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미 - 렉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 킨셀라 지음, 이지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설렘! 가슴에 빨간색 하트를,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매력적인 순백의 그녀가 그렇게 나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책 한권을 손에 들며 이처럼 가슴이 설레이던 기억이 있을까? 작가의 이름을 앞에 두고 설레이던 기억을 뒤로하고는 아무래도 오랫만에 갖게 되는 느낌인 것 같다. 렉시! 그녀가 그녀일까?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그녀가 렉시라면 그녀는 지금의 렉시일까? 아니면 예전의 렉시일까? 렉시, 그녀가 선물해 준 설렘으로 오래도록 이 책을 기억할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귓가의 속삭임... '리멤버 미'...

 

마이너스 6점! 그런 하루였다. 남자친구에게 바람을 맞고, 누구나 다 받는 보너스 땡전 한푼 받지 최악의 금요일밤을 맞이하고 있는 렉시, 그녀의 친구 '피' 와 클럽에 간 그녀는 고주망태가 되어버렸고 젖은 계단에서 미끄러져 정신을 잃어버린다. 내일은 아빠의 장례식이 있는데.... 그리고 병원에서 깨어난 렉시! 2007년 5월 6일, 지금 그녀의 시계 바늘은 그렇게 2007년을 가르키고 있다. 하지만 렉시가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금요일 밤은 2004년. 3년이란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렉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돌아온 신데렐라, 렉시!

렉시는 '역행 기억상실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뻐드렁니에 스물 다섯살이었던 렉시, 그녀가 스물 여덟살의 완벽한 여성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완벽한 몸매와 직장, 부동산 재벌에 미남인 남편, 그리고 멋진 차와 집... 상상도 하지 못한 화려한 삶이 기억하지 못하는 3년동안 렉시에게 찾아와 있었다. 현대판 신데렐라가 되어버린 렉시, 그녀를 신데렐라로 만든 '유리구두의 비밀'은 도대체 무엇인지, 3년의 시간을 거슬러 가는 렉시의 고군분투가 엣지있게 펼쳐진다.

 

'난 스물여덟 살이다. 새하얗고 완벽한 치아, 루이비통 핸드백, 부장이라고 씌어 있는 명함, 그리고 남편이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거래?'  - P. 061 -

 

'기억상실'은 오래전부터 보아온 익숙한 소재다. 국내 드라마속에서는 이제 기억상실에 걸린 등장인물 하나정도 없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 만큼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다. 더불어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자고 일어나니 백마탄 왕자님과 부(副)를 손에 넣는다는 설정도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익숙한 소재이기에 그 내용까지 익숙하다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그보다 익숙함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그 속에서 새롭게 찾아낸 재미와 로맨틱한 즐거움을 끌어낸 특별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리멤버 미>를 2010년을 시작하는 몇 권의 책 중 하나에 포함시킨 이유는 앞서 말했듯 너무나도 마음을 사로잡는 표지 때문이다. 정말이지 '설렘' 그 이하로는 전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은 표지가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칙릿소설이 주는 톡톡 튀는 경쾌함과 유쾌함이 살아있다. 일과 사랑에 관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들이 가진 고민과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이 작품만의 매력으로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신데렐라처럼 한순간 변해버린 자신의 삶속에서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현재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좌충우돌하고 가진것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자유분방하고 열정을 지닌 과거의 시간을 선택할 것인지... <리멤버 미>는 렉시의 발자욱을 뒤따라 걸으면서, 일과 사랑, 신상과 스타일에 몰두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2, 30대 그녀들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돌아보는 시간과 여유를 선물한다. 남성들에게는 그녀들이 가진 고민과 갈등에 대해 한번 생각케 하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리멤버 미>!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기억해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 경제적인 성공과 부가 아니라 진정 우리가 소중히 해야할 것이 무엇이고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를 우리는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신데렐라를 꿈꾸는, 백마탄 왕자와의 로맨스를 꿈꾸는 당신에게 이 작품의 저자 소피 칸셀라는 이렇게 말하는듯 하다. '기억해요. 유리구두는 당신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요. 선택은 언제나 당신의 것이라고...' 톡톡 튀는 재미와 발랄한 웃음을 주는 <리멤버 미>는 굳이 어떤 선택이 아니여도, 첫인상이 주는 설렘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런 작품으로 기억될것 같다. 렉시가 나에게 속삭인다. 날 기억해줘요~ 리멤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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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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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닥터 팽은 검은색 홈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돈 때문에, 잔소리 때문에 부모를 죽였다는 패륜아, 대여섯살의 아이를 성폭행 한 짐승만도 못한 인간, 옆집 아이를 유괴 했다가 죽여버리기도 하고, 동급생을 때려 죽게 한 중학생이 있는가하면, 제자를 성폭행 한 선생, 이주비를 요구하는 세입자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그들도 있다. 이 세상은 정녕 미쳐버렸다. 제정신으로는 살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前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고, 좌다 우다를 외치며 자기만의 목소리내기에 열중인, 도저히 이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상상같은 현실의 모습,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아간다. 닥터 팽과의 만남은 그렇게 우리 가까이 다가와있다.

