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상의 아리스 - S큐브
마사토 마키 지음, 후카히레 그림, 문기업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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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미세먼지의 습격은 우리들의 일상을 바꾸어놓고 있다. 하루라도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린 봄날의 우울한 일상!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챙겨야하는 엄마의 분주한 손! 쓰러져 있던 세월호가 오랜 세월 후에 다시 똑바로 서버렸지만, 아직도 그분들과 우리들 마음의 상처는 치유될 길이 없어보인다. 국회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말 짜증나는 집단들의 농성장이 되어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일쑤고... 남북에 부는 훈풍을 제외하면 어느것 하나 맘 편하고 즐거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요즈음이다.


이런 짜증나는 현실을 벗어나고픈 마음! 나만의 생각일까? 역시나 몇가지 해결 방법이 있을것 같다. 모든걸 잠시 잊고 먼 나라로 어디로든 무작정 떠나보는것, 현실의 나를 잊고 잠시 새로운 공간에서 나를 다시 만나보는 것. 혹은 그럴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요즘 한창 인기넘치는 때려부수고 터질것 같이 질주하는 영화 한편에 몸을 맡겨보거나... 작은 책 한 권에 빠져 이 세계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경험하거나, 순수한 사랑에 몸을 담궈보는 일?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은가?


네가 나의 마음속 고동을 찾았다! 


만화속에서 튀어 나왔음직한 신비한 소녀가 바닷가 근처 철로위에 맨발로 선 풍경이 있다. '아리스', 그녀의 이름은 아리스다. 이 책 <폐선상의 아리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물론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유즈리하 로우, 열일곱살 로우! 로우와 아리스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미세먼지로 찌든, 봄날의 우울한 일상에 한줄기 빗방울을 내린다. 자 이제 우리 모두 순수해질 시간이다. 만난적 없는 갑작스런 친아버지의 호출, 무인도에 가지고 갈 단 한 권의 책만 가지고 자신에게 오라는 친부의 편지를 받고 현실을 벗어나려고 하듯 집을 뛰쳐나간 로우, 그리고 도쿄를 떠나가는 옆차표와 함께 로우는 에헤메현의 작은 항구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폐선상의 아리스>에서 폐선의 의미는 바로 폐선(廢線), Railway 였다. 지금까지 낡은 버려진 배가 폐선의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걸까? 어쨌든 마을에 도착한 로우는 자신을 불러준 아버지가 없는 빈 집에서 지내게 된다. 다행히 나나미 같은 친구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러던 로우에게 우연히 폐선에서 마주친 아리스의 존재는 신비함과 함께 사랑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들로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나나미에게서 폐선 위에 유령이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아리스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더 커져간다. 물론 특별할 감정도 역시 점점 더 커져간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책의 중간중간 담겨진 일러스트들이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캐릭터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만화속을 휘집고 다닐듯한, 아리스를 비롯한 로우, 나나미... 의 매력적인 모습들이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있는듯 이야기에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남모를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청춘을 상징하는 로우, 그런 로우를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아리스, 이 둘의 순수한 로맨스가 읽는 내내 설렘을 담고 있는 작은 떨림처럼 다가온다. 마사토 마키는 작품의 후기에게 순수한 청춘 러브스토리가 처음이라 긴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처음임에도 참 근사하고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몰입하게 만들고 마무리까지 멋졌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정, 사랑, 그리고 상처와 이별! 청춘이 가진 키워드가 물론 이것만이 다가 아닐지라도 이런 것들이 청춘의 주요 키워드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들의 어긋난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을 것이고, 자신도 모르는 끌림이 어쩌면 청춘이 가진 특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실패도 하고 상처가 나기도 하고 또 흔들리는 사랑 속에서 진정한 것들을 깨우쳐 가는 멋진 시간일 것이다. 로우에게도 그 시간을 찬란하면서도 아프기도 하겠지만 잘 헤쳐나갈 거라 생각된다. 잘 만든 에니메이션 한 편과 만난듯, 책 속 영상들이 눈 앞에 선하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순수한 사랑이야기에 잠시 눈감고 귀기울이는 멋진 시간을 선물 받아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반가웠어 로우, 그리고 아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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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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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의 또 다른 말이다!' 미야모토 테루와의 첫 만남, '환상의 빛'과의 만남에서 이런 말로 책의 마지막을 정리했었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중 하나라는 찬사와 함께 했던 '환상의 빛'! 죽음과 함께하는 환상적인 빛이 아니라, 삶을 더 환하게 비쳐줄, 희망이 되어줄 빛의 모습으로 조금은 독특했던 미야모토 테루의 특별한 단편들과 만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오랫만에 다시만나는 일본 서정 문학의 진수, 미야모토 테루! 이번에는 또 어떤 감동과 여운을 전해줄지 기대로 맘이 설렌다.


