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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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의 제안으로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우선 분단별로 선생님께서 미리 메모하신 글을 옆사람에게, 옆사람은 뒷사람에게 귓속말로 내용을 전달해서 마지막으로 발표하는 하는 사람의 말이 메모 내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가리는 게임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귓속말 전달 게임은 박장대소하는 결과만 빚어 냈다.  

1분단 1번. 어제 최근 유행하는 감기를 걱정해서 철수 엄마는 아들에게 감기 예방 접종을 시켰다.
1분단 2번. 어제 유행한 감기를 걱정하는 철수 엄마가 아들을 감기 예방 접종을 시켰다.
1분단 3번. 요즘 유행하는 감기에 걸린 철수 엄마는 예방 접종을 받았다.
1분단 4번. 유행 감기에 걸린 철수 엄마가 예방 접종을 받아도 아팠다.
1분단 5번. 감기에 걸린 철수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1분단 6번. 감기로 아픈 철수 엄마가 병원에서 수술했다.
1분단 7번. 감기 걸린 철수 엄마가 병원에서 죽었다.
 
감기 예방 접종 받는 철수에서 시작해서 철수 엄마가 죽는 것으로 끝났다. 아이스크림이 걸린 게임이여서 장난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분단별 최종 발표는 위 내용과 그리 다르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핵심 용어는 유지하면서 계속된 내용 전달과정에서 기억의 한계로  각색되기 시작하면서 본질과는 아주 먼 결론에 이르렀다.

성서라 하더라도 이러한 변성 단계를 생략했을 것으로 믿고 있는 신자도 있을 것이다. 일명 '성경 축자영감설'에 깊이 빠져 있는 신도들은 이미 아무런 회의없이 강요 받은 신앙적 세뇌를 주변에 널리 퍼뜨리고 있다. 마치 Y 염색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여자에게 아들 못났는다고 구박하던 시어머니 꼴이지 않은가?

저자는 이런 의미에서 성서의 구절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어다 볼 것이 아니라 그러한 표현이 쓰여질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과 등장 인물의 심리적 변화 등 성서의 행간을 읽어 낼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 번 믿으면 그 맹신을 좀처럼 깨지 못하는 것처럼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계속되는 법이다. 신앙에 있어서는 그래서 중용의 자세가 중요하다.

책은 붉은 색으로 인용된 성서 귀절에 뒤이어 저자 자신만의 간결하면서도 핵심은 놓지지 않고 본질을 꿰둟고 있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신의 모습으로 경외하게 하여 추상적인 실재로 여겨지는 예수를 오직 인간의 번뇌와 갈등 속에서도 하늘의 복음을 지혜롭게 전하는 사람 냄새나는 존재로 우리의 의식에서 다시 부활시킨다.

비전공자의 글이라서 글의 품격과 질이 떨어 질 것이라고 미리 단정지을 사람이 있다면 미리 경고하지만 이 책을 절대 읽지 마시기를... 그런 편견에 익숙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아집의 체에 걸려서 읽게 되기 때문에 괜히 주변에 부정적인 평만 떠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성서를 머리로 읽지않고 마음로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필독을 권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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