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기를 어느 정도 읽었던 분들은 이제 어느 정도 짐작하겠지만(일기에 이런 얘기를 쓰려니 굉장히 어색하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는 전자인간 가족 상봉의 시간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원주로 달려가서는 두 사람을 데리고 왔다.
나나 마눌님이나 일주일동안 재미없게 살아왔기 때문에, 가족들이 합쳐지는 주말에는 나름대로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가 있다. 나의 경우는 그것이 주로 맛있는 것 먹기와 음주로 나타나고, 마눌님의 경우에는 주로 쇼핑으로 나타난다. 이번주말의 특별한 먹거리는 토요일 저녁 집에서 만든 돼지고기 김치찜과 와인(1865 까르미네르 리제르바 2005). 돼지고기 김치찜이 맛있어서 그랬는지, 와인 한 병을 마눌님과 둘이서 앉은 자리에서 다 비워버렸다.
마눌님의 쇼핑 품목은 테니스 의류와 전동 커피 분쇄기. 커피 분쇄기는 고풍스러운 수동형을 이미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빨이 조금 나가서 가끔 헛도는데다가 회사에 가져갈 일주일치 커피를 분쇄하려면 웬만한 음반 한 장을 다 들어야 할 정도로 시간과 노력이 적쟎게 들어간다. 그런 이유로 큰 맘 먹고 자동을 구입한 것이다. 그동안 수동 커피 분쇄기로 진땀 흘리며 커피를 갈면서도 나름대로 환경친화적인 커피질을 한다는 위안이 있었으나, 전동 분쇄기의 편리함에 굴복된 지금은 페어 트레이드 커피 - 현재 마시고 있는 커피는 '안데스의 선물'이다 - 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만이 '착한 커피질'의 마지노선으로 남아 있다.
어제는 분당 교보문고에 가서 음반을 두 장 샀다.

하나는 자우림 7집, 또 하나는 필립스 듀오 시리즈 중 알프레드 브렌델의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집이다. 자우림은 김윤아의 팬으로서 자연스레 살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6집은 왜 건너 뛰었는지 모르겠다.), 브렌델의 모차르트는 그의 단조 피아노 협주곡 앨범 연주가 의외로 꽤 괜찮았기에, 모차르트와는 그리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집어 들었다. 더군다나 듀오시리즈에,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피아노 소나타 KV 310 이 담겨 있기도 했고... 집에 돌아와서 씨디피에 걸고 한 번을 들었는데, 자우림이나 브렌델이나 좀 경쾌함이 결여되어 있는 듯하다. 모차르트 KV 310 의 비극성은 경쾌함에 숨겨져 있을 때 더 극적으로 드러나고 자우림의 최고치는 '랄랄라 송'등에서 엿보이는 꿋꿋한 경쾌함에 있는데 말이다. 물론, 조금 더 들어 보아야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