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김예슬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예슬씨 용기는 어떠한 이유로도 비판받을 수 없을 것 같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 미국, 미국 문화 읽기
강인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아이패드와 관련된 기사를 봤다. 오마이뉴스의 강인규 기자라는데 꽤나 지적이고 수준높은 기사였다.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view.html?cateid=1046&newsid=20100501182507010&p=ohmynews

 

흠...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봤더니, 미국문화에 대한 책이 한권 있었다.

바로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라는 책이다. 이런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의심없이 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일요일 오전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조명삼아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 재밌는 책 읽는 맛이 달콤했다.

 

기호학과 미디어를 전공했으며, 10년이 넘게 미국에서 살고 있는 위스콘신대학교 강사 강인규 씨는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수려한 문장과 위트, 역사와 사회학을 넘나드는 지식, 균형잡힌 관점도 마음에 들었다. 스타벅스로 시작해서 스타벅스로 끝낸 에피소드의 구성도 다 읽고 난 독자에게 가벼운 미소를 선사한다.

책 제목은 아마도 출판사에서 지은 것 같은데, 좀 더 괜찮은 제목들이 많이 있었을텐데 다소 아쉽다.

(책 내용이 제목보다 훌륭하다는 뜻이다.)

 

- 스타벅스 이용법의 차이 : 미국과 한국의 경우. / 미국은 철저하게 계산된 무관심 속에서 개인적인 할 일을 하는 공간인 반면,

                                                                   한국의 스타벅스는 다방의 전통에 따라 시끌벅적 대화하는 공간이다.

 

- 미국인들의 동거와 결혼 : 미국정부의 통계를 보면 미국인 1000만명 이상이 동거 중인데,

 평균 2년을 동거한 후 40퍼센트는 결혼, 40퍼센트는 결별, 나머지 20퍼센트는 동거를 지속한다고 한다.

  그런데 동거가 결혼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 미국의 자동차 문화 : 미국의 고속도로가 본격적으로 건설된 것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전쟁때 독일의 도로망을 보고 온 후라고.

  그래서 미국의 주간(interstate) 도로 시스템 이름에는 아이젠 하워가 붙어있다고 한다.

  자동차 문화가 가져온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주거문화로 도시외곽에 주거지역을 말하는 서버비아(suburbia)라고 한다.

 

- 미국인의 위생관념은 생각보다 철저하다. 일본만 그럴줄 알았는데, 특히 911 이후로 더더욱 심해졌다나?

  재채기를 할때 손으로 막으면 안된다고 한다. 막지말라는 것이 아니라 손이 아닌 팔뚝으로 막아야 한단다.

 

- 남자 화장실에서 보여지는 대인거리를 통해 비교문화학을 펼쳐보이고, 슈퍼볼에 얽힌 문화사회학적 의미를 드러낸다.

 

- 패스트푸드와 비만 / 영화 "슈퍼사이즈 미"와 나 역시 극찬한 바 있는 "패스트푸드의 제국"에 대한 내용이다.

 

- 미국의 복잡한 선거제도를 소개하고, 그 역사적 이유를 밝힌다.

 

- 재즈의 역사 / 딕시랜드 - 스윙 - 비밥 - 쿨 재즈 - 프리재즈 , 퓨전 재즈 에 대해서.

 

- 장애인 복지 / 일반적인 의료복지 등은 최악인데 비해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높은 나라 미국.

                     1990년에 통과된 장애인 보호법 때문이며, 안그랬을 것 같은데 이 법은 공화당 아버지 부시 때 발의된 법이란다.

                   / 그리고 공공도서관도 부러운데 1만 6천 500개 있단다.

 

- 총기문화 /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보여지듯 미국에서는 작은 정부와 큰 개인, 신성불가침의 자본이 총기문화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게

                 얽혀있다고 한다. 찰턴 헤스턴은 2008년 4월에 죽어서야 손에서 총을 빼앗겼다고....

