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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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홀먼, 20년동안 작동하지 않는 아버지의 싸구려 타이맥스 시계, 10년 복역기간 동안 번 312달러, 그리고 몇몇 옷가지들이 가진것의 전부인 남자. '돈을 챙겼든 챙기지 않았든, 프로라면 2분 안에 무조건 튄다!'는 2분의 규칙, 투 미닛 룰을 숙지한 프로페셔널 은행강도였던 그는 자신을 보고 놀라 심장마비에 걸린 노인을 인공호흡으로 살려내고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성인이 된 이후 시간의 3분의 1을 교도소에서 보낸 맥스 홀먼이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다.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맘이 그를 짖누른다.

 

아내 도나는 2년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12살을 마지막으로 본 아들 리치는 이제 스물세살로 성장했을 것이다. 도나의 새로운 생활을 축하해주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각오를 다지는 맥스. 하지만 그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아들 리치가 어젯밤 살해되었다는... 로스엔젤레스 경찰이었다는 리치, 다른 3명의 경관들과 함께 강 수로에 차를 주차해두었다가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4명 모두 죽음을 당했다는 비보를 접한다. 또한 출소 후 도나의 행방을 찾던 그는 2년전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새로운 빛을 기대했지만 무거운 어둠속에 갖히게 된 맥스. 그리고 석연치 않은 아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부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은행강도를 다룬 작품들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영화 [뱅크잡], [이탈리안잡], [스워드 피시]속 긴박한 상황들이나 은행강도 시뮬레이션을 코믹하게 다룬 국내 영화 [바르게 살자]의 웃음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투 미닛 룰> 이라는 제목때문에 이런 작품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책을 내려놓으며 떠오른 또 하나의 작품은 [테이큰]이라는 영화였다. 딸의 납치, '無'속에서 범인을 찾아내고 딸을 구하는 전직 특수요원의 맹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액션도 그렇지만 그야말로 '아버지'라는 인물을 너무나도 잘 그려낸 작품으로 기억된다.

 

'아버지의 시계를 집어 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바늘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시계 옆의 꼭지를 잡아 빼 바늘을 돌렸다. 그는 바늘이 시계판 위를 빠르게 돌아가는 걸 바라보았지만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바늘이 멈췄다. 시간은 오직 다른 사람들에게만 흘러갈 뿐, 홀먼은 과거에 갇혀 있었다.'    - P. 52 -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아들, 진짜 범인을 찾아 아들이 왜 죽었는지, 부패한 경찰이라는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려는 아버지의 종횡무진 활약이 그려지는 이 작품속 아버지는 종전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지던 캐릭터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다. 종전의 작품들 속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딸이 갈등을 겪다가 그들의 가족에게 무슨일이 생기고 아버지는 범인을 잡으려 생사를 넘나들다 결국 그들을 구출한다. 그리고 그 작품속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조금은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전직 특수요원이나 경찰, 정보원 등등... 하지만 <투 미닛 룰>속의 아버지 맥스는 한낫 초라한 은행강도 전과자에 지나지 않는다. 평범한 아버지상도 아니고 10년 넘게 가족을 떠나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인 것이다. 아버지의 고군분투는 그래서 더 눈물겹고 특별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냉정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 경찰의 지속적인 관리속에 자행되는 인권침해,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속에서 오로지 아들을 위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더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알아요 아버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알고 있어요.'...'그럼 네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구나. 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그녀는 발끝을 들고 그의 뺨에 키스하며 말했다. '아들을 보살피고 계시잖아요'   - P. 193 -

 

맥스는 책속에서 '영웅이 된 은행강도' 라는 닉넴을 갖고 있다. 그가 감옥에 가게 된 마지막 사건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아들을 죽인 진짜 범인을 찾아 캐서린과 떠나는 이 험난한 모험속에서 영웅의 모습보다는 따스한 아버지, 가족이란 이름의 영웅인 그를 새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마르첸코 부인을 찾아갔다가 나오는 길에 고장난 선풍기를 고쳐주려 한 일, 헐리우드 간판아래에 파놓은 구멍에 누군가 발을 헛디딜 수도 있다며 구멍을 다시 메우는 등 그의 세심한 배려와 가슴 따스한 모습은 아들을 지키려는 위대한 아버지를 넘어 선다. 위에 있는 엘리자베스와의 대화를 통해 맥스라는 캐릭터가 가진 '아버지'의 이미지가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것 같다.

