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합리성 대우학술총서 구간 - 과학/기술(번역) 112
뉴턴 스미스 지음, 양형진 옮김 / 민음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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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생각보다 좋은 책이다. 처음엔 저자인 뉴턴-스미스가 누구인지 몰라서 별 기대없이 읽었지만, 과학철학에서 이론의 합리성에 대해서 이 책은 상대적으로 넓은 범주를 간명하고 정확하게 다룬다. 여기서 정확하다는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고 읽어볼만 하다. 저자인 뉴턴-스미스는 과학철학에서 논쟁이 되어온 문제 가운데 '합리성' 개념을 고찰한다. 그것은 관찰과 이론, 그리고 진리의 문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특히, 과학이 오늘날처럼 높은 위상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점에서 과학의 합리성은 어떻게 정당화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임이 당연하다.

따라서 저자는 과학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포퍼, 라카토스, 토마스 쿤, 파이어아벤트를 다룬다. 포퍼와 라카토스는 합리주의자에 가깝다. 그러나 쿤과 파이어아벤트는 과학에 대한 믿음이 정당화될 수 없으며, 진리의 객관성이라든가 증거의 역할, 의미의 불변성과 관련하여 지지될 수 없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적 방법이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이론의 공약 불가능성이나 진리 근접성과 같은 문제를 통해 결국은 스스로를 온건한 합리주의자로 규정한다. 과학은 목표가 있고 주어진 근거에 비추어 경쟁하는 이론들을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재론에서 인식론적 요소가 얼마나 규명될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적어도 숙고할 여지를 넘겨준다. 따라서 과학철학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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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철학의 문제들 대우학술총서 신간 - 과학/기술(논저) 442
조인래 외 / 아르케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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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에서 과학철학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출판한 몇 안되는 과학철학 책 가운데 하나이다. 다섯 명의 저자는 이 책에 다섯 편의 논문을 통해 과학철학의 현재적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다섯 가지는 '과학적 방법: 입증의 개념', '반증과 반증주의', '과학적 설명', '과학적 실재론', '과학의 합리성'이다. 물론 과학철학의 문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이 책은 과학철학에 기본적 상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다소 다가가기 어려운 책이다. 그만큼 어렵고 많은 논리기호들이 있다. 또한 이 논문집은 과학철학의 문제들을 단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들이 그들의 의견과 주장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과학철학자 및 그들의 이론과 논쟁점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기본적인 과학철학자란 굿맨이나 헴펠, 반 프라센, 필립 키쳐에까지 이른다. 나 역시 여기서 처음보는 이론들을 많이 접했다. 상당히 난해하긴 했지만, 그만큼 공부하고 싶은 열정이 또 생겼다. 과학철학의 핵심을 말하고 있는듯 하지만 초보자들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학철학에 대한 입문서를 충분히 숙독하고 이 책을 읽어보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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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 - 탈주와 회귀 사이에서, 오늘의 지성을 찾아서 1
이정우 지음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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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이정우 선생님이 근래의 일련의 강의록, 즉 '시뮬라크르의 시대', '삶, 죽음, 운명' 등등의 강의록에 앞서 출간했던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가능성의 타진이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동양철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푸코와 들뢰즈 등을 통해서 다시 우리의 뿌리로 회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1장에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시작으로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도 다루는데, 둘 다 실제로 굉장한 영화일 뿐더러, 이정우 선생님의 해설 역시 재미있다. 그리고, 2장부터는 감성적 언표나 기 개념을 통해 그의 동아시아 담론의 틀을 보여준다. 그는 우리의 담론사의 위상을 다음처럼 생각한다. '서구에서의 근대/탈근대 논의가 제공한 사유틀과 우리의 전통 현대라는 사유 내용을 자생적으로 통합하는 것'(84쪽). 그 이후에 3장에서 우리의 자랑인 다산의 철학을 다루며, 다시 지금의 문체로 돌아와 현대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각각의 논의들은 물론 해당 방면의 전공자들보다는 미약한 점이 있겠지만, 매끄럽다. 주목해볼 만 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의 엮음은 다소 거칠다. 어떤 구심점이 그 당시에는 없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자신의 전공을 벗어나면 그 깊이가 얕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이러한 점을 감수하면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정초하려는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앞으로도 이런 통괄적인 주체를 다뤄서 더 빼어난 이정표를 남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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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TEPS 강좌
김현옥 지음 / 조선일보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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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일보에 연재된 TEPS 강좌를 묶어서 책으로 펴낸 것이다. 가끔식 그 연재를 본 적이 있는데 재밌는것 같아 책으로 구입해서 읽었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사서 보니 다소 쉬웠다. 그리고 실용적인 상황에서의 의미 해석이나 단어의 사용을 다루고 있었다. 즉, 한국인이 혼동할 수 있는 영어단어를 '이럴 때는 이것을 사용한다'는 식으로 짚어주고 있다. 맥락을 통해서 의미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TEPS 듣기의 파트 1과 파트2, 혹은 파트3에까지 걸쳐있는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듣기의 맥락을 이해하고자 하는 초보자 분들은 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테잎도 같이 들어 있으니까 반복 청취하며 들은 후, 좀 더 고난이도의 문제집을 택해 실전문제를 풀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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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리.역사 현대사상의 모험 28
힐러리.파트남 / 민음사 / 198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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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퍼트남은 '통 속의 두뇌'에 대한 가설을 통해 형이상학적 실재론과 전체적 상대주의라는 두 입장을 비판하고, 제3의 입장인 내재적 실재론internal realism이라는 입장을 옹호한다. 논자는 여기에 아주 동의한다. 즉 이 입장은 진리를 말이나 사고와 외적 대상들간에 성립되는 일종의 대응관계correspondence로 보기 때문이다. 내재적 실재론에 의하면 진리란 실재 또는 사실과의 대응으로 간주될 수 없다. 오히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리인지를 판가름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소위 합리적 수용가능성rational acceptability의 기준이다. 합리적 수용가능성의 기준은 비상대적인 진리의 개념을 합리적 탐구의 이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우리가 믿을 필요가 있는 세계는 우리의 합리적 탐구에 대하여 외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으로internally 있는 세계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런 점은 이성과 진리의 초역사성이나 역사성 모두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인식과 사고의 선제조건은 그것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의미에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과 사고를 가능하게 한 물리적 조건이나 인지적인 기능을 통해서 보완되어야 한다. 반성은 그 스스로의 논리적 전제를 결코 깰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모색해야 하는 것이 이 방법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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