 

- 성 패트릭 데이 / 아일랜드 사람들이 어떻게 미국에 건너와서 차별을 받았는지,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알려준다.

  샴록이라는 세잎클로버는 성 패트릭을 상징하는 이미지이다. 보스턴 셀틱스의 그 클로버 말이다.

 

- 미국의 의약 난민 / 영화 식코에서 보여지듯 미국의 의료체계의 공공성 부재가 아픈 미국인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 할로윈의 호박이 원래 유럽에서는 무 였다고 한다. ㅋ

 

- 유태인들 / 욤 키푸르(속죄의 날)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샌디 쿠펙스나 숀 그린이 경기를 빼먹던데... 그 이야기가 자세하다.

 

- 언론의 자유? / 언론사의 자유? -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은 미국의 상황을 만들려고 안달이다.

                       돈있는 자를 화나게 하면 안되는 선에서의 언론의 자유를...

 

- 종교와 정치가 합쳐진 나라 / 정치를 신의 뜻대로 하는 미국의 현실. 이기적 유전자의 도킨스가 개탄하던 모습이다.

 

- 미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에 대한 고찰 / 연예인들과 정치가들의 성향에 대한 이야기

 

- 엘리트론 뒤집어 보기 / uncommon in common. 

  엘리트가 수만명을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실어줘서 엘리트가 되었다는 것. 그 관계의 재설정에 대한 이야기.

 

- 의료체계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 / 추수감사절 이야기 / 미국 적응기

 

- 스타벅스 인어의 모습 변화와 로고라는 기호에 얽힌 이야기들 /

  스타벅은 모비딕에 나온 일등 항해사 이름이고, 인어는 15세기에서 유래한 두꼬리 세이렌으로 유럽에서 오래전 부터 사용되던 이미지.

  원래 이미지에서 가슴을 머리로 가리고, 배꼽을 지우고, 벌린 다리는 감춘 모양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자녀 혁명 - 아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메들린 케인 지음, 이한중 옮김 / 북키앙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하필이면 <무자녀 혁명>의 서평을 어린이 날에 쓰게 되다니...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주제의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은 아마도 코린느 마이어의 <No Kid :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40가지 이유가 다소 감정적이라면, <무자녀 혁명 : 아이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서 매들린 케인은 좀 더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아이로 부터 자유로운 (Childfree) 삶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을 번갈아 읽으면서 너무나 당연한 생각들에 대해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또 다시 배운다.  

인류의 탄생이래 아이를 갖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의 시각은 언제나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봐도 어느 종이든 번성을 위해 노력한다. 지구라는 별에서 인간은 가장 성공적으로 번성한 종이다. 다른 생명체가 멸종되거나 말거나 인간들은 60억명이 넘게 지구상에서 복작복작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틀로 대두되고 있는 진화심리학도 생존과 번성과 같은 생물학적 명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그랬다던가? 생물학은 운명이라고....

이 두 책의 여성 저자들은 자녀를 갖거나 갖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아니... 자녀를 갖거나  갖지 않는 것이 선택이라고? 인간이라는 종으로서의 신성한 의무를 팽개치는 불경하고 이기적인 생각아닌가?"

그런데 사실....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지나칠 정도로 번성했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을 망쳐가고 있으니, 더 이상 종의 번성이라는 생물학적 명령에 의심없이 복종할 이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 대전제를 조금 흔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이낳기에 대한 굳건한 생각들이 편견임이 드러나게 된다.  

길게 뜸들일 것 뭐 있는가? 저자가 165페이지에서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의 긍정적인 면을 농축해서 정리해 두었으니 한번 보자.

