선>은 그의 영화를 통해 감독 특유의 시선과 촬영 기법을 살펴보는 책이다. 앤더슨은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독특한 시각에서 담아내었는데 이 책은 그의 영화 장면과 함께 화면을 연출하는 여러 기법을 보여준다. 저자는 빛을 이해하는 자연광 활용부터 색상 구성과 구도, 오버헤드 샷이나 히어로 샷 등 시점, 프레임의 활용, 인물 촬영, 소품의 활용 등 촬영의 여러 기법을 영화 장면과 함께 설명해준다. 책은 촬영 팁이라고 할 수 있는 텍스트는 요점 위주로 간단하게 설명하고, 대신 사진을 큼직큼직하게 많이 싣고 있어 읽기에 갑갑하지 않고 좋았다.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영화들을 다시금 찾아보고픈 생각이 든다. 같은 장면이라도 그냥 봤을 때와 이 책을 읽고 나서 볼 때가 많이 다를 것 같다. 알고 보는 영화는 더 재미있고 깊이 있게 와닿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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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