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명준은 바다라는 광장으로 갔다. 그가 맺은 결론의 희비극의 구분을 떠나서 분명한 것은 고통받던 인간의 영혼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그는 분명 선택할 수 없는 불가항력보다는 그 어느 쪽에서도 버림받을 수 밖에 없는 낙오자의 모습으로 제 3국을 향하지만 그 곳도 결국 텅빈 광장일 뿐이였다.


광장은 인간들에게 여유를 가질 만한 심적 공간이 되어 주었다. 같은 색깔을 지닌 이슈의 물결로 가득 찰 때도 텅빈 그곳을 가로 지르는 바람소리가 결코 의미없다고 못박지 못하는 안식의 장소였음을 이명준은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격변하는 한국 현대사의 모습은 마치 배 후미의 물결과도 같아 흰 구름과 같은 깊은 물고랑을 파내지만 곧 사라지며,  결국 다시는 볼 수 없는 물보라와 같다는 사실은 진실한 이데롤로기도, 사랑도 모두 잃은 자의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심각한 암시를 주고 있다.


이명준은 최후로 두 갈매기를 따라 갔다. 끝을 위함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 위해 그는 바다라는 우주의 자궁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역사 전체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리없이 내리는 눈처럼 무의식 중에 이루어질 희디 흰 세상으로의 변환을 목도할 수 있으리라


광장에 함께 갔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광장으로 각자 사라져 갔다. 나도 분명 그중에 한명이 될 때, 광장은 광장이전의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 무한한 공간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그곳은 초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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