- 내 생각에 우리가 무자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계속 갖는 것은 긍정적인 면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중략..... 충분히 직업적인 성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 배우자와의 친밀감,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시간적으로 압박이 없다는 것, 나쁜 엄마가 된다거나 속썩이는 아이를 두는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 자유로운 시간 덕분에 추구할 수 있는 영적 성장, 너무 난폭하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사랑하는 아이를 기를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 같은 것들이다. - 165P

아이가 없으면 편하고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자기의 일에서 좀더 성공을 거둘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누가 모를까?

그렇지만, 여성들이 타고 난 모성은? 인류의 미래는? 노년에 외로울텐데? 이기적인 것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165페이지에서 나열하듯 단순한 느낌으로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질문들에 대해서는 근거를 가지고 대처하고 있다.

모성이 여성성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은 오랜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고 근거들이 있다.

인류의 미래는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개체수가 줄어들어야 미래가 밝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노인들의 행복감을 비교해 보건대 아이의 유무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는 논문을 소개한다.

사회는 아이를 가진 여성들에 대해서 호의적이기에 무자녀 여성들은 이기적이라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며,생태학적인 측면이나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저자는 책에서 무자녀 혁명에 동참하는 여성들을 분류한다.

무자녀에 대한 확신을 가진 여성들, 종교적인 이유(수녀 등), 환경을 위한 대의를 위해서....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자녀 여성들.

질병과 동성애, 불임 때문에 아이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여성들.

유년의 경험, 도적적인 규범, 아이있는 배우자와의 결혼을 통해, 살다보니 아이를 갖지 않게 된 여성들이 그들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들은 오랜 역사를 지닌 사회적 압박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가진 여성들은 무자녀 여성들에 대해서 사회가 실어주는 힘을 바탕으로 우월감을 가지게 되고, 세금이나 잔업 등에 있어서도 무자녀 여성들은 일종의 차별을 받고 있다.

메들린 케인은 이러한 차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근거가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이야기 한다. 자녀를 갖는 것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며, 그러한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자녀를 낳아 키우는 행위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도 코린느 마이어도 자녀를 두고 있는 여성들이다. 다만 무자녀에 대한 관용의 폭은 늘어나야 하고, 차별도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들은 귀담아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희대의 희극인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란다.

 

나도 20세가 채 되기도 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다. 배낭여행을 갔을 때의 일인데...

스위스인가? 독일인가? 스위스에 가까운 독일인가? 독일에 가까운 스위스인가? 어쨌든....

길을 가고 있는데 고개를 넘으니 기막히게 아름다운 풀밭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와~ 이건...

여행사에서 사진작가의 협의도 없이 세계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넣어 만든 홍보용 달력이 그대로 눈앞에 있다.

나와 친구는 배낭에 있던 점심거리를 바로 이 달력 속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성큼성큼 풀밭에 들어가서 판쵸를 넓게 펴고, 자리를 잡았다.

뜬금없고 운이 좋게도 전라의 여인이 끼어든다면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이 되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멀리서 본 풀밭은 그렇게도 아름다웠으나, 직접 들어 간 풀밭에는 똥이 많았다.

양이나 말, 개나 소 혹은 사람 따위의 포유류나 들쥐, 두더쥐, 가출한 집쥐,

산골짜기에서 소풍 온 다람쥐 따위의 설치류들이 싸놓은 똥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배낭 여행객이야 수퍼마켓에서 골라 배낭에 넣은 빵쪼가리와 요거트, 쥬스 등을 먹지만,

파리를 비롯한 수많은 곤충은 중식으로 널려있는 X을 섭취하려 저공비행 중이다.

게다가 경운기같은 것을 타고 길가던 농부 한 명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호통을 친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농부의 완고한 억양에 나와 친구는 서둘러 달력 속에서 빠져 나오고 만다.

 

서론이 길었다.

젊은 직장인 유재인씨가 지은 '위풍당당 개청춘'은 바로 이런 내용의 책이다.

아무리 스펙쌓기 경쟁을 해도, 구조적으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20대에게

직장생활이란 달력 속에 펼쳐져 있는 황홀한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야기 한 것과 같이 풀밭에는 똥이 많은 법~!

