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시바 레이지, 너를 사하라 미도리 살해 용의로
체포한다."
'시체 배달부' 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어린 시절! 그 끔찍? 아니 잔인?한 시간의 흔적들이 꿈속에서까지 꿈틀거린다. 잔인한 살인,
사체유기, 그리고 죄책감 없는 거칠것 없는 미소...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라는 타이틀로 치장된 미코시바 레이지! <추억의 야상곡>은
그런 미코시바 레이지를 만나는 두번째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시체를 들고 강가에 내다버리면서 이번이 시체를 만지는 것이 두번째라며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이 시체를 처리하던, 그의 모습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만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속죄의 소나타'에 이어 <추억의 야상곡>으로 이어지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탐정, 혹은 사건을
해결하는 변호사의 모습과는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온다. '시체 배달부'라는 어마무시한 타이틀을 달고 있던 유년시절, 지금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시선속에서 변호사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 마저도 돈만 밝히고, 어떤 범죄자이건간에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집행유예를 받게
만드는, 어쩌면 능력있는, 능력만 있는 변호사가 미코시바 레이지, 바로 그였다. 그런 그가 다시한번 거침없이 사고를 치게 된다.
어김없이 봄의 끝자락에선 4월에도 나카야마 시치리를 만난다. 지난 2월에는 '세이렌의 참회'를, 1월에는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를,
그리고 지난해 끝자락에는 <추억의 야상곡>의 전편인 '속죄의 소나타'를 만났었다. 지난 여름에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와 우울'을 함께
했으니... 정말이지 최근 그의 작품들과 만나지 않은 시간을 꼽기가 더 어려울듯하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가장 핫한 미스터리
작가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만난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애 작가의 반열에 그것도 가장 꼭대기에 그의 이름이 있음은 지난
책들의 과거를 비추어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어쨋든 가장 핫한 작가, 그리고 가장 색깔있는 캐릭터 미코시바 레이지가 이번에는 어쩌면 뻔해보이는 사건에 손을 뻗게 된다. 돈을 밝히지만
능력만큼은 최고라 자부할 수 있는 변호사가 이번에 맡은 사건은 남편을 살해한 주부, 이미 1심에서 16년형을 선고받은 아줌마의 무죄를 주장하게
된다. 평범해보이는 이 주부는 남편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고 인정하고 감형조차 거부했던 그녀, 미코시바 레이지는 그런 그녀의 승산없어 보이는
싸움에 기꺼이 뛰어든다.
역시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이름과 어울릴듯한 설정과 행동이다.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이 독특한 캐릭터가 왜 뻔해보이는 사건의 변호를 맡은
것일까? 이 위기의 주부, 아키코는 왜?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돈을 쫓는, 집행유예 전문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그의 숨겨진 의도,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미사키 교헤이와의 리턴 매치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물론... 우리 주인공의
승리가 확실할것 같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이 중요하므로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길 부탁하려한다.
'이야기 장인'으로 불리는 나카야마 시치리에 대한 평가처럼 페이지를 넘길 수록 빠져들어가는 몰입감은 단숨에 독자들을 집어 삼킨다. 전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가 펼치는 의미심장한 행동과 설정들이 어쩌면 평범함에 익숙해있던 독자들의 시선을 이끌고 머물기에 충분해보인다. '속죄'라는
단어가 시리즈의 첫번째를 장식했듯이 어쩌면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의 계속되는 모티브는 바로 이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주인공 자신도 속죄라는
단어를 가슴속에 간직하면서, 변호사로서도 그 단어를 잊은 이들에게 도전하듯 가슴을 내밀줄 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불량 변호사, 절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그 속에서 우리는 전혀 색다른 재미와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더욱 미코시바 레이지를 사랑하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사랑받는 이유라는 생각이든다. 다음달, 아니면 여름이라는 계절로 이름이 빠뀔 즈음에
그의 작품과 다시 만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서 의학, 법정, 성장 미스터리 등 다양성을 그려내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양한
펜끝이 어떤 또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만들어낼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 또한 어떻게 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다시만날 그와의 날을
다시금 손꼽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