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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박광수 글.그림, 김유철 사진 / 홍익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사진이 가진 힘은, 순간을 담아내고 그 순간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순간에서 이어지는 어떤 여운이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거나... 카메라 렌즈 속에 세상을 고스란히 담아 낸 한권의 책, 렌즈를 뚫고 여운과 상상을 더해줄 이야기를 선물하고 있는 한권의 책을 만난다.
'그림은 작가가 생각한대로 생략이나 추가할 수 있지만, 사진은 카메라 렌즈 앞에 펼쳐진 세상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렵다.' -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中에서 -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있다. 독특한 웃음을 선사해주던 '뽀리'라는 캐릭터, 자꾸 빠져들게 만드는 '광수체'라는 독특한 글씨체, 둥글둥글 인상좋게 생긴 동네 형 같은 미소, 언젠였던가 야구 유니폼을 입고 방망이를 휘둘러대던 그 모습, 몇칸의 만화속에 담아내던 사랑의, 삶의, 인생의 새로운 시각들... [광수생각] 으로 익숙한 그의 이미지들은 언제나 짧지만 강한 웃음과 깊은 감동, 오래도록 이어지는 여운을 선물해주곤 했다. 그리고 이제 사진과 글, 그림속에 담아낸 조금은 무거워보이는 포토&카툰에세이 <해피엔딩>으로 우리곁에 살며시 다가선다.

책장 한모퉁이에 자리하는 [광수생각] 시리즈의 옆자리를 정리해두고 <해피엔딩>을 기다린다. 사진엽서, 메모수첩, 다이어리, 그리고 저자와 사진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해피엔딩>, 배달상자를 여는것만으로도 해피엔딩의 시작이다. 그렇게 누구보다 빨리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책을 열어본다. 햐얗던 페이지를 넘기면 짙은 구름이 조금씩 밀려온다. 그리고 '당신은 늘 누워있으니 항상 하늘을 보겠군요' 라는 독백속에 공동묘지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책 조금은 무거울것 같다.' 첫느낌이다. 슬쩍 넘겨본 페이지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진들은 묘지, 비석, 뻥 뚫린 관의 모습이다. '그래 조금은 무겁겠어!'
내가 그렇다. 언제나 잘못 살고 있는 나였지만, 당신이 내 옆에 있을때가 가장 완벽했다. 내 삶에서 당신이 빠져나간건 아마데우스가 악보의 음표를 고친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나는 더이상 완벽할 수 없다. 당신이 없으니... - P. 39 [아마데우스 음악] 中에서 -
아름다운 꽃과 바다, 숲의 풍경이 펼쳐지다가도 공동묘지에 꽃 한송이를 들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등장한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하는 당신들에 관한 짧은 이야기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흐뜨린다. 오래전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살아가면서 잊고 있던 추억의 한조각들을 되뇌이게 만드는 흑백의 사진들과 이야기들...

<해피엔딩> 속에는 참 많은 공동묘지, 무덤, 비석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써놓은듯 삐뚤빼뚤한 글씨들이 눈물속에 웃음을 자아낸다. 죽음과 슬픔이 떠오르는 한장의 사진속에 삶과 웃음을 담아낸 사진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에 마음을 빼앗긴다. [월하의 공동묘지]에서 작가는 그런 공동묘지들을 '내겐 무섭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곳, 외로운 날이면 혼자서 찾아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묘지에 산다는 귀신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아빠가 살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설의 고향'속에 등장하던 무덤, 귀신들이 이제는 무섭지가 않다. 나의 가족, 아버지 어머니가 누워계신 곳이 저곳이기에...
처음 책을 펼치며 느꼈던 약간의 무거움과 낯설움이 조금씩 익숙함과 공감으로 동화되어간다. '엄마 잘 계시지? 나 둘째, 보고 싶어. 생각해줘요.' 라고 남긴 어느딸의 짧은 쪽지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움, 사랑, 아쉬움.... 수많은 감정이 저 작은 사진속에 담긴 쪽지에서 느껴진다. 한 묘비의 옆면에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이 짧게 적혀있다. '남기신 말씀, 살기가 힘들다.' 이제는 편하게 쉬고 계실 그 분의 마지막 말씀에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진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들,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박광수가 써내려간 죽음과 삶, 사랑과 그리움, 웃음과 감동의 이야기들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된다. 외국의 아름다운 풍경가운데 우리 곁에 가까이 존재하는 죽음의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 죽음의 풍경속에 잠시나마 미소짓게 하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간절한 그리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죽음을 통해 현실을, 우리의 삶을 살아갈 이유를 말하고 있다. 죽음속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리움을 통해 기나긴 여운을 전해준다.
한장 한장의 사진속에 담긴 이야기 모두가 깊은 감동이 되어 흐른다.

길속에서, 사진속에서 행복을 찾았다면 이제 길위에서 길을 묻는 '박광수의 뽀리'를 만날 시간이다. 흡사 어린왕자가 친구, 사랑에 대해 떠났던 작은 모험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함께하게 된다. 우정, 믿음, 기쁨, 행복, 말, 욕심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뽀리, 뽀리는 인생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랫만에 만나는 작고 컬러풀한 광수생각이 너무나 즐겁다. 그리고 이제 저자는 마지막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한다. '죽기전에 해야 할 일곱가지 일'을 통해 우리는 행복에 조금더 다가가려한다. 내 인생의 답을 찾고 우리 삶에 미소지을 수 있도록...
<해피엔딩> 속에선 수많은 그리움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잠시 추억에 잠겨 잊고 있던 누군가를 떠올려보고 잠시 미소지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떠올린다. [What do you want?] 속에서 저자는 우리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떠나는 여행에서 답을 찾으라고 말한다.
네가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죽기전에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삶에서 진정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단순한 삶이 아닌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꿈꾸게 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죽음 속에서 삶을 본 것처럼, 삶속에서 행복과 사랑을 꿈꾸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영원히 살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 사랑하라' 라는 말처럼 행복을 꿈꾸고 사랑을 희망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해피엔딩>은 특별한 선물이 될줄 믿는다. 우리 삶의 행복에 조금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 감동과 여운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