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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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밀실 사건집

 

두툼한 두권 짜리의 기시 유스케의 작품 '악의 교전'과 '자물쇠가 잠긴 방' 두권 중 뭘 읽을까 고민하다 제법 얇은 책이라서 먼저 들게된 책이다. 요즘 두툼한 책들만 내리 읽었더니 머리를 좀 식히고 싶어서 4편의 단편이 실린 짧막한 이야기에 끌린다.

 

"당신은 이 밀실에 도전할 수 있겠는가?","오라, 도전자여!"

기시 유스케는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밀실 사건을 제시하고 도전하라고 했다. 아쉽지만 이 책의 밀실 트릭은 도저히 내 머리로는 나오기 불가능한 방법들이었다. 추리소설을 통해서 밀실사건을 많이 접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건 범인들은 하나같이 과학적으로 대단한 추리능력을 가진 존재로 나온다. 그러니까 이런 밀실을 만들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하지! 머리 나쁘면 나쁜 짓도 못하겠구만이란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한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멋진 남자가 다시 보고 싶어서 꿈을 꿨는데 사이코성향인 사람은 자신의 언니를 죽여서 또 장례식장에 남자가 오게 한다는 꿈을 꾼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다. 다행히 나는 이런 추리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이코성향은 아니고 밀실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될수도 없는거라는 말도 안되는 위안을 삼는다.


아라시 멤버 오노 사토시 주연, 2012년 후지TV 드라마 "자물쇠가 잠긴 방"로 방영되었다고 한다. 소설과는 어떻게 다를까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드라마의 화면과 내용들을 보니 책보다 더 재미있어 보인다! 역시나 상상력의 부재인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한계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자물쇠가 잠긴 방은 방범 탐정 에노모토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로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 콤비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전작인 유리망치, 도깨비불의 집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이 콤비의 자충우돌하는 유쾌한 모습을 잘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전작들을 통해 이 콤비들의 활약을 알고 있었다면 더욱 재미있게 봤을 수도 있을텐데 순서를 잘못 선택했단 후회가 드는 순간이다.

 

이 책에서는 이 콤비들에게 집중하지 않고 사람들이 왜 이런 밀실을 계획했느냐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밀실사건!이라는 것에 집중하여 어떻게 밀실을 만들었는지 트릭을 풀어가는 것에 초집중하고 있다. 물론 그런 의도로 집필된 소설이긴 하겠지만 추리소설에 겉으로 드러나는 트릭이면에 숨겨진 사람들의 속 이야기들이 녹아들지 못했단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였다.

 

살인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느냐보다 왜 벌어졌느냐가 궁금한 사람들에겐 살짝 아쉽기도 할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이 작가의 유일한 시리즈라는 에노모토 시리즈! 첫작품부터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일드로 나온 이유가 분명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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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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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누쿠이 도쿠로. 그러나 이것은 연애소설이다!"

이 문구를 보고서 달달한 연애소설을 기대했다. 그러다 전혀 다른 전개로 인해 '연애소설이다'라는 말에 괜시리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 아니다!

 

"뛰어난 재능과 빼어난 외모로 유명했던 전설의 베스트셀러 작가 시쿠라 레이카.

그녀가 느닷없이 절필을 선언했다. 모두가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만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로부터 8년, 사쿠라 레이카의 열렬한 팬이었던 햇병아리 편집자 와타베 도시아키는 그녀가 다시 펜을 들게끔 설득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는다. 그가 보여 준 열정과 '사소한 이유 하나' 때문이라며 그녀는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서두는 충격적인 고백에서 시작되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 책 뒷표지 줄거리 소개

 

재능이며 외모며 어느 하나 뒤지지 않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돌연 절필 선언한 이유가!

8년동안 놓았던 펜을 들게 한 '사소한 이유 하나'가 정말 '그것'때문이라는 사실에 난 이 책을 연애소설이라 인정하기가 싫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만큼 정말 다양한 연애담들이 존재하겠지만 이런 연애는 정말 여자로서 인정하기 싫다.