40억엔이 넘는 어마어마한 유산을 하루아침에 상속 받게 된 오바타 겐야의 모험? 아닌 미스터리한 모험이 시작된다. 미국에서 친척 하나 없이 혼자 살던 기쿠에 올컷이 일본 여행중에 사망하게 된다. 사망 사실이 겐야에게 알려지게 되고 겐야는 고모의 장례절차를 마무리하고 로스엔젤레스로 향하게 된다. 고모의 고문 변호사인 수잔 모리와 만난 겐야는 고모가 자신에게 유산을 상속했다는 사실을 듣게된다. 하지만 유언장에는 마지막 다섯줄이 삭제되었는데, 문제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굳이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의 장르를 구분하자면 아마도 미스터리라고 불릴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서정 문학의 진수'라 불리는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이기에 단순히 미스터리 라는 장르로 한계짓는것도 무리가 있을것 같다. 읽는 내내 잔잔하고 한적한 호수 옆 가로수길을 걷는 뒤쳐지는 풀과 나무, 흙 내음까지 가슴속으로 향기를 뿜어내고 따스한 햇볕에 온몸을 맡기듯 나른한 다사로움과 함께하는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문제의 마지막 유언장의 삭제된 다섯줄은 바로, 기쿠에 고모의 죽은 딸 레일라에 관한 내용이다. 유언장의 지워진 부분에는 '만약 레일라를 찾게되면 겐야에게 물려준 유산의 70%를 레일라에게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겐야는 레일라가 여섯살때 백혈병으로 죽었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일라는 죽은게 아니라 여섯살에 대형마트에서 실종된 것이었고, 만약 그녀가 살아있다면 지금 33살이 되었을 것이다. 겐야는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유산의 무게를 조금은 덜고자 지금도 행방이 묘연한 레일라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탐정을 고용해 레일라를 찾기에 이른다.


겐야는 기쿠에 고모가 살던 저택에서 레일라의 실종에 관한 비밀의 단서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된다. 고모의 비밀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의문의 편지들, 그리고 노트북의 비밀번호, 그리고 고모가 감추어 놓을 듯한 하나하나의 작은 단서들로 레일라의 실종에 관한 비밀들에 한 걸음 다가가게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기쿠에 고모의 비극적인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레일라의 실종 미스터리를 쫓아가는 여정,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예상치 못한 반전! 미스터리의 재미가 잔잔함속에 담겨진다.


'꽃에도, 풀에도, 나무에도 마음이 있단다. 거짓말 같으면 진심으로 말을 걸어보렴. 식물들은 칭찬받고 싶어 한단다. 그러니 마음을 담아 칭찬해주는 거야. 그러면 반드시 응해올 거야.' - P. 158 -  


죽음, 상실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냈던 '환상의 빛', 그리고 실종이라는 미스터리를 풀어내면서도 그 속에 담긴 삶과 또 다른 희망을 그려낸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다르지만 묘하게 닮아있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쓸쓸함이라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바닥에 깔아두고, 불가항력적인 운명의 굴레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내려놓지 않는 삶의 모습들로, 어떤면으로는 경건함마저 갖게하는 무언의 힘을 두 작품 모두에서 느낄 수가 있다. 어둠속에서 더욱 빛나는 '빛'을 그려내는 힘! 미야모토 테루의 특별함이 아닐까?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선택의 이야기! 기분좋은 향기와 운명을 스스로 여는 삶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인 그런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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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너였다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하태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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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잡은 두 손, 그 곁은 지나는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흩날리는 눈꽃?, 아니 주변의 불빛이 영롱히 빛나는듯한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가 인상적이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라는 제목 역시 시선을 사로 잡는다. 사랑이 세상의 중심이었던, 삶의 모든 것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랑하는 그녀가 서 있었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그래 정말 그땐 그랬다. 많은 시간이 겹겹이 쌓이고 그 오래전 추억의 시간들로 그녀의 모습을 사라져버린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그런 때도 분명 있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너 그 자체였음을

절대 잊지 말고 살아.


