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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 - 탈주와 회귀 사이에서, 오늘의 지성을 찾아서 1
이정우 지음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이정우 선생님이 근래의 일련의 강의록, 즉 '시뮬라크르의 시대', '삶, 죽음, 운명' 등등의 강의록에 앞서 출간했던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가능성의 타진이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동양철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푸코와 들뢰즈 등을 통해서 다시 우리의 뿌리로 회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1장에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시작으로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도 다루는데, 둘 다 실제로 굉장한 영화일 뿐더러, 이정우 선생님의 해설 역시 재미있다. 그리고, 2장부터는 감성적 언표나 기 개념을 통해 그의 동아시아 담론의 틀을 보여준다. 그는 우리의 담론사의 위상을 다음처럼 생각한다. '서구에서의 근대/탈근대 논의가 제공한 사유틀과 우리의 전통 현대라는 사유 내용을 자생적으로 통합하는 것'(84쪽). 그 이후에 3장에서 우리의 자랑인 다산의 철학을 다루며, 다시 지금의 문체로 돌아와 현대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각각의 논의들은 물론 해당 방면의 전공자들보다는 미약한 점이 있겠지만, 매끄럽다. 주목해볼 만 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의 엮음은 다소 거칠다. 어떤 구심점이 그 당시에는 없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자신의 전공을 벗어나면 그 깊이가 얕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이러한 점을 감수하면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정초하려는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앞으로도 이런 통괄적인 주체를 다뤄서 더 빼어난 이정표를 남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