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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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사 일주문>

 

시..

詩..

시의 한자어를 보면..

'말씀' 언(言)과 '절' 사(寺)..

'말의 사찰'이란 의미이다..

무릇 '절'이란 게 세속에서 벗어나 어떤 경지(혜탈)를 향한 비움(버림)의 상징 아니던가..

아낌 즉 절제의 미학이 곧 詩가 아니던가..

결국 '시'는 세속에서 벗어나 자꾸 비우고 절제하고 깎고 닦아서 만들어낸 또다른 정신이고 세계고 우주일 것이다..

 이 책에는 좋은 시들이 많이 모였다..

지난 시절 읽고 또 읽었던 시들이 모여서 이렇게 합주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설렌다..

마치 저명있는 관현악단의 교향곡을 듣는 것과 같다..

시라는 이름 앞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를..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 한 편을 옮긴다..

"송수권의 [산문(山門)에 기대어] 전문"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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