물론 668page나 되는 두툼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고 재미있게 느껴지느 책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책 속 주인공 사쿠라 레이카가 너무도 안타까워서 책을 덮은 내내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나쁜놈, 나쁜놈하고 중얼거리고 만다.

 

사쿠라 레이카는 몸매는 끝내주지만 얼굴은 10점 만점에 3점이라고 평하는 사장을 좋아하게 된다. 사쿠라 레이카는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함에도 불구하고 늘 못생긴 얼굴이 대인관계에 문제가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은 자신의 얼굴은 신경쓰지 않고 그녀의 다른 면들이 좋다한다. 물론 사장은 외모도 준수하다. 사장이면서 외모도 준수한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다니! 그런 생각에 사쿠라 레이카는 매일이 행복하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시 바람기가 다분한 사장은 사쿠라 레이카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난다. 그녀가 몰래 사장을 미행해서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것까지 목격하지만 변명과 거짓으로 모면할 뿐이다. 사장은 사쿠라 레이카를 마음을 나눌 깊은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즉 미래를 함께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아내로 맞이하면 좋겠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만나는 것이다. 거기다 사쿠라 레이카는 자신의 절친에게 사장을 뺏기고 만다. 그리고 절친과 사장은 결혼을 한다. 괜히 책읽으며 흥분하게 된다. 아 불쌍한 사쿠라 레이카.

 

사쿠라 레이카는 좌절로 몸부림치다 못생긴 얼굴이 모든 것의 발단이라 생각하고 성형을 결심한다. 여기서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 떠올랐다. 사쿠라 레이카는 끝내주는 몸매를 갖고 있었기에 얼굴만 확 고쳐서 엄청난 미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나가면 누구나 쳐다보는 미모를 갖게 된 그녀는 대기업에도 한번에 취직하게 된다. 못생긴 얼굴이었을땐 어림도 없던 취직이 얼굴이 바뀌고 나니 그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대인관계는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직장에 남자들은 그녀를 뒤따라다녔지만 여직원들은 시기를 했고 결국 회사도 그만두게 된다. 얼굴만 예뻐지면 떠나간 남자도 일도 모든 것들이 한번에 다 해결 될 것 같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에게 파국만 안겨준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은 성형수술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사랑하는 남자도 일도 얻었다. 이 영화를 보면 그래! 결국 뚱뚱한 몸과 못생긴 얼굴이 문제였어!라는 결론에 빠지게 되는데 '신월담'은 전혀 다른 이야기들 들려준다. 당신의 외모가 바뀐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저주받은 하체와 지극히 평범한 얼굴을 가진터라 사쿠라 레이카의 마음에 동요되어 책을 읽어갔다. 그래 사쿠라 레이카 미인이 됐으면 뭔가 제대로 빵하고 터뜨려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매번 당하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얼굴만 바꾼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아!라는 조소섞인 외침이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연애소설이라 말하기 싫다.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은 뛰어난 외모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흔히들 여자가 성형으로 얼굴이 바뀌면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또한 달라진다 한다. 그것때문에 자꾸 더 성형을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런 말들이 뜬소문에 지나지않더라도 귀가 솔깃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미모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기에 그런 말에 더 혹하고만다. 지금의 내가 좀더 예쁘고 날씬한 외모의 소유자라면 뭔가 더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개성을 뿜이내면 정말 좋을텐데 그건 정말 말처럼 쉽지 않다.

 

책을 덮은 후에도 자꾸 사쿠라 레이카의 안타까운 인생이 떠오른다.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제대로 사랑해야한다는 진리를 또 한번 깨닫게 된다.

제대로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겉모습에 치중하려는 날 볼때마다 신월담의 안타까운 사쿠라 레이카를 떠올리자!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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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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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아! 이 책은 영화의 원작소설이었다. 책을 읽고 난후 영화를 캡쳐한 이미지들을 살펴보니 꼭 한번 보고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일본은 헌책방이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나보다. 우리의 현실에선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없으니 그것이 참 아쉽다. 헌책방에서만 느껴지는 소박한 사람사는 이야기들, 오래된 책에서 품어져나오는 이야기들을 진짜 느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다카코는 애인에게 버림받았다. 어느 날 데이트자리에서 뜬금없이 "결혼해"라는 말을 뱉는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단다. 그것도 같은 회사외 근무하는 여직원이랑. 다카코는 아무렇지않게 그녀를 대하는 남자친구를 더이상 볼 수 없었고 그가 결혼한다는 여자도 더이상 마주칠 수 없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신세가 되버린 다카코.