 

<투 미닛 룰>이라는 제목은 더이상 은행강도라는 무섭고 어두운 그늘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그 안에 담긴 따스한 드라마적 요소가 오히려 마음을 이끈다. 사건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맥스, 그리고 마지막 등장하는 또 다른 반전이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로버트 크레이스라는 작가의 작품은 사실 처음이다. 앤서니상, 매커비티상, 배리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이 그의 작품을 더 빛나게 만드는것 같다. 얼마전 영화로 만났던 브루스 윌리스의 [호스티지] 를 떠올리니 그만의 작품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듯도하다.

 

맨처음 등장하는 프롤로그속 마르첸코와 파슨스의 마지막 열세번째 은행털이속에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첫등장으로 잠시 잊고 있던 사건에서 시작해 완벽하게 준비된 사건의 틀이 새롭게 짜여진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이 작품을 마지막까지 쉴 새 없이 이끌어가는 힘이다. 은행털이 전과자와 경찰 아들이라는 캐릭터들의 충돌, 아들 죽음의 진실을 찾으려는 아버지의 고군분투는 그렇게 재미와 감동으로 우리곁을 떠날 줄 모른다.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야. 내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인생에 많은 기회가 있었다네. 그런데 난 지금 이런 현재를 만든 선택들을 한 거야.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연히 다른 선택을 했을 걸세. 그걸 명심하게.' - P. 396 -

 

페리의 이 마지막 말이 재미속에서 또 다른 교훈을 전해준다. '인생의 선택' 이라는 중요한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부끄러운 아버지, 아버지를 지우고 싶었던 아들, 하지만 용서와 화해가 있고, 더불어 아직 늦지 않은 이들에게 중요한 선택의 시간을 새롭게 선물해준다.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닌 감동 드라마로도 이 작품 <투 미닛 룰>이 손색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버지를 만난다. 영화속 액션 히어로가 아닌 우리 삶속에서 살아숨쉬는 친근한 영웅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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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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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은 죽은 자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합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죽은 자들이 살아 있었을 때의 추억은 사랑하고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기려 하지만, 싸늘하게 썩어가는 시체는 두려워하고 잊으려 합니다.' -P. 108 -

 

얼마전 [해피엔딩] 이라는 작품을 만났다. 제목과는 사뭇 다르게 공동묘지를 담은 사진들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삶을, 행복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는데 아직까지도 그의 짧은 글과 사진속에서 느껴지던 여운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생각한다. 생전에 쓰는 한장의 유서를 통해 앞으로 살아갈 미래와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생각하고 행복의 의미를 꿈꾸기도 한다. 죽음은 이처럼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말 자체로서 삶의 의미를 고찰하게 만들기도 한다.

 

삶과 죽음! 한편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그 주제에 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을 던져주고 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제목만 놓고 봤을때 흡사 종종 미국 소설이나 영화속에 등장하는 좀비나 드라큘라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일본작가의 작품이라는 부분에서 작은 물음표가 생겨난다. 조금은 낯선 이름, 야마구치 마사야의 1989년 데뷔작인 이 작품은 미국 뉴잉글랜드 벽지의 툼스빌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죽은 시체들이 되살아난다는 독특한 설정하에 이야기를 시작한다.

 

'움직임을 멈춘 산 자와 움직이기 시작한 죽은 자. 기묘하게도 그 방안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뒤바뀐 것 같았다.'

구형의 핑크색 폰티악 영구차를 타고 질주하는 남녀가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그린'과 그의 옆을 지키는 '체셔'가 바로 그들이다. 미국 뉴잉글래드 툼스빌에서 대규모 공동묘지를 운영하는 스마일리 발리콘의 손자인 그들은 할아버지 스마일리의 유언장 재발표 문제로 발리콘에 모여든다. 한편 미국에서는 시체 부활 사건이라는 말도 않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고 여고생 연쇄살인 사건도 일어나게 된다. 유언장 발표 후 가진 만찬회에서 스마일리의 장남 존은 스마일 공동묘지의 개혁을 선언한다. 새로운 사업을 통해 전세계적인 규모로 사업을 키우겠다는 존 발리콘!