"위풍당당 개청춘"은 달력 속 풍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똥, 똥파리의 저공비행, 농부의 호통 등)을 코믹하고, 기막히게 그려내고 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풀어내는 방식은 아주 명랑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극히 애잔하다.

답답하고 슬픈 현실을 명랑하고 코믹하게 그려내는 속에 애잔하고 짠한 분위기가 있는 복잡한 구조의 책이다.

그리고 직장생활에 대한 작가의 자세는 바로 내가 직장에 대해 가진 태도와 90%이상 일치한다.

난 이 책을 읽으며 행보다 행간에서 많은 공감을 했고, 내가 가졌던 '명랑'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반성도 많이 했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20대라는 이유만으로 88만원 세대라는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

작가는 직장을 잡기위해 여러 해 구직자로 애는 썼으되, 현재는 공사라는 일종의 가장 멋진 달력 풍경에 들어 와 있다.

'행정'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따분한 일상에 쩔어 있지만, 직장 생활이 주는 안락함 역시 선뜻 버리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다.

회사 생활에 대해서 커다란 야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기본적인 자존심은 가지고 일하는 직장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접하는 진정한 88만원 상황에 처한 독자들은 작가가 얄미울 것이고, (아니, 좋은 대학나와서 공사 들어간 사람이?)

늙수그레 어르신들은 작가가 가진 무딘 현실 감각을 탓할지도 모르겠다.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남의 돈 먹기가 쉬워 어디?)

 

하지만,

이 책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는 직장생활이 사실은 구린내도 나고, 근본적으로 삶을 파먹는 비루한 구석이 있다는 진실을 알려준다.

"어떤 일을 하건 안망하는 회사에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만이 진리"라는 거짓이나 참인 듯 회자되는 상식에 일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금융위기와 고용난, 청년실업문제 같은 것들보다 더 근본적인 고민이다.

직장생활을 아름답게만 보는 젊은이들과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은 없는 것으로 보는 어르신들 사이에 낀 30~40대들은

근본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삶의 형태를 고민하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 고달프고, 비루한 삶의 형태만을 미래의 세대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저자는 굉장한 수준의 유머감각이 있고 (특히 여성들이 갖기 힘든 종목의 유머에도 탁월하다.), 매우 지적이고, 동시에 자유분방하다.

'행정'에 몰입하기에는 아까운 종류의 자질이 있다는 것이고, 그 자질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결국 뚫고 나왔다.(출판사에 의해 발굴됨.)

(비록 출판사는 이 책을 고민을 지닌 직장인들이 아닌 88만원 세대를 타겟으로 어필하는 마케팅적 실수를 범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행정'에서 벗어나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더많은 공감을 주는 작품을 더 써 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10-04-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런 책도 읽으시고. 의외십니다.
남의 블로그 글 읽는 기분으로 큭큭거리면서 읽다가, 공감도 하게 되고, 뭐 그런 책이었죠. ㅎㅎㅎ 저도 꽤 즐겁게 읽었었던. ㅎㅎㅎ

동녘새벽 2010-04-13 08:04   좋아요 0 | URL
ㅋ 작가와 작가 남편 블로그를 찾아냈다는... ㅋ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 사놓은 책. U2 보노의 추천으로 시작하는 책.
나는 이 책을 하루에 한 챕터씩 읽는 방식으로 책상 위에 오래 두고 읽었다. 

저자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매우 이상적인 사람이다.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에다 볼리비아와 폴란드, 러시아, 중국 등에서 활약하여 경제학자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마치 경제학 분야의 히딩크와 같은 인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이후로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세상의 빈곤을 몰아내기 위한 좋은 일에 그의 에너지와 능력을 사용한다.  

