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 여백의 가수 김광석 - 지식채널e(2006.08.21)

아쉬워 마세요
또 모르죠

10대 때에는 거울처럼 지내지요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
자꾸 비추어보고
자꾸 흉내내고

그러다 20대쯤 되면
주관적이든 일반적이든 객관적이든
나름대로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기대도 있고
뭔가 스스로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 부대끼면서 지냅니다



일정부분 포기하고
일정부분 인정하고
그렇게 지내다보면
나이에 'ㄴ'자가 붙습니다
서른이지요
그때쯤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 하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도
그렇게 재미있거나 신기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답답함
재미없음
그 나이 즈음에
모두들 비슷한 느낌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물러가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아쉬워 마세요
또 모르죠


=====

1964년 대구 출생
경희중학교 현악반에서 바이올린, 오보에,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와 악보를 익힘
대광고등학교에서 합창단으로 활동
명지대 '연합메아리' 동아리에서 본격적인 음악인생 시작
1984년 김민기 <개똥이> 음반에 참여가 계기,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주도적 활동 시작
1987년 여름, 주변 음악친구들과 모여 '동물원'을 만들고 이듬해 1집 음반을 냄
이후 서정적인 음악성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음
이후 솔로로 전환, 수많은 히트곡으로 90년대 모던포크 음악의 계보를 씀
그러나
1996년 1월 6일, 서른둘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자살로 생을 마감


김광석

"그는 듣는 이를 압도하려 들지 않는다.
그의 노래에는 틈이 많다.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여백 속에서
스스로를 반추하게 만든다는 데에
김광석 노래의 진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 소설가 정이현



'김광석'
우리시대 포크계의 거성이 아니던가
그의 이름만 불러도 어디선가 통기타 소리와 그의 절절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직도
내 가슴 속에서 90년대 대학시절을 느끼곤 한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 어느 휴일 오후에
김광석의 음반을 올려놓고
가만히 빗소리를 함께 듣고 있노라면
뭉클해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앨범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사랑했지만' '꽃' '사랑이라는 이유로'
'나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등병의 편지' '나른한 오후'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부치지 않은 편지' '내 사람이여' '그루터기' '광야에서'
'변해가네' '그날들' '자유롭게'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 많은 불후의 명곡을 남기고 떠난 김광석
서른 즈음에 나 역시 혼돈의 나날들을 보냈었던가


김광석

김광석 이전 우리나라 많은 포크 음악을 현대화시켜
독특한 음악세계를 재형성했던 절대적인 음유시인, 김광석

정말 나이에 'ㄴ'자 붙으면서부터 내 인생이 타협하기 시작했다
'열'과 '스물'에는 'ㄹ'자가 붙더니
이윽고
서른부터는 'ㄴ'자가 평생을 따라 붙는다
'서른' '마흔' '쉬흔(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
모두 'ㄴ'자가 붙었구나


김광석 <다시 부르기> 앨범

1천번이 넘는 라이브 공연으로
대학로 공연 문화를 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었던 그
올가을엔 김광석의 음반을 자주 올려놓지 않으면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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