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월18일

아주 짜증나는 형의 인간
[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하루를 지배하고, 하루를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한다고?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아침에 깨어 있었던 사람들이었으며, 성공적인 삶, 행복한 삶을 위한 아침형 인간으로의 변화를 제안하는 책이라고?
웃기지 마라. 그런 쪽으로의 아름다운 경구는 중고등학교 시절 듣고 또 들었던 ‘아침에 일찍 일어난 새가 더 많은 벌레를 잡는다’는 금언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결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부지런하게 보내라는 얘기인데, 예전의 삶에 비해 우리는 이미 지나치다 싶을 만큼, 아니 더 이상 더 부지런할 수 없다 싶을 만큼 그야말로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정말 인간다운 삶, 여유로운 삶은 아침이 각박하지 않다. 삶이 각박할수록 당장 아침이 각박하며, 지배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을 혹독하게 대하는 방식의 첫 징조가 부지런함을 내세워 그의 아침을 각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지런함은 어느 시대에나 따뜻한 격려로 권면되어야 할 사항이지 저처럼 이데올로기화되면 그것 자체로 정신적 압박이며 이 시대의 또 다른 ‘천삽뜨고 허리펴기 운동’에 다름아닌 것이다. 말로만 그렇지 실제로는 밤에 깨어나 그 책을 썼을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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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2-1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누구든 자기 바이오 리듬에 맞는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도서관여행자 2004-02-2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동감하는 리뷰로군요.
늦게 일어나는 벌레가 아침형 새들한테 안 잡혀 먹는 법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