 

그 만찬회 다음날, 그린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게 왠일? 그린 조차도 시체 부활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시체로 되살아난다. 죽음으로써 육신은 조금씩 부패하게 되지만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범인을 잡으려는 그린, 그를 도와주는 스마일리의 주치의 허스 박사... 하지만 그의 죽음의 비밀을 풀기도 전에 할아버지 스마일리마저 죽음을 맞게되고, 발리콘가에는 이런 연속적인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리고 또 한명 여고생 살인사건을 추적하던 트레이시 경감의 가세로 발리콘 가에서 벌어지는 이 미스터리는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무게속에 이야기는 독자들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추리하지 못하도록, 옴짝달싹 못하도록 다양한 사건과 흔적들을 풀어놓는다. 그린과 스마일리를 시작으로 유산 상속에 얽힌 연쇄살인, 할로윈 데이를 즈음한 여고생 연쇄살인, 20년전 할러윈 살인과 제이슨-제임스 사건의 연관성, 죽은 스마일리의 자살설, 노먼 = 제이슨 가설, 스마일리=존 교체설, 그리고 거듭되는 시체 부활 사건... 좀처럼 미스터리가 풀릴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작가는 독자들을 점점더 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속으로 쉴새 없이 등을 떠민다.



'결국 죽은 자보다 산 자가 우선입니다. 이 사회는 역시 산 자를 위해 존재하고, 산 자가 자신들의 형편을 우선시하며 죽은 자를 지배하는 구도인 겁니다. 아무리 위대한 인물이라도 죽어버리면 산 자들의 지배와 평가를 감수해야만 하죠. 죽음이란 죽은 자들의 자기평가를 누르고 산 자들의 관점이 승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 P. 108 존의 말 中에서 -

 

'최후의 심판이 찾아오는 날, 육신은 영광속에서 부활 하느니라. [다니엘서]에 이런 말씀이 있다. '땅의 티끌 속에 잠든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깨어나리라. 그들 가운데 영원한 생명을 얻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또한 수치와 끝없는 치욕을 받는 이도 있으리라.' - P. 125 모니카의 말 中에서-  

 

'자연계에서 죽음이란 평형상태이자, 생명 활동에 필요한 외부로부터의 보급이 사라졌을때 모든 생명이 도달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지...논리적으로 말하면 생명의 정의는 '죽음의 결여'가 될게다.' - P. 172 , 허스박사의 말 中에서 -

 

<살아있는 시체들의 죽음>속에는 죽은자와 산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살아있지만 죽은것과 마찬가지로 삶을 살아가는 과거에 얽매인 제이슨이 있는가 하면, 죽었지만 살아있는 이보다 더 용감하고 과감하게 미스터리의 비밀을 풀어가는 죽은 시체 그린의 모습이 있다. 모니카, 허스박사, 그리고 존 발리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삶과 죽음이라는 모호한 경계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과 나름의 정의를 통해 삶과 죽음, 그 가치를 새삼 일깨우게 된다.

 

또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죽음>에서 빼놓은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웃음의 코드이다.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이 작품이 무겁지 않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첫 등장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당하는 굴욕에 이어 '또 다시 시체에게 굴욕을 당해야 하는' 트레이시 경감의 계속된 굴욕, '주인공이 죽은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하며 등장하자마자 죽어버리는 그린의 굴욕, 핑크색 폰티악 영구차를 얻게 될 때 느꼈던 '뉴욕에서는 건달이나 형사나 똑같이 도요타 영업사원을 이기고 싶어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는 웃음에 이르기까지 무거운 소재속에 다양한 웃음이 감추어 있다.

 

'실은 나도 살아 있는 시체였어요. 나는 한참 전에 죽고 말았어요. 일단 거기서부터 이야기해야겠지요.' - P. 583 , 그린의 말 中에서 -

 

작품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인 그린이 펑크족이라는 설정은 탁월해 보인다. 죽었지만 죽음을 감추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을 하게되는데 거기에 펑크족이라는 설정은 남자의 화장이라는 어색함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더불어 그린과 함께하는 다소 엉뚱한 체셔를 통해 무거움에서 벗어나 청춘소설이 가질 수 있는 풋풋함을 선물해주고 있다. 리처드 트레이시 경감의 치밀하면서도 약간 부족한 모습, 모니카가 가진 카리스마, 미스터리한 스마일리 발리콘 등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시체들이 되살아난다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 독특한 세계를 통해 철학과 예술, 종교를 망라하고 그속에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 특별한 이야기속에 독자들은 마음을 온전히 빼앗기고 만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매력인 반전은 말할 것도 없고, 마지막 그린의 사건해결을 통해서 중간 중간에 숨겨져 있었던 사건의 복선들을 발견하게 되면 독자들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귀 있는 자는 주님께서 모든 교회에 하는 말씀을 들으라. 승리를 얻은 자는 두 번째 죽음으로 멸하지 않으리라.' - P. 623 , 요한묵시록 2장 11절 -

