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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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하고 전설적인 인물인 체에 대한 전기 소설.
체도 대단한 인물이긴 하지만 이 책을 쓴 장 코르미에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10년동안이나 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니..

체 게바라..의사로서 편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혁명을 위해 의사의 능력까지 혁명을 위해 사용했던 그.
책을 읽으면서 그와 그를 둘러싼 혁명의 불길이 불과 30년전 동시대라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혁명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모습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 혁명이나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그들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쿠바의 사회주의에는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체를 비롯한 혁명에 몸바친 혁명가들의 휴머니즘 사회주의에는 마음이 끌린다.
어쩌면 혁명가이기전에 휴머니스트였던 그들이기에 이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졌던것 같다.
아름다운 혁명에의 열정이 오히려 이 책에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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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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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인 구샤미, 메이테이, 간게쓰, 도후 등의 등장인물에 대해 고양이의 눈으로 관찰한 소설이다.
만담체로 쓰여져있고, 주인공(?)인 구샤미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 자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당시 지식인 계급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하던데, 이 소설을 읽은 첫 느낌은 염상섭의 '삼대'를 읽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당대의 무능력하고, 말빨만 세우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고양이의 눈으로 비웃는 대목 때문인듯.

작가인 나쓰메소세키는 일본의 대표적인 근대 문학 작가라고 한다.

"소세키의 리얼리티 파악력은 뛰어나다. 철저한 검증적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전경 묘사, 인물들의 교차된 표현,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담을 통해 근대인의 불안과 고뇌를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역자의 말 중에서-


그러나 고양이가 탐정처럼 관찰하며 쓴다고 한 부분에서는 후대에 평가되는 것만큼 리얼리티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즉 심리적인 내면묘사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고양이가 관찰하는 것이기에 좀더 심리적인 모습이 자세하게 서술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간게쓰가 가네다집안과의 결혼문제에 대해 결정하는 장면 등에서 심리적인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의 특징이자 단점은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너무 길어서 읽기에 참을성을 요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이 당대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함이겠지만.
배경이 일본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100년전과 그리 큰 차이점은 없었다. 있다면 우리는 식민지시대였고, 일본은 전쟁중이었다는것이지만 그것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었기에..

하지만 100년전의 근대사회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묘사 자체가 흥미로웠다. 여성에 대한 폄하 발언이 자주 등장하긴 했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을 간만에 읽었는데, 읽는동안 가방도 무겁고 힘들었지만 다 읽고 나니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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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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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씨 이야기」「콘트라베이스」등으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이다.
사실 「좀머씨 이야기」는 실제로 읽지 않았기에 향수는 작가에 대해서 처음 접근한 책이었다.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 책의 서문을 인용하면,

"단 한장의 사진으로도 우리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고, 가느다란 금발에다 여린 얼굴로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낡은 스웨터 차림을 즐기는 남자, 인터뷰도 거절해 버리는 기이한 은둔자, 이 사람이 바로 전 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이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은 18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쓰여진 한 남자의 일대기를 다룬 내용이다.

처음에는 향수라는 제목의 의미가 향수가 그리움이나 추억 등의 의미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향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향기로운 액체이며 이 소설의 모든 주제가 '냄새'와 관련된 것임을 알고 소설의 특이한 설정에 놀라며 읽기 시작했다.
동화같기도 하고 황당 무계한 내용이기도 한 소설은 작가에 의해서 뛰어난 소설로 태어난 것 같다.
지루함없이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역자의 논평을 보면,

"쥐스킨트의 작중 인물들은 우울하고 내향적인 성격에 사교를 싫어하는 작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사회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고독하고 소외된 인간들이다.
물론 이점에서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도 예외가 아니다. "

암울한 배경과 살인이라는 내용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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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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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연장통/창작론/인생론의 4부로 구성된 스티븐 킹의 창작에 관한 에세이 겸 소설이다.
작가가 되고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면서 살고 있기에 어떤 식으로 창작론을 풀어나갈지 궁금해하며 읽었던 책이다.

그에 의하면 좋은 글쓰기는 독자가 어떤 단어, 어떤 문장들을 통해 소설의 장면 속으로 스며들었는지를 잊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제대로 된 유혹은 그 유혹의 방법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본문중 기억하고 싶은 몇구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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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가지 일을 무조건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좋은 책은 한창 배움의 길을 걷는 작가들에게 문체와 우아한 서술과 짜임새 있는 플롯을 가르쳐주며, 언제나 생생한 등장 인물들을 창조하고 진실만을 말하라고 가르친다."

