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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옷을 입은 성서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2
김호경 지음 / 책세상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도교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적지 않은 교파에서는 성서에 대하여 일명 '축자영감설'을 주장하고 있다. 성서의 모든 내용과 표현은 신께서 인간의 손을 빌려 표현되어졌기 때문에 가감할 것없이 완전한 것으로 받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경전의 절대적인 엄숙성이 지배하는 교회에서 성서에 대한 괜한 딴지나 토시 하나 달수 있는 신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금기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성서의 형성 과정은 우리가 믿어 왔던 '축자영감설'과는 분명 일정 부분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신약성서는 주후 50년에서 150년 사이에 편찬되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까지 원본은 물론 최초 사본 또한 남아 있지 않은 현실이다. 알렉산드리아의 70인역 성서나 중세의 불가타 성서, 에라스무스 편찬 성서 또는 루터의 독역 성서 등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성서는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목적으로 발간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되어 있다. 본서의 출발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성서는 다양하며 각각의 성서에는 그 시대적 배경과 사상이 녹아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특히 성서에 대한 해석이 중세 시기까지 특권층에 의해 독점되었다가 금속활자 시대를 맞이 하여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 설 수 있게 되었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성서에 등장하는 예수의 사건은 절대적 시간 개념인 크로노스에 갑자기 뛰어들어온 상대적 시간 개념인 카이로스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유의미적 해석은 주후 2000년이 넘는 오늘 이시간까지도 우리가 성서에서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활용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생명력을 얻게 해준다. 구약성서의 규범적 가치관은 신약성서에 의해서 새롭게 해석되고 정의내려 진다. 우리가 만약 구 질서에 여전히 편승해 있다면 인간의 옷을 입고 온 성서를 더욱 초라한 알몸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례할 것이다. 성서가 신앙인들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도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 회복을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본서는 그래서 작지만 두툼한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