 

죽음이란 무엇인가? 아니 삶이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되살아난 시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쫓다보면 우리의 현실속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와 의식을 되돌아보게 된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고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추리소설의 영역을 넘어 깊이있는 철학적 사색을 더해주는 이 작품, 상당히 매력적이다. 웃음이 있고, 복잡한 추리속에 복선과 반전이 살아있다. 무거운 소재를 그리지만 어두운 그림자보다 밝은 빛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어렴풋이 느낄수 있을 것도 같다. 조금은 어둡고 무거운 본격 미스터리를 넘어 유쾌함속에 철학적 사색을 가능케 하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죽음> '이 미스터리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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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망가 섬의 세사람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9
나가시마 유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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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이 있는 작가, 나가시마 유!'  [유코의 지름길]이라는 작품에서 만난 나가시마 유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이렇게 정의했었다. 독특한 관찰력과 섬세한 표현력, 일상을 다루는 그의 능수능란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의 소설에는 프랑스 풍속소설에서 엿보이는 관찰력이 있다.' 고 말한 오에 겐자부로의 말처럼 그의 시선속에 포착된 작품의 소재는 섬세함으로 무장해 읽는 이로 하여금 그의 책속에, 이야기속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준다.

 

<에로망가 섬의 세사람>으로 오랫만에 찾아온 나가시마 유! 사실 그의 이름보다는 독특한 표지와 그 제목에 시선이 끌린 작품이다. '에로망가'라는 에로틱한 이름을 가진 섬, 그리고 세남자와 에로만화... 노란색 표지속에는 그렇게 세남자가 등장한다. 검은색정장, 선글라스에 담배를 문 한남자와 에로만화에 푹 빠져버린 뚱뚱해보이는 남자, 그리고 한여자를 떠올리는 젠틀해보이는 또 다른 남자. 야자나무가 있는 작은섬에서 복잡한 일상을 떠나온 세남자가 그려내는 또 다른 평범하고도 엉뚱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로망가 섬에 가서 에로 만화를 보자!

사토와 구보타가 근무하는 [게임통신]은 콘솔게임 잡지 중 최고의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회사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나온 '에로망가 섬에 가서 에로만화를 보자'라는 엉뚱한 기획안이 통과되게 되고 곧바로 비행기를 타게 된 세사람. 하지만 사토와 구보타와 함께 비행기를 타러와야 할 이자와 대신 히오키라는 사람이 동행하게 된다. 정장 차림의 히오키를 보고 두사람은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 의심없이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에로망가 섬...

 

게임과 먹을 것에 집착하면서 조금은 소심한 남자 구보타, 함께 가기로 했던 여행계획을 깨뜨리고 에로망가 섬으로 떠나오면서부터 애인인 스즈에에 대한 걱정에 휩싸이게 되는 사토, 그리고 조금은 미스터리한 인물 히오키. 이 세사람의 엉뚱 발랄한 에로망가섬 여행기가 시작된다. 나가시마 유의 이 단편소설집은 표제작인 [에로망가 섬의 세사람] 이외에 멀지 않은 미래의 인간상을 그려낸 SF단편 [여신의 돌], [알바트로스의 밤]은 작가가 너무나 좋아하는 '콘솔 골프게임에 대한 오마주'로 사랑에 도피중인 남녀의 사랑과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쓰다 미키히코라는 플레이보이에게 날아든 한 통의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과거 여자 편력을 들여다보는 [새장, 앰플, 구토], 그리고 [에로망가 섬의 세사람]중 한 사람 히오키가 어떤 인물인지를 써내려간 [청색 LED]로 구성된다. 다섯편의 단편들 모두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작은 책이지만 그 책속에 몰입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작품마다 에로, SF, 범죄, 멜로, 코믹 장르 등 다양성과 특색을 갖추고는 있지만 그 다양성 안에 필요해보이는 독특한 재미가 부족해보인다고나 할까?