 

닥터 팽과 처음 만난 건 전철 안에서였다.

김종수, 주인공 종수의 시선속에 닥터 팽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처음의 닥터 팽은 잡상인이었고, 다음의 닥터 팽은 법원이 지정해준 그의 정신과 상담의였다. 어떤때는 홈드레스를 입기도 하고, 또 어느때는 검은 정장을, 프로이트 박사처럼 검은 파이프를 꺼내 물기도하고, 혹은 세일러문 의상을 입는 엽기스런 모습을 하기도 한다. 종수, 그가 닥터 팽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또 한명의 주인공 수연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종수와 수연의 시선을 오가며 현실과 허구, 환상과 회상의 길목 길목에서 그들을 교차시키고 서로의 시선을 흔들리듯 끌어들인다.

 

그는 수연의 첫사랑이었다. 그는 세계사를 가르쳤다.

종수의 독백으로, 닥터 팽과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수연의 이야기, 이 세가지 형태로 내용이 구성된다. 어린시절 스포츠 댄스에 미쳐있던 누나는 교통사고로 죽고, 건설 현장 감독일을 하던 아버지는 누나 죽음의 충격으로 놀이공원에서 목이 부러져 죽고, 일년 반을 앓다가 죽은 엄마, 그리고 그의 남동생... 종수의 어린 시절 회상이 있다. 현실의 종수는 여고의 세계사 선생님이다. 그리고 그를 짝사랑하는? 수연, 수연의 시선과 종수의 시선을 오가며 이야기는 또 다른 사건과 현실, 환상을 만들어낸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허구이며 환상이고 회상인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떠오른 영화가 있다. 바로 [식스센스] 였다. 이 영화의 제목만으로도 '반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유도 있겠지만, 거기에 추가적으로 '시선의 배신' 이랄까? 우리가 이야기속에서 줄곧 믿고 있었던 사실에 대한 배신이 이 작품속에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닥터 팽이라는 등장인물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속에 종종 등장하는 닥터 이라부를 생각나게 한다. 물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이라부의 탁월한 해결능력과 활약이 닥터 팽의 그것과는 다르겠지만 소설속에 등장하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들이 왠지 이라부의 느낌과 닿아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게 정말, 고양이였습니까?

진실은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환상인가? 책을 내려놓으며 가슴속에서는 수많은 물음표들이 날개 돋힌듯 날아오른다. 고양이는 무엇이고 시멘트는, 종수의 아버지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의 가족은, 수연이는, 닥터 팽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종수와 수연의 시선을 따라 쉴새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믿고 믿어야 할것이 어디까지이고, 도대체 현실은 회상은 믿을 만한것인지 물음표들만 늘어난다. 반전이라고 말해야 할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계속되는건 바로 이 '물음표' 들이다. 그게 정말, 고양이였을까?

 

우리의 기억은 과연 안전할까?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도 우리 사회에 상처처럼 각인된 흔적들은 결코 지울수 없다. 가정 폭력, 마약에 쉽게 노출된 우리의 모습, 수험생들의 고통 등 익히 알고 있는 우리 사회의 상처를 작가는 쉴 새 없이 건드리고 현실과 연결된 이러한 믿음속에서 독자들은 쉽게 이야기속에 빠져든다. 자신이 가진 상처를 떼어 버리고 믿고 싶어 하는 것들만을 간직하려하는 현대인들의 고민과 갈등, 불편한 진실들을 작가는 특유의 재치와 상상으로 유쾌하게 그려낸다. 

