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5
조한욱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존의 역사서술의 중심이 였던 혁명이나 전쟁, 군주나 영웅 중심의 역사가 아닌 일반 민중의 생활사에 관심을 둔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다룬 서적이 풍년을 이루고 있다. <커피의 역사>,<먹거리의 역사>,< 해적의 역사>,<아로마: 냄새의 문화사>,<고양이 대학살> 등 다양한 주제로 출간되고 있는 신문화사 서적들은 역사의 변방에 흩어져 있는 일반 민중의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우선 신문화사라는 새로운 조류의 역사 서술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요약하자면 '두껍게 읽기', '다르게 읽기', '작은 것을 통해 읽기', '깨뜨리기'등인데, 이러한 관점은 이제까지 보편적으로 인정되어 왔던 역사적 사건을 전혀 다르게 설명하는 방법들이다.


특히 1730년대 파리의 한 인쇄소에서 일어난 '고양이 대학살'은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할 수 있는 사건이였지만 로버트 단턴은 이 사건을 두고 프랑스혁명 이전 노동자들의 정신세계로 광범위하게 파고들어간다. 이로부터 단턴은 인쇄공들의 생활부터 대중들의 의례와 상징, 민속에서의 고양이의 의미와 상징 등을 읽어내는  '두껍게 읽기'의 모범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궁극적으로 기존의 역사학이 유지해와던 역사의 이해와 서술방식을 단지 파괴하기 위한 깨뜨림이 아니라 해체를 통해 정형화된 틀을 새로운 방식으로 성찰하여 더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틀로 만들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각 시대별, 각 계층별로 다양한 소재의 프리즘을 통하여 역사를 본다면 여러가지 역사적 상황의 문제의식이 새롭게 설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새로운 종류의 역사인 신문화사가 종래의 역사학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역사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며 더 나아가서 한국인도 '서양사'를 생산하는 입장에 설 수 있게 한다. 신문화사는 광고지, 연애편지, 낙서 등 글로 된 자료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역사서술의 사료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문화로 보면 역사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작은것을 통해 크게 보는 '역사'를 강조하는 저자는 이러한 신문화사 관련 서적을 소개하면서 역사를 다양하게 그리고 밑으로부터 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타자의 입장에서 역사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 등 다양한 시각에 의해 풍성하게 드러난 역사가 한데 어울릴 때 역사는 좀 더 원형에 가깝게 복원될 수 있다 장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신문화사나 미시사가 기존의 아날학파식의 거대한 설명의 틀이라는 역사 서술 방법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는 저자의 멘트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우리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의 전환은 마치 금속활자가 성경을 수도사의 손에서 민중의 손으로 옮겨 준 것과 같이 보다 능동적으로 이 사회를 직시하고 더 나가서 새로운 역사를 펼쳐 나가는 주체 세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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