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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미 - 렉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 킨셀라 지음, 이지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설렘! 가슴에 빨간색 하트를,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매력적인 순백의 그녀가 그렇게 나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책 한권을 손에 들며 이처럼 가슴이 설레이던 기억이 있을까? 작가의 이름을 앞에 두고 설레이던 기억을 뒤로하고는 아무래도 오랫만에 갖게 되는 느낌인 것 같다. 렉시! 그녀가 그녀일까?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그녀가 렉시라면 그녀는 지금의 렉시일까? 아니면 예전의 렉시일까? 렉시, 그녀가 선물해 준 설렘으로 오래도록 이 책을 기억할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귓가의 속삭임... '리멤버 미'...
마이너스 6점! 그런 하루였다. 남자친구에게 바람을 맞고, 누구나 다 받는 보너스 땡전 한푼 받지 최악의 금요일밤을 맞이하고 있는 렉시, 그녀의 친구 '피' 와 클럽에 간 그녀는 고주망태가 되어버렸고 젖은 계단에서 미끄러져 정신을 잃어버린다. 내일은 아빠의 장례식이 있는데.... 그리고 병원에서 깨어난 렉시! 2007년 5월 6일, 지금 그녀의 시계 바늘은 그렇게 2007년을 가르키고 있다. 하지만 렉시가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금요일 밤은 2004년. 3년이란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렉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돌아온 신데렐라, 렉시!
렉시는 '역행 기억상실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뻐드렁니에 스물 다섯살이었던 렉시, 그녀가 스물 여덟살의 완벽한 여성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완벽한 몸매와 직장, 부동산 재벌에 미남인 남편, 그리고 멋진 차와 집... 상상도 하지 못한 화려한 삶이 기억하지 못하는 3년동안 렉시에게 찾아와 있었다. 현대판 신데렐라가 되어버린 렉시, 그녀를 신데렐라로 만든 '유리구두의 비밀'은 도대체 무엇인지, 3년의 시간을 거슬러 가는 렉시의 고군분투가 엣지있게 펼쳐진다.
'난 스물여덟 살이다. 새하얗고 완벽한 치아, 루이비통 핸드백, 부장이라고 씌어 있는 명함, 그리고 남편이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거래?' - P. 061 -
'기억상실'은 오래전부터 보아온 익숙한 소재다. 국내 드라마속에서는 이제 기억상실에 걸린 등장인물 하나정도 없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 만큼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다. 더불어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자고 일어나니 백마탄 왕자님과 부(副)를 손에 넣는다는 설정도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익숙한 소재이기에 그 내용까지 익숙하다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그보다 익숙함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그 속에서 새롭게 찾아낸 재미와 로맨틱한 즐거움을 끌어낸 특별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리멤버 미>를 2010년을 시작하는 몇 권의 책 중 하나에 포함시킨 이유는 앞서 말했듯 너무나도 마음을 사로잡는 표지 때문이다. 정말이지 '설렘' 그 이하로는 전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은 표지가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칙릿소설이 주는 톡톡 튀는 경쾌함과 유쾌함이 살아있다. 일과 사랑에 관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들이 가진 고민과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이 작품만의 매력으로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신데렐라처럼 한순간 변해버린 자신의 삶속에서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현재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좌충우돌하고 가진것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자유분방하고 열정을 지닌 과거의 시간을 선택할 것인지... <리멤버 미>는 렉시의 발자욱을 뒤따라 걸으면서, 일과 사랑, 신상과 스타일에 몰두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2, 30대 그녀들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돌아보는 시간과 여유를 선물한다. 남성들에게는 그녀들이 가진 고민과 갈등에 대해 한번 생각케 하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리멤버 미>!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기억해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 경제적인 성공과 부가 아니라 진정 우리가 소중히 해야할 것이 무엇이고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를 우리는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신데렐라를 꿈꾸는, 백마탄 왕자와의 로맨스를 꿈꾸는 당신에게 이 작품의 저자 소피 칸셀라는 이렇게 말하는듯 하다. '기억해요. 유리구두는 당신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요. 선택은 언제나 당신의 것이라고...' 톡톡 튀는 재미와 발랄한 웃음을 주는 <리멤버 미>는 굳이 어떤 선택이 아니여도, 첫인상이 주는 설렘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런 작품으로 기억될것 같다. 렉시가 나에게 속삭인다. 날 기억해줘요~ 리멤버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