그는 이성을 믿으며, 그것이 가져올 역사의 변증법적 발전을 굳게 신봉한다. 그래서 그가 발전경제학이라는 분야를 공부하는지도 모르겠다. 550페이지가 넘는 책 곳곳에 배어있는 그의 인간적인 따뜻함과 정의로운 행동. 그러한 가치들의 촉구는 정말 대단하게 보인다.

그런데, 명석한 저널리스트인 나오미 클라인은 그녀의 명저 "쇼크 독트린"에서 제프리 삭스를 맹렬히 비난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삭스와 클라인의 차이가 어디에 기인하는 지를 생각해 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과 인간미를 바탕으로 선한 자본주의는 가능하다. vs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재앙이자 악이다.

삭스는 선한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는 쪽이다. 비록 그는 이 책에서 브레턴우즈 체제를 대표하는 국제기구들(세계은행이나 IMF)의 빈곤국 지원 행태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와 시장,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변수를 고려하고는 있으나 내가 보기에 그의 생각들은 매우 선형적(linear)이다. 경제 발전과 그로 인한 풍요에 대한 믿음이 있고, 그 발전의 단계는 대체로 하나의 길로 귀결된다.

빈곤국은 발전의 사다리에 첫발을 내딛여야 절대적인 빈곤을 이겨낼 수 있으며, 사다리를 먼저 오른 선진국들은 극단적 빈곤국들이 지닌 부채를 탕감해 주고, 국가 GDP의 0.7% 정도를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무런 조건없는 부채탕감이나 무상원조? 이러한 논리는 시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반시장적이고 현실적으로도 선진국들의 단기적 이익에 반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프리 삭스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의 주장은 역시 '이익'에 근거하고 있다.

제프리 삭스는 세계대전으로 인해 초토화된 유럽을 재건하기 위해 실행한 마셜플랜 같은 대외정책이 장기적인 결과로는 미국에 그리고 각각의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비록, 마셜플랜이 입안되고 실행될 수 있었던 배경이 (미국과 유럽의 문화적 인종적 동질성, 이데올로기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냉전시대 상황)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 나오미 클라인의 입장을 살펴보자. 그녀가 보기에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재앙이다. 그런 그녀에게 인간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선한 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외치고 행동하는 제프리 삭스는 밀턴 프리드먼이나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네오콘 들보다 오히려 더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아마도 아름다운 포장지에 쌓여있는 대량살상무기 같았을 것이다. 

나는 나오미 클라인의 입장에 좀 더 동의한다. 제프리 삭스가 냉전시대에 IMF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처방전으로 남미와 동유럽, 러시아, 중국 등에서 수행한 시술들에 의해서 세상은 균형을 잃은 측면이 있다. (이러한 행적은 사실 "빈곤의 종말"의 메인 테마는 아니다.) 시간이 꽤 지나서 그가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처방한 '쇼크'의 상흔이 아물어 가긴 한다지만, 그 쇼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내 '쇼크'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소 억울해 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가 얻는 개인적 명성도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는 시대적 패러다임에 가장 적합한 "인재"였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다. 보통 시대를 앞서가는 정도의 천재성을 지닌 사람들은 살아서 홀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삭스가 볼리비아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처방을 한 후 발전을 원하는 수많은 나라에 불려 다녔다. 그가 한 경제적 처방이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그의 명성은 신자유주의의에 의해 보호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 나온 제프리 삭스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밀레니엄 프로젝트(2025년까지 지구에서 절대적 빈곤을 끝내자는 프로젝트)에 쏟는 노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 빈곤을 끝내기 위해서 그가 추진하는 방식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대체로 현실적으로 적합하고, 힘이 있다. 빈곤을 끝내려는 여러가지 방법 중 유력한 하나이다.

여러 맥락을 제외하고, 책 자체에 대해서만 평가해 봐도, 이 책은 매우 친절하고 잘 구성되어 있다.언제 읽을 지 모르겠지만 그의 최근작 [커먼웰스: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도 구매할 예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