너는 그 순간순간에

너도 모르게 단단해진,

행복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사람이니까.    - '모든 순간이 너 그 자체였음을' 中에서 -


사랑으로부터의 공감, 이별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작은 위로가 담긴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그렇게 힘들었던 어깨를 내려놓고, 무거웠던 마음을 달래고, 바삐 달리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이 시간을, 그리고 너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잠시 쿵쾅거리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전의 시간들을 지금의 시간까지 내려놓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내려다보는 그런 시간을 선물해준다.




누군가는 사랑에 대해 듣고 있고, 또 누군가는 일상의 힘겨움에 대해서, 또 누군가는 사람과의 관계속 어려움에 대해서 조언을 건넨다. 온전히 사랑에 대해서 쓰고 있지만, 듣는 이에 따라서 사랑의 상처에 외로를 받기도 하고, 삶의 지친 어깨를 잠시 쉬어갈 넓은 등이 되어주기도 하고, 다시금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갈 작은 용기를 건네주기도 한다. 작은 언어들의 유희속에서 커다란 희망의, 다시걸어갈 힘찬 발걸음을 선물받기도 한다.


언제까지

아직 보지도 못한 뒷일 걱정으로

오늘을 살 걱정인 거예요.

지금 당장 즐거운 일을 해야죠. - '가끔은 걱정은 내려놓고 멋대로 살아봐요' 中에서 -


누군가에게 '너'는 사랑하는 연인, 혹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그런 사람일테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너'는 바로 가족이다. 지치고 아프고 상처 받는 힘겨운 나날 속에서도 그것들을 이겨내고 견뎌내는 힘이 바로 가족인 것이다. 무너져 버릴것 같다가도 떠오르는 그 얼굴들로 인해 결코 무너질수 없음을, 다시금 걸어갈 힘을 얻게되는 것! 어쩌면 <모든 순간이 너였다>속 '너'는 바로 나의 '가족' 같은, 모든 순간에 존재하는 힘이자, 믿음이자, 희망 같은 것이 아닐까?





나의 모든 순간은 너였어.


사랑했던 때도,

아파했던 때도,

이별했던 그 순간까지도


너는 나의 세상이자

모든 순간이었어.


나는 이제 네가 없으면

내 지금까지의 삶을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 '모든 순간이 너였다 -


모든 걱정은 잠시 내려놓기를, 둘만의 계절이 시작되던 순간, 지친 하루의 끝에서, 안녕~나의 모든 순간!... 이렇게 모두 4장에 걸쳐,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우리에게, 그리고 많은 생각속에 잠긴 그대들에게 작가는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오늘도 또 누군가는 삶의 고민속에,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또는 사랑의 아픔으로 힘겨워하고 아파할 것이다. 토닥토닥, 그런 이들에게 이 작품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저는 이 책이 이 세상의 모든 감정과 모든 관계들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게 되었으면 합니다' 라고 말하는 작가 하태완! 오늘 하루도 삶으로 사랑으로 아파하고 힘겨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이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래본다. 책속을 가득채운 마음 따스해지는 예쁜 그림들처럼, 보는 이들이, 읽는 이들이, 이 책을 듣는 모든 이들이 지금 이 순간을 보다나은 내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되어줄테니까 말이다. 반짝이는 순간들을, 그리고 더 반짝이는 꿈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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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상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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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시바 레이지, 너를 사하라 미도리 살해 용의로 체포한다." 


