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맥스 홀먼, 20년동안 작동하지 않는 아버지의 싸구려 타이맥스 시계, 10년 복역기간 동안 번 312달러, 그리고 몇몇 옷가지들이 가진것의 전부인 남자. '돈을 챙겼든 챙기지 않았든, 프로라면 2분 안에 무조건 튄다!'는 2분의 규칙, 투 미닛 룰을 숙지한 프로페셔널 은행강도였던 그는 자신을 보고 놀라 심장마비에 걸린 노인을 인공호흡으로 살려내고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성인이 된 이후 시간의 3분의 1을 교도소에서 보낸 맥스 홀먼이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다.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맘이 그를 짖누른다.

 

아내 도나는 2년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12살을 마지막으로 본 아들 리치는 이제 스물세살로 성장했을 것이다. 도나의 새로운 생활을 축하해주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각오를 다지는 맥스. 하지만 그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아들 리치가 어젯밤 살해되었다는... 로스엔젤레스 경찰이었다는 리치, 다른 3명의 경관들과 함께 강 수로에 차를 주차해두었다가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4명 모두 죽음을 당했다는 비보를 접한다. 또한 출소 후 도나의 행방을 찾던 그는 2년전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새로운 빛을 기대했지만 무거운 어둠속에 갖히게 된 맥스. 그리고 석연치 않은 아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부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은행강도를 다룬 작품들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영화 [뱅크잡], [이탈리안잡], [스워드 피시]속 긴박한 상황들이나 은행강도 시뮬레이션을 코믹하게 다룬 국내 영화 [바르게 살자]의 웃음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투 미닛 룰> 이라는 제목때문에 이런 작품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책을 내려놓으며 떠오른 또 하나의 작품은 [테이큰]이라는 영화였다. 딸의 납치, '無'속에서 범인을 찾아내고 딸을 구하는 전직 특수요원의 맹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액션도 그렇지만 그야말로 '아버지'라는 인물을 너무나도 잘 그려낸 작품으로 기억된다.

 

'아버지의 시계를 집어 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바늘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시계 옆의 꼭지를 잡아 빼 바늘을 돌렸다. 그는 바늘이 시계판 위를 빠르게 돌아가는 걸 바라보았지만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바늘이 멈췄다. 시간은 오직 다른 사람들에게만 흘러갈 뿐, 홀먼은 과거에 갇혀 있었다.'    - P. 52 -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아들, 진짜 범인을 찾아 아들이 왜 죽었는지, 부패한 경찰이라는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려는 아버지의 종횡무진 활약이 그려지는 이 작품속 아버지는 종전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지던 캐릭터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다. 종전의 작품들 속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딸이 갈등을 겪다가 그들의 가족에게 무슨일이 생기고 아버지는 범인을 잡으려 생사를 넘나들다 결국 그들을 구출한다. 그리고 그 작품속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조금은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전직 특수요원이나 경찰, 정보원 등등... 하지만 <투 미닛 룰>속의 아버지 맥스는 한낫 초라한 은행강도 전과자에 지나지 않는다. 평범한 아버지상도 아니고 10년 넘게 가족을 떠나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인 것이다. 아버지의 고군분투는 그래서 더 눈물겹고 특별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냉정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 경찰의 지속적인 관리속에 자행되는 인권침해,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속에서 오로지 아들을 위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더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알아요 아버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알고 있어요.'...'그럼 네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구나. 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그녀는 발끝을 들고 그의 뺨에 키스하며 말했다. '아들을 보살피고 계시잖아요'   - P. 193 -

 

맥스는 책속에서 '영웅이 된 은행강도' 라는 닉넴을 갖고 있다. 그가 감옥에 가게 된 마지막 사건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아들을 죽인 진짜 범인을 찾아 캐서린과 떠나는 이 험난한 모험속에서 영웅의 모습보다는 따스한 아버지, 가족이란 이름의 영웅인 그를 새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마르첸코 부인을 찾아갔다가 나오는 길에 고장난 선풍기를 고쳐주려 한 일, 헐리우드 간판아래에 파놓은 구멍에 누군가 발을 헛디딜 수도 있다며 구멍을 다시 메우는 등 그의 세심한 배려와 가슴 따스한 모습은 아들을 지키려는 위대한 아버지를 넘어 선다. 위에 있는 엘리자베스와의 대화를 통해 맥스라는 캐릭터가 가진 '아버지'의 이미지가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것 같다.

 

<투 미닛 룰>이라는 제목은 더이상 은행강도라는 무섭고 어두운 그늘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그 안에 담긴 따스한 드라마적 요소가 오히려 마음을 이끈다. 사건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맥스, 그리고 마지막 등장하는 또 다른 반전이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로버트 크레이스라는 작가의 작품은 사실 처음이다. 앤서니상, 매커비티상, 배리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이 그의 작품을 더 빛나게 만드는것 같다. 얼마전 영화로 만났던 브루스 윌리스의 [호스티지] 를 떠올리니 그만의 작품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듯도하다.

 

맨처음 등장하는 프롤로그속 마르첸코와 파슨스의 마지막 열세번째 은행털이속에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첫등장으로 잠시 잊고 있던 사건에서 시작해 완벽하게 준비된 사건의 틀이 새롭게 짜여진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이 작품을 마지막까지 쉴 새 없이 이끌어가는 힘이다. 은행털이 전과자와 경찰 아들이라는 캐릭터들의 충돌, 아들 죽음의 진실을 찾으려는 아버지의 고군분투는 그렇게 재미와 감동으로 우리곁을 떠날 줄 모른다.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야. 내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인생에 많은 기회가 있었다네. 그런데 난 지금 이런 현재를 만든 선택들을 한 거야.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연히 다른 선택을 했을 걸세. 그걸 명심하게.' - P. 396 -

 

페리의 이 마지막 말이 재미속에서 또 다른 교훈을 전해준다. '인생의 선택' 이라는 중요한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부끄러운 아버지, 아버지를 지우고 싶었던 아들, 하지만 용서와 화해가 있고, 더불어 아직 늦지 않은 이들에게 중요한 선택의 시간을 새롭게 선물해준다.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닌 감동 드라마로도 이 작품 <투 미닛 룰>이 손색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버지를 만난다. 영화속 액션 히어로가 아닌 우리 삶속에서 살아숨쉬는 친근한 영웅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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