 

나는 닥터 팽에게 했던 질문들 중 한가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 도대체 진실이라는게 뭐죠? 뭐가 현실인가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은 현실인가요? 여기 있는 내가 현실이에요?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 거죠?    - 자네가 믿고 싶어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 P. 230 -

 

현실과 허구, 환상과 회상, 그 경계를 걷다!

<오즈의 닥터>, 현실과 상상속을 오가면서 상상과 반전의 재미속에 빠져들때쯤 어느덧 이야기는 종착역에 다다른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주는 즐거움도 있고,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현실을 고민하게 만드는 사회성 짙은 작가만의 독특한 색깔이 드러나는가 하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걷게 만드는 특별함을 선물한다. 진실이 무엇이고 현실은 무엇인지... 수많은 고민과 물음표가 책을 내려놓는 순간 순간까지도 우리 앞에 쏟아져 내린다.

 

마지막에 담겨진 작가와의 인터뷰는 '안보윤' 이라는 이름을 조금을 더 알게 하는, 알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전해준다. 그녀의 데뷔작이었던 [악어떼가 나왔다]가 그녀 자신을 위해 쓴 작품이였다면 이번 작품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은 그만큼 성숙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작가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는 그녀의 첫 작품이 바로 <오즈의 닥터>임을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독특한 장르로, 이제 작가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안보윤, '쓰다'보다는 '들려준다'로 중심이 이동한 그녀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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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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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년 시절에 읽었던 [어린왕자]는 환상과 모험이라는 꿈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조금은 나이가 들어 다시 만난 [어린왕자]는 잊혀져가는 동심과 사랑, 우정이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시간은 같은 모습을 한, 변한지 않는 것들에 대해 전혀 새로운, 특별한 느낌은 전해주기도 한다. '회전목마'라는 이름도 그렇다. 어린 시절, 아빠 엄마와의 즐거운 추억을 지나 청춘의 사랑이 흐르는 시간속에서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한 이름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제 그 이름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또 다른 느낌으로 우리 곁에 머무른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회전목마>는 제목이 참 예쁘다. 그 이름을 살며시 부르는 순간 오래전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속 '회전목마' 라는 이름은 단순히 유년과 사랑의 추억을 담고 있지만은 않다. 생존을 위한 쳇바퀴, 봉 끝에 매달려 목표도 없이 아무런 도전도 없이 끝없이 돌기만 하는 삶의 모습들이 그 이름속에 있다. 그런 삶의 회전목마를 탄, 그의 이름은 케이치 였다. 아내와 딸 카에데, 아들 텟페이 이렇게 4가족으로 구성된 평범한 가정의 가장, 케이치 그의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회전목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사기업에서 힘겹게 일하던 케이치가 조금은 편안한 직장, 칼퇴근에 변화가 없는, 아니 변화를 두려워하는 공무원 생활을 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날 아테네 마을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발령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계적자 47억엔을 떠안고 시의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이 아테네 마을가 존속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의 계산된 잇속에 의해서이다. '아테네 마을 리뉴얼 추진실 준비실'에 배치된 케이치,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소심하기 그지없는 팀장 탄바와 야나이, 사와무라, 그리고 유키에 이렇게 4명이 추진실을 이끌어간다.

 

'[록키]를 본 것은 고등 학교 때, 이웃 동네의 영화관이었다...설령 승산이 없다 해도 싸우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배웠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뭘까?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는 계속 이길 것을 알고 있는 승부만을 해왔다는 기분이 든다. 최근에는 공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시리즈 후반의 록키 같다.' - P. 58 -

 

공무원들의 특성이 책속에 고스란히 보여진다. 칼퇴근, 변화를 가장 두려워하는 특성, 지시받은 것 이외에는 애써 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습성... 허수아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들의 모습속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추어 본다. 케이치의 고군분투는 이런 상황하에서 시작된다. 자신들의 권력 연장을 위해서 존재하는 아테네 마을의 유지에만 촛점을 맞춘 정치인들, 아테네 마을을 변화 발전 시키기보다 그들의 뜻에 어긋남없이 다름아닌 허수아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의 모습. 케이치 역시 그런 공무원이라는 이름속에 쳇바퀴 돌듯 살아 온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런 틈바구니속에서 케이치는 아들 텟페이의 작문 숙제와 맞물려 자신의 모습과 직업관, 위치에 대한 고민과 갈등속에서 도전이라는 명제속으로 과감히 뛰어들게 된다.