'시체 배달부' 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어린 시절! 그 끔찍? 아니 잔인?한 시간의 흔적들이 꿈속에서까지 꿈틀거린다. 잔인한 살인, 사체유기, 그리고 죄책감 없는 거칠것 없는 미소...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라는 타이틀로 치장된 미코시바 레이지! <추억의 야상곡>은 그런 미코시바 레이지를 만나는 두번째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시체를 들고 강가에 내다버리면서 이번이 시체를 만지는 것이 두번째라며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이 시체를 처리하던, 그의 모습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만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속죄의 소나타'에 이어 <추억의 야상곡>으로 이어지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탐정, 혹은 사건을 해결하는 변호사의 모습과는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온다. '시체 배달부'라는 어마무시한 타이틀을 달고 있던 유년시절, 지금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시선속에서 변호사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 마저도 돈만 밝히고, 어떤 범죄자이건간에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집행유예를 받게 만드는, 어쩌면 능력있는, 능력만 있는 변호사가 미코시바 레이지, 바로 그였다. 그런 그가 다시한번 거침없이 사고를 치게 된다.


어김없이 봄의 끝자락에선 4월에도 나카야마 시치리를 만난다. 지난 2월에는 '세이렌의 참회'를, 1월에는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를, 그리고 지난해 끝자락에는 <추억의 야상곡>의 전편인 '속죄의 소나타'를 만났었다. 지난 여름에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와 우울'을 함께 했으니... 정말이지 최근 그의 작품들과 만나지 않은 시간을 꼽기가 더 어려울듯하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가장 핫한 미스터리 작가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만난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애 작가의 반열에 그것도 가장 꼭대기에 그의 이름이 있음은 지난 책들의 과거를 비추어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어쨋든 가장 핫한 작가, 그리고 가장 색깔있는 캐릭터 미코시바 레이지가 이번에는 어쩌면 뻔해보이는 사건에 손을 뻗게 된다. 돈을 밝히지만 능력만큼은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변호사가 이번에 맡은 사건은 남편을 살해한 주부, 이미 1심에서 16년형을 선고받은 아줌마의 무죄를 주장하게 된다. 평범해보이는 이 주부는 남편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고 인정하고 감형조차 거부했던 그녀, 미코시바 레이지는 그런 그녀의 승산없어 보이는 싸움에 기꺼이 뛰어든다.


역시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이름과 어울릴듯한 설정과 행동이다.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이 독특한 캐릭터가 왜 뻔해보이는 사건의 변호를 맡은 것일까? 이 위기의 주부, 아키코는 왜?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돈을 쫓는, 집행유예 전문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그의 숨겨진 의도,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미사키 교헤이와의 리턴 매치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물론... 우리 주인공의 승리가 확실할것 같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이 중요하므로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길 부탁하려한다.


'이야기 장인'으로 불리는 나카야마 시치리에 대한 평가처럼 페이지를 넘길 수록 빠져들어가는 몰입감은 단숨에 독자들을 집어 삼킨다. 전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가 펼치는 의미심장한 행동과 설정들이 어쩌면 평범함에 익숙해있던 독자들의 시선을 이끌고 머물기에 충분해보인다. '속죄'라는 단어가 시리즈의 첫번째를 장식했듯이 어쩌면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의 계속되는 모티브는 바로 이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주인공 자신도 속죄라는 단어를 가슴속에 간직하면서, 변호사로서도 그 단어를 잊은 이들에게 도전하듯 가슴을 내밀줄 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불량 변호사, 절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그 속에서 우리는 전혀 색다른 재미와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더욱 미코시바 레이지를 사랑하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사랑받는 이유라는 생각이든다. 다음달, 아니면 여름이라는 계절로 이름이 빠뀔 즈음에 그의 작품과 다시 만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서 의학, 법정, 성장 미스터리 등 다양성을 그려내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양한 펜끝이 어떤 또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만들어낼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 또한 어떻게 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다시만날 그와의 날을 다시금 손꼽아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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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리커버 양장본)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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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 계절 노래가 들려온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몰랐던 그대와 단 둘이 손 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
 


이 계절이면 으레 흥얼거리고, 여기 저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있다. '벚꽃엔딩!'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면서도 이 계절이면 또 이 노래가 읊조려진다. 활짝 핀 벚꽃이 바람결에 살랑거리는 그런 이 계절이 오면 말이다. 이 봄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 흥건히 피어오른 벚꽃잎이 꽃 바람을 일이키듯 그리 쉽게 흔들리고 사랑하고 아파하고 좋아하고 미소짓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계절에 벚꽃엔딩♬ 처럼 찾아온 책 한 권이 있다.