 

이전 몇몇 그의 작품들을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조금 안타깝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돌이켜 보면 '나가시마 유'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건 2008년 여름 즈음인것 같다. [슈크림 러브]라는 작품을 통해 사랑과 결혼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핑크빛이지만 핑크빛만일수 없음을 실감했던 이 작품으로 나가시마 유라는 이름을 각인 시켰고, [유코의 지름길]속에서 그 만이 담아내는 평범함속의 섬세함을 발견했는데... 이번 작품속에서는 오로지 다양성과 독특함 정도로 그만의 매력을 표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슈크림 러브]에서도 그랬지만 그는 참 게임을 좋아하는 작가인듯 하다. 게임디자이너, 벤쳐사장, 그리고 이번엔 콘솔게임 잡지의 기획안... 이라는 게임과 관련된 소재와 등장인물들이 그의 작품속에서는 종종 보인다. 그리고 그런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조금은 탁월해 보인다.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할까? 그의 작품속에는 그다지 특별해보이는 사건들이 존재치 않는다. 평범한 일상의 작은 일탈이 있거나 결혼이라는 일상에 대한 재해석이라던지, 작품속 SF단편인 [여신의 돌]조차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들을 그려낸다.

 

인간 냄새와 일상의 모습을 나름의 색깔속에 담아내는 작가 나가시마 유! 많지는 않지만 이전에 만났던 그의 작품들을 색깔에 비유해 보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슈크림 러브]는 핑크빛 같지 않은 핑크빛, [유코의 지름길]은 일상이 흘러넘치는 초록빛, 그리고 이번 작품 <에로망가 섬의 세사람>은 역시 경쾌한 노란색으로 말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아직 그만이 만들어내는 색깔의 다양성을 만끽 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그 누구의 평가보다 그의 작품을 통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것 같다. 나가시마 유! 다음에는 어떤 색깔로 살며시 우리곁을 찾아올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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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박광수 글.그림, 김유철 사진 / 홍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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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가진 힘은, 순간을 담아내고 그 순간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순간에서 이어지는 어떤 여운이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거나... 카메라 렌즈 속에 세상을 고스란히 담아 낸 한권의 책, 렌즈를 뚫고 여운과 상상을 더해줄 이야기를 선물하고 있는 한권의 책을 만난다.

 

'그림은 작가가 생각한대로 생략이나 추가할 수 있지만, 사진은 카메라 렌즈 앞에 펼쳐진 세상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렵다.'    -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中에서 -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있다. 독특한 웃음을 선사해주던 '뽀리'라는 캐릭터, 자꾸 빠져들게 만드는 '광수체'라는 독특한 글씨체, 둥글둥글 인상좋게 생긴 동네 형 같은 미소, 언젠였던가 야구 유니폼을 입고 방망이를 휘둘러대던 그 모습, 몇칸의 만화속에 담아내던 사랑의, 삶의, 인생의 새로운 시각들... [광수생각] 으로 익숙한 그의 이미지들은 언제나 짧지만 강한 웃음과 깊은 감동, 오래도록 이어지는 여운을 선물해주곤 했다. 그리고 이제 사진과 글, 그림속에 담아낸 조금은 무거워보이는 포토&카툰에세이 <해피엔딩>으로 우리곁에 살며시 다가선다.




책장 한모퉁이에 자리하는 [광수생각] 시리즈의 옆자리를 정리해두고 <해피엔딩>을 기다린다. 사진엽서, 메모수첩, 다이어리, 그리고 저자와 사진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해피엔딩>, 배달상자를 여는것만으로도 해피엔딩의 시작이다. 그렇게 누구보다 빨리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책을 열어본다. 햐얗던 페이지를 넘기면 짙은 구름이 조금씩 밀려온다. 그리고 '당신은 늘 누워있으니 항상 하늘을 보겠군요' 라는 독백속에 공동묘지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책 조금은 무거울것 같다.' 첫느낌이다. 슬쩍 넘겨본 페이지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진들은 묘지, 비석, 뻥 뚫린 관의 모습이다. '그래 조금은 무겁겠어!'

 

내가 그렇다. 언제나 잘못 살고 있는 나였지만, 당신이 내 옆에 있을때가 가장 완벽했다. 내 삶에서 당신이 빠져나간건 아마데우스가 악보의 음표를 고친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나는 더이상 완벽할 수 없다. 당신이 없으니... - P. 39 [아마데우스 음악] 中에서 -

 

아름다운 꽃과 바다, 숲의 풍경이 펼쳐지다가도 공동묘지에 꽃 한송이를 들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등장한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하는 당신들에 관한 짧은 이야기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흐뜨린다. 오래전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살아가면서 잊고 있던 추억의 한조각들을 되뇌이게 만드는 흑백의 사진들과 이야기들...   