 



 

우리 아버지의 일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시청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 P. 63 -

우리 아버지의 일은 높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라고 시킨 일에 예, 라고 대답하고 그것을 제대로 해내는 것입니다. - P. 90 -

우리 아버지의 일은 굉장히 바빠서,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나갑니다. 나랑 한 약속도 안지킵니다. - P. 219 -

우리 아버지의 일은 아케네 마을에서 이상한 모자를 쓰고 손님에게 '이쪽으로 오십시오.' 하고 안내하는 것입니다. 같이 일하는 것은 새우, 애벌레, 삶은 달걀, 토끼귀를 단 누나... - P. 387 -

 

언젠가 텟페이나 카에데에게 '이게 아버지가 하는 일이야.' 라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을까? - P. 416 -

 

텟페이의 작문숙제인,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아이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이 그렇게 조금씩 변해간다. 케이치 자신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간단 명료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아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떳떳하고 당당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회전목마>는 재미와 유쾌함이 가득하다.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대화와 행동들속에서 그들을 꼬집고 우리 사회를 여지없이 비꼰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도전과 목표가 없는 삶에 던지는, 회전목마와 같은 삶의 단편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도전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배우게 된다.

 

'괜찮아, 괜찮아. 어딜 가든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당신은 할 수 있어. 당신은 강해. 챔피언을 쓰러 뜨려. 자, 파이팅 포즈를 취해봐.' - P. 26 -   아내 미치코의 이 말이 너무 감동 스럽다. 역시 무겁고 아플때 힘이 되는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뿐일 것이다. 아들 텟페이에게 보여지는 아빠라는 이름이 소중한 것처럼,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살아갈 충분한 이유와 도전하는 삶의 이유를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회전목마>라는 추억의 제목속에서 어른이라는 이름에서 느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마주한다. 추억과 사랑을 넘어, 도전과 열정이라는, 삶의 새로운 목표라는 특별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다소 평범한 소재와 이야기이지만 특유의 재미와 유쾌함으로 감동을 전해준 작가의 특별한 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 주변을 잠시 돌아보고 나 자신을 바로 세우고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 따스하고 즐거운 작품과 마주한다.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에 가보고 싶다. 조금더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은 어느 순간, 쉴새 없이 돌고 있는 회전목마 앞에서 우리는 또 어떤 느낌을 갖게 될 지... 그리고 어떤 목표와 도전을 떠올릴지 궁금해진다. 회전목마는 그렇게 오늘도 돌고 있다. Merry-Go-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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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1-15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버지가 하는 일은... 으, 무서운 대목인데요. 제가 뭘 하며 사는지, 어떤 영향을 끼치며 사는지, 전혀 merry 하지 않고 그저 go-round만 반복되는 삶이 아닌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니, 읽기 싫은건지도. ^^ 리뷰당선 축하드립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0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2009년도 이제 그 화려한, 아니 조금은 우울했던 무대의 막을 내리려고 한다. '불안' 이라는 말로 2009년 대한민국 소비자의 삶을 요약하기도 하는데... 2008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과 침체에 빠진 경제는 도무지 쉽게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주저 앉아만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년말로 흘러갈수록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2010년에 대한 전망도 나아지고는 있지만 더블팁의 가능성 등 경기회복에 있어 아직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년초 국민들을 우울하게 했던 전직 대통령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김수환 추기경님의 서거, 북한의 핵 위협과 연말 서해상에서의 작은 군사충돌 등 '불안'이라는 한마디가 2009년의 현실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0>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체계적인 트렌드 예측을 위해 조직한 트렌드 헌터 그룹인 [Trenders날]이 '2010년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책이다. 이들은 이미 2005년부터 예측을 시도했으며 2007년부터는 트렌드 예측을 일간지에 게재하기도 했고, 작년부터는 시리즈로 기획된 이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돼지 해였던 2007년은 'GOLDEN PIGS', 2008년 쥐의 해엔 'MICKEY MOUSE', 올해엔 'BIG CASH COW'로 10대 소비트렌드의 키워드를 선정해 그 첫 글자만을 모아 요약한 것이다.

