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불평등 기원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7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 / 책세상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바라바시는 그의 최근 책 [버스트]에서 혁명 혹은 어떤 폭발적 사건은 답보되어 오던 어떤 느릿한 흐름의 갑작스런 행보라고 설명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행동의 배후에 존재하는 이러한 버스트는 때로 우리로 그 사건의 전후 맥락을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 이유는 똑같은 화합물을 섞었을때 한동안이나 발생치 않던 일들이 갑자기 어떤 상황에서는 폭발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명을 앞둔 18세기 중반, 프랑스는 여느 유럽 국가와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던 다른 국가들과 거의 같은 요소들을 갖춘 초강대국이었다. 이러한 국가발전과 맞물려 여러 문화의 진보와 각종 고급 사치 풍조가 왕궁을 중심으로 앙시앵레짐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그 한편에는 이러한 발전의 혜택에서 한걸음 뒤에 물러나 비판적 시각으로 이런 추이를 지켜보던 철학자들과 문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백과전서를 편찬하던 디드로와 달랑베르, 그리고 볼테르와 루소다.

루소는 1753년 디종 아카데미의 질문인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불평등은 본태적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먼저 타고난 것과 인위적인 것의 구분에서 시작한다. 타고난 인간의 원리로 그가 제시한 것은 두 가지, 안락을 포함한 자기보존의 욕구와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이다. 하지만 본태적 자기보존과 타인의 아픔을 피하고픈 욕구의 조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을 개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달은 인간은 자기보존과 타인보존의 조화에서 자기 보존만을 위한 존재로 바뀌어간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고 그런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누려야 한다는 감정을 만족시키려는, 속이는 욕구에 좌우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는 이성에 의한 추론화 과정은 연민을 눈에 보이고 느끼는 것이 아닌 관념으로 만들어 약화시키고 이기심을 합리화한다. 

자기 욕구를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할때 평등은 사라지고 私有가 도입되고 타인의 노동이 필요해 진다. 야금술과 농업의 발전으로 토지는 사유재산이 되고 이 사유재산을 보호코자 사회 법률이 교묘히 만들어지고 국가라는 형태로 강제화된다. 자연적 자유는 포기되고 소유와 불평등은 고착화 된다. 소유의 발생과 소유의 보호, 그리고 불평등의 심화는 사실 피지배층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또 다른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 자신을 남에게 굴종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실패의 한 동인이었다, 자유만을 원하는 자에게는 강요할 수 없었던 상황이 이제는 일상이 된 이유는 인간이 자유를 팔아 지배를 산 때문이다. 

루소의 해결책은 원래 자연의 미개인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의 교육철학처럼 스파르타를 닮은 자연교육은 실현되어야 겠지만, 현재 프랑스를 뒤덮은 전제군주의 타도는 힘으로만 가능했다. 이것은 자연에 거스른 체제에 대한 합법적 행위다.  힘으로 유지되는 권력은 힘으로 타도하는 것이 자연질서임을 넌즈시 그는 내비친다. 루소의 디종아카데미의 질의에 대한 답변은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인가?- 인간능력 발달과 정신진보에 따라 성장강화되어 소유권과 법률 제정에 따라 안정 합법화된다.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실정법의 도덕적 불평등은 신체적 불평등과 조화되지 못할때 자연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분명 그 시대가 도출한 것이며 이후로 36년이 지난 후에야 혁명 안에서 현실화되었다. 그의 이 책은 그의 백과전서 동료들이 시도하던 때론 중요한 것 같고, 때론 의미없어 보이던 수많은 글들과 넋두리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폭발의 시간에 이것은 그 연료가 된다. 그들은 언제 있을지 모르는 폭발, 혹 없을지도 모르는 폭발의 연료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36년은 지루한 답보의 과정으로만 보였고 볼테르, 루소, 달랑베르, 디도로는 혁명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36년이라는 이런 답보의 과정들은 우리가 지금하는 모든 지지부진한 옳은 도전들,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모든 시도들이 비록 쓸모없어 보일지라도 또는 전혀 독창적이지 않아 보일지라도 그 방향이 올바르다면 때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약속이다. 이것은 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꿈과 옳음에 대한 믿음이다. 그들은 죽었으나 꿈은 남았으며 시대는 그들을 버렸어도 옳음은 그들의 편에 섰다. 이것은 계산대로만 돌아가는 것만 같은 세상에서 그래도 살만한 근사한 이유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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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17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래 본 사회과학 고전 리뷰 중 최고로 멋진 것 같습니다. 저도 오래 전에 읽은 건데 감회가 새롭군요! 카를 님의 리뷰는 언제나 봐도 최고입니다~

근데, 이 책의 번역은 괜찮은가요?

카를 2010-08-1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비교적 곤란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번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