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미세먼지의 습격은 우리들의 일상을 바꾸어놓고 있다. 하루라도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린 봄날의 우울한 일상!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챙겨야하는 엄마의 분주한 손! 쓰러져 있던 세월호가 오랜 세월 후에 다시 똑바로
서버렸지만, 아직도 그분들과 우리들 마음의 상처는 치유될 길이 없어보인다. 국회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말 짜증나는 집단들의 농성장이 되어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일쑤고... 남북에 부는 훈풍을 제외하면 어느것 하나 맘 편하고 즐거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요즈음이다.
이런 짜증나는 현실을 벗어나고픈 마음! 나만의 생각일까? 역시나 몇가지 해결 방법이 있을것 같다. 모든걸 잠시 잊고 먼 나라로 어디로든
무작정 떠나보는것, 현실의 나를 잊고 잠시 새로운 공간에서 나를 다시 만나보는 것. 혹은 그럴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요즘 한창 인기넘치는
때려부수고 터질것 같이 질주하는 영화 한편에 몸을 맡겨보거나... 작은 책 한 권에 빠져 이 세계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경험하거나, 순수한 사랑에
몸을 담궈보는 일?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은가?
네가 나의 마음속 고동을
찾았다!
만화속에서 튀어 나왔음직한 신비한 소녀가 바닷가 근처 철로위에 맨발로 선 풍경이 있다. '아리스', 그녀의 이름은 아리스다. 이 책
<폐선상의 아리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물론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유즈리하 로우, 열일곱살 로우! 로우와 아리스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미세먼지로 찌든, 봄날의 우울한 일상에 한줄기 빗방울을 내린다. 자 이제 우리 모두 순수해질 시간이다. 만난적 없는 갑작스런
친아버지의 호출, 무인도에 가지고 갈 단 한 권의 책만 가지고 자신에게 오라는 친부의 편지를 받고 현실을 벗어나려고 하듯 집을 뛰쳐나간 로우,
그리고 도쿄를 떠나가는 옆차표와 함께 로우는 에헤메현의 작은 항구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폐선상의 아리스>에서 폐선의 의미는 바로 폐선(廢線), Railway 였다. 지금까지 낡은 버려진 배가 폐선의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걸까? 어쨌든 마을에 도착한 로우는 자신을 불러준 아버지가 없는 빈 집에서 지내게 된다. 다행히 나나미 같은
친구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러던 로우에게 우연히 폐선에서 마주친 아리스의 존재는 신비함과 함께 사랑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들로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나나미에게서 폐선 위에 유령이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아리스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더 커져간다. 물론 특별할 감정도
역시 점점 더 커져간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책의 중간중간 담겨진 일러스트들이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캐릭터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만화속을 휘집고 다닐듯한,
아리스를 비롯한 로우, 나나미... 의 매력적인 모습들이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있는듯 이야기에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남모를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청춘을 상징하는 로우, 그런 로우를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아리스, 이 둘의 순수한 로맨스가 읽는 내내 설렘을 담고 있는 작은 떨림처럼
다가온다. 마사토 마키는 작품의 후기에게 순수한 청춘 러브스토리가 처음이라 긴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처음임에도 참 근사하고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몰입하게 만들고 마무리까지 멋졌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정, 사랑, 그리고 상처와 이별! 청춘이 가진 키워드가 물론 이것만이 다가 아닐지라도 이런 것들이 청춘의 주요 키워드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들의 어긋난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을 것이고, 자신도 모르는 끌림이 어쩌면 청춘이 가진 특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실패도
하고 상처가 나기도 하고 또 흔들리는 사랑 속에서 진정한 것들을 깨우쳐 가는 멋진 시간일 것이다. 로우에게도 그 시간을 찬란하면서도 아프기도
하겠지만 잘 헤쳐나갈 거라 생각된다. 잘 만든 에니메이션 한 편과 만난듯, 책 속 영상들이 눈 앞에 선하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순수한
사랑이야기에 잠시 눈감고 귀기울이는 멋진 시간을 선물 받아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반가웠어 로우, 그리고 아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