"독서는 작가의 창조적인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는것(그러나 연습처럼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야 한다는것) 그리고 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정확한 문법이 아니라 독자를 따뜻하게 맞이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자기가 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조차 잊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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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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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래서 ‘포틴’이고)인 네 명의 중학생(그래서 ‘4틴’이다) - 나(데츠로)와 준, 나오토, 다이의 일 년간을 여덟 개의 연작 단편으로 그려 놓은 단편소설집이다.

작가인 이시다 이라에 대해서는 원래는 전혀 몰랐었는데, 일본드라마 IWGP의 원작가라는 서문을 보고 나서야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IWGP는 내가 일본드라마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게 해준 첫 드라마이고, 일본을 방문했을때 이케부쿠로에 꼭 가보고프게 만든 드라마였다. 사실 지금 다시 보면 그때만큼 재미있을까 싶긴 하지만..

이 소설은 129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나오키상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십대들의 심리와 일본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옮긴이의 말 (스포일러의 경고!!)

14세는 멍청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어딘지 모르게 멍해 보일 때가 많다. 그건 자신들이 뭘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자신의 음식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없는 수혜자의 멍함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흙 상태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가능태의 진흙. 그래서 때로 그 나이의 아이들이 어떤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버리면 무섭다.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그 나이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아는 영악한 어른들은 그런 위험을 막을 양으로 수많은 금제를 제조해낸다.
어느 나이가 되면 어느 등급의 학교에 의무적으로 진학해야 하고, 그곳에서 정해진 내용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철저히 패션을 규제받는다.
14세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스스로 뭔가를 결정할 아무런 권한도 능력도 없으므로.

그러나 순수한 진흙 상태의 14세의 내면은 그리 평탄하지 않다. 비록 현실적으로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사회적 존재이지만, 그 내면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사고는 깊은 곳으로 닻을 내리고, 꿈은 하늘 끝까지 피어오르고, 초점이 맞지 않는 듯한 눈은 어른 사회의 모든 유치함을 연민한다.
그들의 사고와 상상력 그리고 감각은 아직 어른 사회의 좁아터진 가치의식에 물들지 않았기에, 대상을 쿨하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생래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또 하나의 강력한 육체적 징후가 있다. 발정의 시기에 이른 것이다.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원초적 욕망이다. 모든 것을 규제하고 이끌어주는 어른이지만, 이것만큼은 손대지 못한다. 발정한 14세에게 여자(남자)를 구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14세의 여행은 시작된다(이 소설은 거의 남자를 다루고 있다).

조로증에 걸려 벌써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나오토의 생일에 14세들은 여자를 선물한다. 말 그대로 원조교제인데, 어느 쪽이 어느 쪽을 원조해주는지 모를 이상한 관계다. 병실에서 벌어질 그 현장의 핸드폰 생중계를 가슴 두근거리며 경청하던 14세들은, 이미 섹스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친구의 고백과 그를 위로하는 여고생의 대화를 엿듣고 조용히 핸드폰을 끈다. 한 여자로서(여고생) 남자(나오토)의 아픈 가슴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성숙함이 감동적이다.

장기결석생 루미나는 거식증과 폭식증 사이를 오가는 14세다. 기타가와는 같은 반인 그 루미나와 첫키스를 나누는 연인 사이가 된다. 거식증으로 25킬로그램의 날씬한 몸매로 학교에 나타났어야 할 루미나는, 기타가와와의 만남 이후 생기를 되찾고 폭식을 한 결과, 다시 풍만한 원래의 몸이 되어 학교에 나온다. 다시 등교한 첫날 루미나는 억제할 수 없는 식욕으로 점보 슈크림 빵 6개를 먹어치우고 그 자리에서 토하지만 네 명의 14세가 깔끔하게 뒤처리를 해준다. 왕따의 위기에 처한 친구를 구하는 날렵한 솜씨!

