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오늘은 월급날이다.
아조 조금 신이나다 이내 시들어 버린다. 여기저기 나갈돈을 계산하니 허걱 월급 받는 날 바로 마이너스가 될 지경이다.
10여년 직장생활을 했지만. 나는 그닥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했다. 굳이 핑계를 달자면 직장생활 초반에는 야간대학 학비를 조달해야 했고, 그나마 틈틈히 모은 돈은 언니결혼 자금으로 날렸다. 그 이후에도 집안일 대소사를 챙기다 보니 적금통장은 딸랑 하나. (5년전인가 1년 먼저 입사한 선배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할기회가 있었는데 그 언니는 죽어라 돈만 모았다고 했다. 그 언니가 그 당시 손에 쥐고 있던 돈은 1억이었다.) 그것에 비하면 나의 적금통장은 그냥 예금통장 수준이었다.
당장에야 예쁜 옷, 신발, 가방을 사고 싶고, 머리도 멋지구리하게 하고 피부를 팅글탱글 하게 맹글어 준다는 명품 화장품도 쓰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런 돈을 쪼개어 적금을 들었다. 편입공부를 하고 있는 동생의 등록금을 위해 조금, 퇴직금.연금 하나 없이 죽어라 가사일에 시달리는 엄마를 위해 조금, 집안에 큰 행사를 대비하여 조금, 나에 꿈을 위해 많이....
물론 나는 돈에 환장한 사람은 아니다. 나를 또 내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 돈의 위력을 잘 알기에 아끼고 아껴쓰고 있다. 누구처럼 돈만 모으려다 추억하나 없는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돈을 모으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지금의 이런 구질구질한 나의 모습 따위는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