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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ㅣ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평점 :
“이 넓은 세상에서 나보다 구름을 잘 알고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
헤르만 헤세는 그의 첫 장편소설 <페터 카멘친트 Peter Camenzind>에서 이렇게 말할 만큼 구름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었다. 이후에도 헤세는 구름에 대한 여러 단상과 감흥을 그의 여러 소설 작품들과 시에서 자주 언급하였다. 작가가 구름에 대한 글을 많이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구름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세심한 관찰을 하였으며, 깊은 사색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수시로 복잡다단하게 바뀌는 구름은 시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작가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다.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헤르만 헤세의 수많은 작품 속에서 구름에 대해 언급한 부분들을 발췌하여 엮은 책이다. 엮은이는 폴커 미헬스 Volker Michels다. 이 책은 열림원에서 거장들의 문장과 사유를 에세이, 시, 소설, 편지 등을 망라하여 발췌하고 엮은 ‘열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열림원은 헤세의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를 시작으로, 고흐의 <싱싱한 밀 이삭처럼>, 버지니아 울프의 <모두의 행복>, 로베르트 발저의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로 ‘열다’ 시리즈를 출간하였고, 다섯 번째 책으로 헤세의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를 펴냈다.

헤세는 구름에 대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였지만, 사실 구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작가에게 끝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소재이면서 환상의 대상이자 수많은 영감을 준 존재이기도 하다. 시작도 끝도 모르고,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보면서 윌리엄 터너는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그림을 남겼고, 진묵대사는 ‘하늘은 이불, 산은 베개, 구름은 병풍이요 바다는 큰 술잔’이라며 오도송(悟道頌)을 읊었다. 사진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또한 말년에 구름에 심취하여 사진사에 남는 유명한 구름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불교에서는 삶을 한 조각 구름에 빗댄 글이 무상함과 생사의 덧없음을 뜻하는 글귀로 자주 인용하곤 한다.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생(生)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뜬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으니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 나고 죽고 오고 가는 일 또한 그러하리라.
책을 읽다 보면 구름에 대한 헤세의 생각과 감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헤세는 구름을 통해 얻은 사색의 흔적을 소설과 시, 편지로 남겼는데, 이 책은 헤세의 유명한 소설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시와 편지 등에서도 내용을 발췌하고 있어 구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헤세의 작품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그의 일상에서의 사유와 생각이 느껴지는 글 또한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책을 읽고 나니 ‘열다’ 시리즈의 다른 작가들 책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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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