연예인이 되고 싶은 유즈루. 남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모르는 눈치없는 엉뚱한 아이. 늘 이벤트를 만들어 남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아이. 반 친구의 장난스런 부추김에 그냥 4층 교실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린다. 날기 위해서. 한순간, 모든 것이 귀찮아져서 그냥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져버린 14세다. 다리가 부러져 입원한 병실에서도 또 다른 이벤트를 기획한다. 14세는 그렇게 모두 하늘에 떠 있는 것이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준. 사랑의 열병에 빠졌다. 그것도 유부녀와의 불륜(?). 그 유부녀는 늘 남편에게 두드려 맞는다. 어느 날, 준은 의도적으로 그 남편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만난다. 두들겨 맞는다. 참는다. 그 순간, 여자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한다. 때리는 자가 참으로 나약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유부녀)에게 준은 섹스 상대가 아니었다. 키스는 했다고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14세 구원의 천사에게 보내는 참으로 경건한 키스였을 것이다.

14세들은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좋은 한 공장 뒷마당에서 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말기암 환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혼자 조용히 죽고 싶어한다. 가족들은 전단지를 뿌리며 환자를 찾는다. 죽음 앞에 선 인간과, 그를 찾으려는 살아갈 자들의 갈등관계. 14세들은 죽을 자와 살아갈 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시소게임을 한 끝에, 균형감각을 발휘하여 하나의 도덕적 결단을 내린다. 환자는 조용히 죽고, 가족도 빠른 시간에 유해를 찾는다. 조로증 나오토는 그때, 죽음 앞에선 인간의 자유를 이해하고, 그를 돕는다. 그의 조용하고 자유로운 죽음을 위해서.

14세의 카즈야는 게이다. 반 최고의 미인에게 프러포즈 받고 당황한다. 결국, 그는 스스로 게이임을 고백하고, 그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반 아이들의 존경어린 시선을 받는다. 미인들의 친구가 되고, 연애의 상대가 딜지도 모를 남자 14세들과 친해진다. 큰 관심사인 섹스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당당하게 밝혀 일약 스타가 된 한 14세 이야기.

14세의 다이의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어느날, 다이와 동생은 그 아버지를 죽인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다이는 솔직하게 친구들에게 말한다. 아버지가 죽어서 다행이라고. 충격적인 그 사건을 대하는 14세들의 태도는 의연하고 신념에 가득차다. 다이에 대한 믿음이다. 현실에서 도망치는 다이를 구원하는 14세들. 죽기 전에 아버지가 남긴 멋진 하늘색 산악자전거 앞에서 우는 다이. 자전거는 죽은 자와 산자를 화해시키는 매개물이 되어, 이 소설 끝부분에 이르면, 통과의례와도 같은 여행길에서 다이의 몸을 싣고 신주쿠를 향해 달린다.

14세들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도심지 신주쿠로 포르노 숍에 가서 쇼핑을 하고, 스트립쇼를 보고, 클럽에 가서 가출한 여고생들을 만난다. 그녀들을 재워주고, 임신한 여고생에게 진단시약을 사주고, 다이는 기꺼이 태어날 아기의 아버지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그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14세들은 각자의가슴속에 간직한 말들을 고백한다. 그들은 앞으로의 삶은 전망하여 불안해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매일 학교에서 그리 즐겁게 떠들고 살았는데, 알고보니 모두 가슴에 하나씩의 불안과 응어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14세는 통과의례의 시기일것이다. 옛날이라면 그들은 공동체의 엄격한 계율에 의해 축복을 받으며,사막이나 산이나 바다로 통과의례의 여행을 떠나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그런 통과의례를 위한 특정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길을 떠나거나, 부모가 죽을 때까지 아니면 사회의 시스템이 요구하는 대로 보호막에 둘러싸여 살아야 한다.
그런 현대의 문화이고 보니, 나이를 잔뜩 먹고서도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가 많다. 다이의 아버지가 그런 경우고, 준의 불륜 상대였던 유부녀의 남편이 그런 사람이다.
이 소설 속의 아니 모든 14세들은 그런 어른이 되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14세는 그렇게 어리지 않다. 폭력을 당하는 여인을 구원하고, 임신한 여고생에게 희망을 주고, 흔들리는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줄 안다. 진흙 상태이기에 쿨한 눈길로 사회와 어른을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어른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어른 스럽다는 것은 자신을 대상화하여 멀리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이런 시선을 가지기 힘들다. 살아가다보면, 좁은 이익공동체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버리기 떄문이다. 따라서 14세는 어른을 구원할 수 있는 힘과 시선을 가진 나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신발과 머리 모양과 패션에 대한 자유가 없다. 머릿속에 쑤셔넣어야 할 지식도 어른에 의해 방향이 설정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14세는 잘 알고 있다. 알면서 당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젊은 세대는 어른의 희망인 것이다.


2004년 5월

양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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