 

적시성(適時性)과 정확성! [Trenders날] 그룹이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내놓기로 한 가장 커다란 이유와 목적은 바로 이것이다. 경영과 정책수립시 참고 가능한 트렌드 예측에서 이 두가지 사항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이런 트렌드 분석서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총3부로 이루어진 이 보고서는 1부에서 2009년 회고를 통해, 그들이 선정한 트렌드에 대해 키워드별 평가와 신조어로 돌아본 2009년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바로 2010년 소비트렌드 전망을 내어놓는다. 경제 전반에 걸친 전망에서 부터 2010년 소비트렌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추가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소비자 트렌드 예측과 예측 결과를 실제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 책 중간중간에 [김난도의 트렌드 워치]에서는 2009년 관심을 받았던 키워드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견해, 그리고 그것에 담겨져 있는 숨겨진 의미를 통해 발전 가능한 대안, 혹은 다양한 제언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들은 2010년'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업그레이드 되는 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전망하는 2010년 소비트렌드의 10대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다. TIGEROMICS! 2010년을 상징하는 'TIGER'와 'ECONOMICS'를 합성한 이 키워드는 '호랑이처럼 웅비하는 2010년의 대한민국 경제' 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010 10대 키워드 'TIGEROMICS'

T
: Times for Korean chic - 코리안 시크 ...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블루오션을 열기 시작한다.
I : Into our neighborhood - 떴다, 우리 동네 ... 지역과 동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한다.
G : Good to be geeks - 딴짓의 즐거움 ... 생활문화의 다양성과 딴짓을 즐기는 괴짜들이 급증한다.
E : End of taboos - 금기의 종언 ... 개방적인 정서, 융화의 경영이 새로운 문화 키워드로 부상한다.
R : Ready-made to Order-made - 당신의,당신을 위한,당신에 의한 ... 소비자주도의 생산트렌드.
O : Omni-U solutions - 전지전능 솔루션 ... 소비자 욕구를 종합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솔루션 인기.
M : Manner matters - 매너남녀 ... 인격과 매너가 가장 중요한 성공의 조건이 된다.
I : It's aqua - 물의 르네상스 ... 물을 중심으로 도시의 문화 산업이 재편된다.
C : Challenge your age - 나이야 가라! ... 시니어 시티즌의 욕구에 주목해야 한다.
S : Style republic - 스타일에 물들다 ... 디자인, 스타일의 질적 성숙이 대세를 이룬다.

 