 <해피엔딩>
속에는 참 많은 공동묘지, 무덤, 비석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써놓은듯 삐뚤빼뚤한 글씨들이 눈물속에 웃음을 자아낸다. 죽음과 슬픔이 떠오르는 한장의 사진속에 삶과 웃음을 담아낸 사진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에 마음을 빼앗긴다. [월하의 공동묘지]에서 작가는 그런 공동묘지들을 '내겐 무섭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곳, 외로운 날이면 혼자서 찾아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묘지에 산다는 귀신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아빠가 살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설의 고향'속에 등장하던 무덤, 귀신들이 이제는 무섭지가 않다. 나의 가족, 아버지 어머니가 누워계신 곳이 저곳이기에...

 

처음 책을 펼치며 느꼈던 약간의 무거움과 낯설움이 조금씩 익숙함과 공감으로 동화되어간다. '엄마 잘 계시지? 나 둘째, 보고 싶어. 생각해줘요.' 라고 남긴 어느딸의 짧은 쪽지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움, 사랑, 아쉬움.... 수많은 감정이 저 작은 사진속에 담긴 쪽지에서 느껴진다. 한 묘비의 옆면에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이 짧게 적혀있다. '남기신 말씀, 살기가 힘들다.' 이제는 편하게 쉬고 계실 그 분의 마지막 말씀에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진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들,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박광수가 써내려간 죽음과 삶, 사랑과 그리움, 웃음과 감동의 이야기들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된다. 외국의 아름다운 풍경가운데 우리 곁에 가까이 존재하는 죽음의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 죽음의 풍경속에 잠시나마 미소짓게 하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간절한 그리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죽음을 통해 현실을, 우리의 삶을 살아갈 이유를 말하고 있다. 죽음속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리움을 통해 기나긴 여운을 전해준다. 

한장 한장의 사진속에 담긴 이야기 모두가 깊은 감동이 되어 흐른다. 





길속에서, 사진속에서 행복을 찾았다면 이제 길위에서 길을 묻는 '박광수의 뽀리'를 만날 시간이다. 흡사 어린왕자가 친구, 사랑에 대해 떠났던 작은 모험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함께하게 된다. 우정, 믿음, 기쁨, 행복, 말, 욕심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뽀리, 뽀리는 인생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랫만에 만나는 작고 컬러풀한 광수생각이 너무나 즐겁다. 그리고 이제 저자는 마지막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한다. '죽기전에 해야 할 일곱가지 일'을 통해 우리는 행복에 조금더 다가가려한다. 내 인생의 답을 찾고 우리 삶에 미소지을 수 있도록...

 

<해피엔딩> 속에선 수많은 그리움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잠시 추억에 잠겨 잊고 있던 누군가를 떠올려보고 잠시 미소지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떠올린다. [What do you want?] 속에서 저자는 우리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떠나는 여행에서 답을 찾으라고 말한다.

네가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죽기전에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삶에서 진정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단순한 삶이 아닌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꿈꾸게 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죽음 속에서 삶을 본 것처럼, 삶속에서 행복과 사랑을 꿈꾸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영원히 살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 사랑하라' 라는 말처럼 행복을 꿈꾸고 사랑을 희망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해피엔딩>은 특별한 선물이 될줄 믿는다. 우리 삶의 행복에 조금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 감동과 여운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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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전철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신문이나 박스를 덮고 있는 노숙자들, 출퇴근 시간의 혼잡함과 그 혼잡을 이용해 음란한 짓을 일삼는 남자들, 장애인들의 구걸과 잡상인들의 위협 판매?, 이어폰을 꽂고 꾸벅 꾸벅 조는 학생들, 뭐가 좋은지 핸드폰 문자에 푹 빠져 있는 대학생, 짧은 시간이 아깝기라도 한지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는 아가씨... 전철의 모습들을 떠올려본다. 개인적으로 전철을 이용하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 이미지 만큼은 모두가 어느정도의 공감을 갖게 할 것 같다.