 

모리사키 서점이란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외삼촌이 헌책방 2층 빈방에서 지내라며 다카코를 불러들인다. 다카코는 그전까지는 책도 한줄 읽지 않았지만 소박하지만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곳에서 책방만큼이나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받게 된다. 특히 다카코를 그동안 데리고 놀았던 그리고 계속 데리고 놀려고 하는 예전 남자친구 집에 같이 가준 외삼촌이 참 멋있었다. 사랑하던 사람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떨쳐버리지 못한 다카코를 위해 그녀 스스로 마음을 추스리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준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된다. 멋지다 외삼촌! 싸대기라도 한대 날리지 그랬냐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다카코 다웠다.

 

앞부분엔 상처받은 다카코의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라면 뒷부분엔 5년전 집을 나갔다는 모리사키 서점의 안주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좋아보이기만 외삼촌에게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걸일까. 여행 중 만나 결혼까지 하게되었다던 이들 부부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책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느껴지는 숨겨진 비밀과 아픔, 그리고 치유되는 과정을 읽으며 따뜻함을 느끼게된다.

살인사건도 극적이라고 불릴만한 큰 사건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이야기들이지만 읽고나면 참 마음 한구석이 뜨끈해지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헌책방에 들러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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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작심삼일 - 해내는 사람들의 스마트한 습관 정복기
제레미 딘 지음, 서현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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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작심삼일!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딱 읽기 좋은 책이다.

작심삼일이 멀다하고 목표를 세웠다가 매번 어김없이 좌절하고 마는터라 이 제목이 너무도 끌렸다.

 

해내는 사람들의 스마트한 습관 정복기! 뭔가 새로운 뭔가 쉬운 작심삼일 타파방법을 들려줄거란 기대에 차서 그런지 끝으로 갈수록 역시 작심삼일 극복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되고 만다. 책을 덮고 나서 뒷편의 문구가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의 본질을 뒤바꾸는 성공의 기술". 작심삼일을 습관처럼 하고 있는 사람은 본질이 문제라는 사실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하루아침에! 쉽게! 본질을 바꾸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약간의 한숨이 나오고만다.

 

 

 

"습관을 바꾸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금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습관을 개선하려 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주변 관계와 얽힌 습관을 바꾸려고 한다. 그런데 좋은 습관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을까? 사실 무엇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지는 정확히 말하기가 어렵다." - 228page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단순하게 공부습관을 들인다던가 다이어트를 한다던가하는 작심삼일 계획을 넘어야한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있다. 습관화 때문에 행복도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또 다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왕이면 바른 습관을, 행복을 줄 수 있는 습관들에 눈을 돌리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몇가지 방법들을 제시한다.

 

- 긍정적인 사고를 북돋우고

- 사람들과의 교류를 늘리고

-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 현재를 즐기고

- 목표에 헌신하고

- 감사함을 느끼는 것.

 

 

 

 

 

습관이 통제력을 장학해 버리면 우리는 늘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갇혀 버리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중요한 것은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는 습관과 흥미진진한 경험과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습관을 잘 구별해 내는 것이라 말한다. 이를 통해 반복되는 후회와 변명에서 벗어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작심삼일로 매번 반복되는 계획으로 좌절하기보다 내가 지금 뭘하면 행복할지를 생각하고 작심삼일을 수십번 반복하면 그것으로 족할 수도 있단 생각을 하게된다.

 

 

 

 

 

이 책은 습관과 관련된 심리학적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비둘기와 인간의 공통점', '나는 왜 얼렁뚱땅 넘어가는가','다이어트, 운동, 금연에 숨겨진 비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 중에서도 '21일만에 습관을 바꿀 수 있다.'라는 주장이 몰츠 박사의 1960년에 출간한 저서 <성공의 법칙>에서 사지 절단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로 인한 신체의 중대한 변화에 적응하는 데 평균 21일이 소요된다고 나온 것이 수많은 자기계발서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웠다.