<트렌드 코리아 2010>은 2009년 그들이 선정한 소비트렌드 'BIG CASH COW'에 대한 조목조목 회고와 세부적인 평가를 통해 그들이 전망한 키워드들에 대해 신뢰를 갖을 수 있게 만든다. 물론, 키워드의 선정에서 예측과 그 범위가 어떤가에 따라 그것들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란 작품이 내걸었던 '수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휘황찬란한 수식어가 너무나도 무색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것을 기대했지만 일반론에 머물러 그만큼 실망이 컷던 그 작품과 마찬가지로 키워드의 범위가 크면 클수록 예측에 대한 평가도 어떤 미사어구를 동원함으로써 멋지고 정확한 전망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속에서 찾을 수 있는 간결하고 구체적인 2009년의 예측, 회고, 평가, 그리고 향후 전망은 이 보고서가 얼마 만큼의 노력으로, 어느정도의 신뢰를 갖을 수 있게 만드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신조어로 돌아본 2009년을 통해 '장미족', '건어물녀', '초식남', '육식녀', '엣지있게', '꿀벅지'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고 듣게되는 신조어들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보고 신조어와 2009년의 트렌드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봄으로써 조금더 쉽고 객관적인 회고와 평가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더불어 3부에서 보이는 구체적인 트렌드 예측 방법론을 통해 그들이 전망한 2010년 소비트렌드에 대해 더욱 신뢰를 갖을 수 있게 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단지 몇개월 앞을, 몇일 앞을 내다 보고 전망한다는 것조차 쉽지 않은 환경하에서 그들이 전망하는 2010년에 대한 예측은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치열한 트렌드 데이터 분석과 오류의 최소화를 위한 그들의 노력을 책속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예측이 말 그대로 예측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그들의 예측에 대한 구체적인 경영, 정책적 대안을 마련한다면, 그리고 그 예측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면 그보다 좋은 결과물이 또 있을까? 아무런 준비와 대안도 없이 손 놓고 있는 것보다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급격한 변화의 시대속에서 살아남고 도약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Trenders날] 멤버들은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언제나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부디 그들의 전망이 노력만큼 더 좋아지기를 소망한다고... 2010년 호랑이의 해, 그 기상에 걸맞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하고있다. 그들의 바램과 그들의 땀의 의미 그대로 준비하고 마련한다면 2010년은 대한민국 모든 분야가 한층 더 굳건해지고 업그레이드 되는 한해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적시성'과 '정확성'으로 무장한 <트렌드 코리아 2010>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한단계 도약을 확신하고 싶다. 그렇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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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모어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죽은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괴물' 이었다.

 

찬란하게 붉은 튤립 검은 표지안에 피어난다. '영원한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이 짧은 표현만으로는 도무지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없겠지만 '트와일라잇' 이라는 이름이 잠시 끼어들기라도 한다면 '어? 그래?'하고 촉수를 곤두세울 그런 작품이 바로 <에버모어>이다. 2008년 겨울, 물론 소설로는 그보다 훨씬 이전이겠지만,  [트와일라잇]이라는 환상적인 영화 한편이 선물한 사랑의 판타지는 추위를 감싸 안을만큼의 따스함으로 전해졌고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그 두번째 이야기 [뉴문]이 또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는 <에버모어>는 그래서인지 시선이 더 오래도록 머문다.

 

한 소녀가 있다. 자신을 괴물이라 부르는... 에버! 엄마 아빠 여동생 라일리, 그리고 누런 털을 가진 개 버터컵. 갑작스레 그녀의 가족에게 찾아온 교통사고, 그 사고로 그녀는 가족들을 모두 잃게된다. 혼자 남겨진 에버... 하지만 에버조차 죽기 직전의 경험, '사후경험'을 하게 되고 그 이후 그녀는 그녀의 말처럼 '괴물'이 되고 만다. 초능력자처럼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오라를 보게 되고, 손끝만 닿아도 그 사람의 생각을, 그 사람의 삶을 볼 수 있게 되어버린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아이팟을 귀에 꽂은 에버! 그녀의 이런 괴물같은 능력을 억누르려는 그녀이지만 좀처럼 쉽게 괴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죽은 동생 라일리와 거의 매일 만나고 이야기한다는 사실! 가족들을 잃고 에버는 사빈 고모에게 떠맡겨진다. 가족을 잃은 아픔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는 에버, 그런 에버의 곁을 지키고 힘이 되어 주는 라일리, 하지만 라일리는 살아있을 때와 같이 여전히 주제넘고 버릇없고 못됐다. 라일리라는 캐릭터는 피터팬에서 '팅커벨'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혹은 이종호의 소설 [귀신전]에 나오는 '묘화'의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약간 까칠하면서도 따스한 맘을 간직한 수호천사와 같은 이미지. 에버와 매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가족이라는 이름속에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런 에버의 고요한 일상속에 돌맹이를 던져 파장을 일으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데이먼 오귀스크! 뉴멕시코에서 전학왔다는 데이먼은 너무 멋지고 섹시해서 친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다. 에버의 단짝 친구인 헤이븐과 마일스를 비롯해 에버까지 그가 발산하는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에버를 혼란스럽게 한것은 그의 뛰어난 외모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눈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오라'도, 빛의 쇼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은 오라를 가지고 있고, 모든 생물체는 몸에서 색체의 소용돌이가 뿜어져 나오는데... 데이먼은 그게 없었다. 오라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죽은 사람들뿐인데... 그렇다면 데이먼은...