 

조금은 오래 전에 경험한 지하철의 모습이기에 그 이미지조차 색깔이 흐릿한지도 모를일이다. 잠시 잠깐 역과 역을 지나치면서 수많은 이들이 머물고 내리는 그 반복되는 시간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잊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눈으로 붙잡는다. 짧은 시간의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어 퍼즐을 맞추어 가듯, 전철이라는 매개체로 이어진 하나의 끈을 붙잡고 사랑은 그렇게 전철에 몸을 싣는다.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 그 짧은 시간속에 그려진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주칠 인연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당신 옆에 나를 위한 자리가 비어 있나요?

 

<사랑, 전철>은 일본 오사카 지역의 사설 철도인 한큐전철, 이마지 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덟개의 역이 놓인 이마지 선은 10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를 왕복으로 운행한다. 이 짧고도 한정된 공간에서 그려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과 삶의 모습들이 전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연결된다. 다카라즈카 역을 시작으로 니시노미야키타구치 역까지... 역마다, 전철마다, 그 좁고 짧은 시공간속에서 이어진 이들의 모습과 만남을 담아낸다.

 

직장생활을 하는 마사시와 도서관에서 책 쟁탈전을 벌였던 미키마우스 가방을 메고 있는 그녀, 유키와의 사랑이 바로 전철속에서 조심스레 시작된다. 한편으로 같은 회사에 다니던 남자친구를 빼앗기고 그의 결혼식에 복수라도 하듯 하얀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던 쇼코도 이 전철을 타고 있다. 유키와 마사시의 설레는 사랑의 시작을 보고 저주라도 퍼붓고 싶은 것이 지금 그녀의 상처받은 마음이다. 사귄지 1년이 다되어가는 미사와 가쓰야의 모습도 보인다. 미사에게 막대하고 심지어 폭력까지 휘두르는 가쓰야, 이제 미사는 이별을 결심하려 한다.

 



이런 유키와 마사시, 미사와 가쓰야, 쇼코의 사랑과 아픔, 이별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남편을 잃고 손녀딸고 함께 전철을 기다리던 도키에 할머니가 그 시선의 주인공이다. 유키와 마사시의 사랑의 시작을 흐믓하게 바라보고 눈물을 흘리는 쇼코에게 '습격은 성공했나요?'하며 모든걸 알고 있다는듯 위로해주는, 미사에게는 '그만두는게 어때요? 고생할 거예요' 하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도키에의 삶에 깊이가 느껴지는 시선은 전철이라는 공간에서 보여지는 숫한 만남과 인연의 모습을 소중하게 담아낸다.

 

이별이 있다면 또 다른 시작이 있다. 미사에게는 친구 마유미의 오빠 겐고가 있고, 쇼코는 도키에의 권유로 내렸던 역으로 이사하고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철안에서 만난 여대생과 친구가 된다. 밀리터리 오타쿠라고 따돌림 당하던 게이이치와 이름때문에 놀림받던 미호짱은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며 사랑을 키워가고 도키에 할머니조차 꼭 키우고 싶었던 개를 갖게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의 인연을 붙잡고 행복을 향해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내딛는다.  

 

전철이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니시노미야키타구치에서 다카라즈카로 다시 거슬러가는 전철 안. 승객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 그건 승객들 본인밖에는 알지 못한다. 승객 수만큼의 이야기를 싣고, 전철은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을 선로를 달려간다.   - P. 137 -

 

전철은 우리 생활에서 빼놓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지친 학생들과 직장인들, 무뚝뚝한 표정이 어울릴듯한 이 공간속에서 이제는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것 같다. 한사람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 속마음들, 아픔과 즐거움까지 이제는 그들의 표정을 통해 읽어 나갈 수 있을것 같다. 바로 <사랑, 전철>을 통해서 그런 사람냄새를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무심코 지나치던 그 짧은 시간, 좁은 공간의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것같다.

 

이야기내내 따스함과 친근함이 묻어난다. 도키에 할머니의 시선속에 아픔을 어루만지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따스함이 뿜어져나온다. 지금까지 전철이 무표정과 딱딱함이 연상되었다면 이제부터는 나름의 이야기가 스며나오는 표정이 살아있는 따뜻하고 활기찬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전철이라는 이름속에서 떠올려질것 같다. 제비 둥지가 실제로도 많다는 고바야시역에 가보고싶다. 마사시와 유키가 바라보던 모래톱위의 '生'자는 아직도 남아 있을지, 도키에의 미니어처 닥스훈트 '켄'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큐전철 이마즈선을 한번쯤 꼭 타보고 싶다. 그와 그녀들의 사랑 이야기들이, 삶의 표정들이 그 공간속에 고스란이 살아 숨쉴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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