 

"그저 시도만 한다고 해서 습관을 만들 수는 없다!"라는 문구가 유독 머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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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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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여동생

 

이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이 이야기는 프로이트에게 버려지고 사랑하는 엄마와 애인에게 외면받게된 프로이트의 여동생 아돌피나의 지독한 한 생을 다뤘다. 아돌피아의 시선으로 보게되는 프로이트는 리비도, 오이디푸스콤플렉스, 꿈의 해석등으로 잘 알려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여기서 말하는 프로이트가 정말 맞는건가라는 의문을 몇번이고 할만큼 충격적인 사실을 들려준다. 책을 덮고 난 지금까지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유대인 인종청소라는 명목 아래 나치의 학살이 자행되기 조금 전. 프로이트는 출국비자를 받아 런던으로 망명을 갔다. 주치의와 주치의의 가족, 가정부와 처제, 기르던 강아지까지 데리고 런던으로 망명을 갔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아낀다는 여동생 아돌피나와 그의 누이들은 모두 비엔나에 남겨뒀다. 여기서 왜!라는 의문이 생긴다. 결국 남겨진 여동생들은 모두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하게된다. 이 부분들을 모두 사실이다.

 

 

"나한테 이런 걸 물어볼 권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묻고 싶어요. 오빠랑 가깝고 오빠가 구제해줄 사람들 명단에는 또 누가 들어가 있나요?"  -19page

"그 사람들까지 다 생각해주시다니 참 자상하시네요. 강아지와 가정부들, 주치의와 그의 가족, 올케네 여동생까지 챙기시다니. 그럼 우리 동생들 좀 생각해주시지 그랬어요. 지그문트 오빠." - 19page

"너희도 꼭 가야 하는 거였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잠깐 다녀오는거야. 친구들이 하도 성화라서." - 20page

"처제와 강아지 이름 사이에 내 이름 하나 넣어주지 그랬어요. 아니, 개 이름 밑에라도 넣엊지 그랬어요." -21page

 

 

키우던 강아지, 주치의, 가정부까지 데리고 갔으면서 왜 프로이트는 그의 누이들은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프로이트에게 누이들은 가정부보다 못한 존재였던걸까. 여기서부터 아돌피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망명을 간 프로이트에게 누이들은 계속 자신들의 비자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들어주지 않았다. 그 속사정은 알 수 없겠지만 그토록 유명한 정신분석 학자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게 한다. 나치의 학살에서 남게된 아돌피나가 담담한 듯하지만 두려움을 담은 이야기들은 더욱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게 만든다. 앞부분을 읽었을 때는 아돌피나의 수용소 생활이야기를 들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그녀의 과거 인생을 중점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을 아껴주던 프로이트 오빠와 그녀에게 널 낳지 말걸 그랬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뱉어버리는 모진 엄마, 이기적인 애인에게 버림받는 이야기, 구스타프 클림트의 누나 클라라와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등을 들려줘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이트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책 표지의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라는 그림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수수께끼 같은 화가로 사생활은 철저히 숨겼고 그림에 대한 설명도 한적없고 인터뷰도 한적없다고 하는데 이 책속에서 아돌피나가 들려주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아름답다라고만 느껴지던 그의 그림들이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조금을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여성권리를 위해 투쟁하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누나 클라라와 그의 그림들을 더욱 궁금해지게 만드는 이야기다.

 

 

 


 

아! 그리고 그가 궁금해서 알아보다가 너무 예뻐서 퍼즐로 갖고 있는 "엄마와 아기"라는 그림의 원본 제목이 여성의 세시기 (The Three Ages of Woman)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작가의 그림 중에 딱 이 부분만을 골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알게했는지! 두 그림은 정말 느낌이 천지차이였다. '프로이트의 여동생'을 통해 만난 프로이트 또한 마찬가지의 인상을 남겼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교과서에 등장하는 분석학자가 아니었다. 더이상 이 책을 만나기 전의 느낌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 같다.