귀엽게 생긴 시바견 한마리가 마당에 떡 하니 자리잡고 터널을 지나, 벚꽃이 흐드러진 나무 옆을 신칸센이 돌고돌아 내달리는 핑크빛 풍경을 가진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가 바로 그 주인공인다. 지난해 이 작품을 만난건 지금보다 한 보름 정도 지난 시간즈음이었다. 벚꽃잎이 흩날리다 못해 나무가지보다 땅 바닥을 더 하얗게 물들일때 즈음이었던것 같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조금은 더 따뜻한 날씨 덕에 정말로 꽃잎이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그런 날들에 이 책과 마주한다. 계절과 제목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런 설레임이 가득하다.


일년여만에 독자들을 찾아오면서 책은 옷을 갈아입었다. 그 귀엽던 시바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금 이 계절을 그려넣은듯 벚꽃만이 정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온통 핑크빛으로 더욱 은은하게 강렬해진 풍경 사이를 하얀 연기처럼 작은 기차가 꽃길을 내달린다. 정말로 제목과 닮은듯 벚꽃 아래서 기다리지 않으면 안될 그런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처음엔 잘 몰랐지만, 양장인 책의 겉 표지를 살짝 벗겨내면 작년에 만났던 시바견과 벚꽃 기찻길이 그 속에 담겨진 또 다른 표지가 담겨져 있다. 표지를 벗겨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잊고 있던 작은 선물같은 느낌이랄까?





https://blog.naver.com/easlle2/220995607744

 


봄과 기다림, 고향, 신칸센, 마지막으로 사람 그리고 만남 이라는 키워드로 지난해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를 표현했었다. 그리고 그 키워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단어로 이야기들이 어우러짐을 알게된다. 그것은 바로 '그리움!'이라는 단어다. 신칸센과 연결된 등장인물들 모두가 누군가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그속에는 그리움의 단어들이 존재한다. 고향도 할머니도 약혼자의 집도 그렇다. 왠지 애틋함과 그리움들이 꽃이라는 소재와 더해져 이야기에 향기를 배어낸다. 목향장미, 탱자, 유채꽃, 백목련, 그리고 벚꽃... 이 꽃들의 빛과 향기를 더해 그리움이 더욱 진하게 퍼져나간다.


아야세 마루에 대해 국내에 알려진 것들을 찾아보니 그리 많지 않음을 알게된다. 책속에서 그려지는 아야세 마루에 대한 표현은 짧기만하다. '마음에 스며드는 듯한 선명한 필체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표현을 통해서 조금은 가녀리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독특한 그녀만의 책속 매력을 느껴볼 수가 있다. 노래로 표현하자면 원 히트 원더(One-hit-wonder)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물론 일본에서는 다수의 작품들이 아야세 마루를 표현하지만 국내에서는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가 유일하지 때문이다. 하지만 벚꽃엔딩처럼 그 계절에 돌아오는 묘한 매력을 책속에서 발견한다.


 

'이 책에선 역시나 희미하게 꽃향기가 난다'  

책 속에 담겨진 '탱자 향기가 풍기다'에서 리츠코가 유키토 집에서 꽃향기가 난다는 표현을 했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그 '집'은 어느새 이 '책'으로 향기를 내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책속에서 꽃향기가 난다. 오랜 친구를 만나는 일이 즐거운 것처럼, 지난 책을 다시금 손안에 펼친다는 것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다. 새옷을 갈아입었지만, 너무나 하얗게 표백한 듯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푸석해보이는 종이의 질, 얼굴을 가진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마음에 든다. 내년 봄에도 찾아올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를 기다려본다. 봄바람 휘날리 며~ 흩날리는 벚꽃잎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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