 

'그 앞에선 내 초능력 스위치가 저절로 꺼지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사람. 모두의 소음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데이먼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따뜻해지며 내가 정상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 느낌이 오히려 정상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 P. 122 -

 

미스터리한 인물 데이먼, 뉴욕에서 모델일을 했다던 데이먼사진을 보던 에버는 그때의 사진속 인물과 17살인 지금의 데이먼이 똑같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데이먼은 미술시간 피카소보다더 피카소의 그림을 멋지게 그려내기도 하고, 마술사처럼 붉은 튤립을 그녀의 귀 뒤에서 선물처럼 꺼내기도 한다. 손을 닿는것 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읽을 수 있는 삶의 모습이 데이먼에게선 보이지가 않는다. 그는 누구일까? 그는 어떤 존재인가? 자신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데이먼, 하지만 에버는 그런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런 시간속에 찾아온 할러윈데이! 그와 거리를 두기위해 일부러 초대하지도 않았던 데이먼은 에버와 커플복장으로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또 한명의 다른 낯선 방문자가 그녀의 집을 노크한다. 데이먼의 친구였다는 드리나! 첫만남에서 '어차피 우린 다시 만나게 될거야.' 라는 알듯 모를듯 의미 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난 그녀는 또 누구일까? 할러윈 이후 드리나와 함께 녹턴에 갔던 에반젤린은 실종되고 단짝 헤이븐은 드리나의 추종자처럼 변해버린다. 할러윈 데이에 그녀의 집을 찾았던 또 한 명, 영매인 에바 아줌마는 자신이 에버를 도울 수 있다며 도움을 받고 싶다면 언제든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긴다.



'에버, 널 다시 잃을 수는 없었어. 결코 다시는....'

[트와일라잇]을 자꾸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에버모어>는 역시 트와일라잇과 많이 닮아있는건 부인할 수 없을것 같다. 죽음을 초월하는 불멸의 사랑이라는 코드도 그렇고, 주인공인 에버와 데이먼이 17살이고 학생신분이라는 배경도 유사하다.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앞에서 괴로워하고 갈등하는 모습이나, 불사와 맹목의 사랑을 그려가는 모습도 그렇다. 하지만 '환생'이라는 새로운 코드가 접목되고 라일리와 같은 독특한 캐릭터들의 등장,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오라'와 같은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는 <에버모어>만의 색깔을 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와 더불어 <에버모어>속에는 '가족애'가 보다 깊이 있게 담겨있다. 가족의 죽음에 따른 상실감과 죄책감, 그리움을 간직한 소녀 에버와 죽어서도 그녀의 곁을 지키는 당돌 영혼 동생 라일리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감동적이고 색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기의 소년 소녀들의 모습속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들을 발견하게 된다. 에버의 엄마가 늘 얘기했다던...'언젠가 네가 자랄 거고 그리고 그 뒤의 빈칸을 채우게 될 거야.' 라는 말처럼 성장의 아픔, 고통을 통해서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성장소설이 전해주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

 

미스터리한 인물 데이먼과 그의 곁을 맴도는 드리나의 정체는 무엇인고 그들은 어떤 존재들인가? 그들은 또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며 '다시 만나게 될거'라는 드리나의 말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영매 에바 아줌마가 들려줄 진실과 마지막 반전속에 숨겨진 에버를 둘러싼 미스터리들이 숨가쁘게 우리의 등을 떠민다. 영원한 삶, 불멸의 사랑이라는 매력적인 주제와 살아있는듯 생동감 넘치는 매혹적인 캐릭터들이 연주하는 판타지 로맨스가 가슴 떨림은 선물한다. 

 

사람들에게 피어오르는 '오라'의 화려함과 데이먼이 그려내는 붉은 튤립색같은 선명함으로 그려진 <에버모어>는 이미 미국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6부로 이뤄진 시리즈로 출간이 예정되었다고 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신드롬을 넘어서는, <에버모어>시리즈 만이 가진 독특하고 선명한 매력으로 앞으로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근간에 우리에게 미소지을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블루문>을 기대하면서 가슴속에 붉은 튤립을 잠시 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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