 

"오빠는 이런 주장을 절대 진리인 양 세상에 설파하면서도 오빠가 열 세 살이고 내가 일곱 살이던 그해의 어느 날 오후에 어린 동생이 받았을 고통은 떠올리지 못했다. 우리의 몸이 다르다는 것을 목격하고 우리가 자라면서 어린 시절과 결별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그리고 내 삶과 오빠의 삶이 계속 같이 가지 못하고 각자 다른 길로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는 예감으로 인해 그날 내가 받은 고통과 두려움을 오빠는 기억하지 못했다. 오빠는 그날 오후를 잊었고, 그날 일로 생긴 슬픔과 두려움이 내 삶에 그림자처럼 드리우면서 새로운 슬픔과 두려움으로 둔갑하고 새로운 슬픔과 두려움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몰랐다. 오빠는 전부 잊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소녀가 성숙해가는 과정에는, 오빠가 말하는 이른바 '여자가 되는' 과정에는 오직 한 가지 성격 특질, 곧 시기심만 적용한다고 보았다." - 57page

 

책 중간중간 아돌피나는 프로이트가 설명한 연구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데 오빠의 말이 옳다라기보다 그건 분명 잘못된 생각일꺼야라며 어린 시절 프로이트의 행동부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프로이트의 연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한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프로이트의 모습은 진실일까, 허구일까. 그런 거들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작가의 상상인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프로이트에 대한 궁금증으로 찾다보니 '우상의 추락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이라는 책이 눈에 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이것 또한 충격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정신분석학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난 1세기동안 역사적으로 미화된 프로이트의 신화적인 이미지를 깰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가 개인적으로 겪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객관화 시키고 과학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기까지 그의 주장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낱낱이 파헤치고 싶다는 말에 '프로이트의 여동생'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프로이트는 노벨의학상을 받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괴테상을 안겨줬다는 말에 책 속 정신과 의사 괴테가 떠오르는건 나만이 생각일까.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판화에서 그늘 속에 파묻혀 흰자위를 반짝이는 얼굴에 떠오른 질문이다. 뒤러의 판화 속 멜랑콜리아    에게는 날개가 있지만 그녀가 날개를 펼치고 날 거라고는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날개는 장식도 아니다. 아마도 그녀의 날개는 단지 걸음을 방해하고 무겁게 짓누르며 한때는 날 수도 있었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고 일깨워주기 위한 장치일 뿐인지도 모른다." - 141page

 

뒤러의 '멜랑콜리아'란 동판화가 매 단락마다 등장한다. 왜 같은 그림들을 반복되게 했을까 궁금했는데 아돌피아가 이 그림을 보고 느낀 것들이 그 이유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엄마가 조금만이라도 따뜻한 말들을 아돌피나에게 던져줬다면, 오빠 프로이트가 출국부지 명단에 그의 누이 이름들을 적었다라면, 아돌피나에게 사랑의 징표라도 남아있었다면!  

아돌피나라는 한 여인의 지독한 삶, 사랑받지 못한 삶에 대한 이야기. 답답하다고 생각될만큼 당하고만 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다. 

 

"지그문트, 당신을 잊을 거야, 오빠에 관한 일을 다 잊을 거야.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아직 많은 사물에 이름이 없던 시절에 오빠가 내게 날카로운 물건을 내밀며 칼이라고 말해준 날부터 모조리 잊어버릴 거야. 내 삶이 시작된 순간에 사랑과 고통이 있었던 기억을 지울 거야. 생애 최초의 고통을 잊을 거야. 감춰진 상처에서 소리없이 피가 뚝뚝 떨어지던 걸 잊을 거야.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고통과 최초의 말을 잊을 거야. 엄마가 했던 말. 널 낳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내가 태어난 사실도 잊을 거야."

- 289page

안타까운 한 여인의 일생을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동생이 들려주는 프로이트의 이야기가 압권이었다. 계속 머릿속에 프로이트의 숨겨진 진실일까, 허구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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