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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리.역사 ㅣ 현대사상의 모험 28
힐러리.파트남 / 민음사 / 198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퍼트남은 '통 속의 두뇌'에 대한 가설을 통해 형이상학적 실재론과 전체적 상대주의라는 두 입장을 비판하고, 제3의 입장인 내재적 실재론internal realism이라는 입장을 옹호한다. 논자는 여기에 아주 동의한다. 즉 이 입장은 진리를 말이나 사고와 외적 대상들간에 성립되는 일종의 대응관계correspondence로 보기 때문이다. 내재적 실재론에 의하면 진리란 실재 또는 사실과의 대응으로 간주될 수 없다. 오히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리인지를 판가름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소위 합리적 수용가능성rational acceptability의 기준이다. 합리적 수용가능성의 기준은 비상대적인 진리의 개념을 합리적 탐구의 이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우리가 믿을 필요가 있는 세계는 우리의 합리적 탐구에 대하여 외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으로internally 있는 세계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런 점은 이성과 진리의 초역사성이나 역사성 모두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인식과 사고의 선제조건은 그것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의미에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과 사고를 가능하게 한 물리적 조건이나 인지적인 기능을 통해서 보완되어야 한다. 반성은 그 스스로의 논리적 전제를 결코 깰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모색해야 하는 것이 이 방법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