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모어 이모탈 시리즈 1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죽은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괴물' 이었다.

 

찬란하게 붉은 튤립 검은 표지안에 피어난다. '영원한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이 짧은 표현만으로는 도무지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없겠지만 '트와일라잇' 이라는 이름이 잠시 끼어들기라도 한다면 '어? 그래?'하고 촉수를 곤두세울 그런 작품이 바로 <에버모어>이다. 2008년 겨울, 물론 소설로는 그보다 훨씬 이전이겠지만,  [트와일라잇]이라는 환상적인 영화 한편이 선물한 사랑의 판타지는 추위를 감싸 안을만큼의 따스함으로 전해졌고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1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그 두번째 이야기 [뉴문]이 또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는 <에버모어>는 그래서인지 시선이 더 오래도록 머문다.

 

한 소녀가 있다. 자신을 괴물이라 부르는... 에버! 엄마 아빠 여동생 라일리, 그리고 누런 털을 가진 개 버터컵. 갑작스레 그녀의 가족에게 찾아온 교통사고, 그 사고로 그녀는 가족들을 모두 잃게된다. 혼자 남겨진 에버... 하지만 에버조차 죽기 직전의 경험, '사후경험'을 하게 되고 그 이후 그녀는 그녀의 말처럼 '괴물'이 되고 만다. 초능력자처럼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오라를 보게 되고, 손끝만 닿아도 그 사람의 생각을, 그 사람의 삶을 볼 수 있게 되어버린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아이팟을 귀에 꽂은 에버! 그녀의 이런 괴물같은 능력을 억누르려는 그녀이지만 좀처럼 쉽게 괴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죽은 동생 라일리와 거의 매일 만나고 이야기한다는 사실! 가족들을 잃고 에버는 사빈 고모에게 떠맡겨진다. 가족을 잃은 아픔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는 에버, 그런 에버의 곁을 지키고 힘이 되어 주는 라일리, 하지만 라일리는 살아있을 때와 같이 여전히 주제넘고 버릇없고 못됐다. 라일리라는 캐릭터는 피터팬에서 '팅커벨'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혹은 이종호의 소설 [귀신전]에 나오는 '묘화'의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약간 까칠하면서도 따스한 맘을 간직한 수호천사와 같은 이미지. 에버와 매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가족이라는 이름속에 감동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런 에버의 고요한 일상속에 돌맹이를 던져 파장을 일으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데이먼 오귀스크! 뉴멕시코에서 전학왔다는 데이먼은 너무 멋지고 섹시해서 친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다. 에버의 단짝 친구인 헤이븐과 마일스를 비롯해 에버까지 그가 발산하는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에버를 혼란스럽게 한것은 그의 뛰어난 외모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눈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오라'도, 빛의 쇼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은 오라를 가지고 있고, 모든 생물체는 몸에서 색체의 소용돌이가 뿜어져 나오는데... 데이먼은 그게 없었다. 오라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죽은 사람들뿐인데... 그렇다면 데이먼은...

 

'그 앞에선 내 초능력 스위치가 저절로 꺼지기 때문이다.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사람. 모두의 소음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데이먼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따뜻해지며 내가 정상인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 느낌이 오히려 정상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 P. 122 -

 

미스터리한 인물 데이먼, 뉴욕에서 모델일을 했다던 데이먼사진을 보던 에버는 그때의 사진속 인물과 17살인 지금의 데이먼이 똑같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데이먼은 미술시간 피카소보다더 피카소의 그림을 멋지게 그려내기도 하고, 마술사처럼 붉은 튤립을 그녀의 귀 뒤에서 선물처럼 꺼내기도 한다. 손을 닿는것 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읽을 수 있는 삶의 모습이 데이먼에게선 보이지가 않는다. 그는 누구일까? 그는 어떤 존재인가? 자신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데이먼, 하지만 에버는 그런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런 시간속에 찾아온 할러윈데이! 그와 거리를 두기위해 일부러 초대하지도 않았던 데이먼은 에버와 커플복장으로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또 한명의 다른 낯선 방문자가 그녀의 집을 노크한다. 데이먼의 친구였다는 드리나! 첫만남에서 '어차피 우린 다시 만나게 될거야.' 라는 알듯 모를듯 의미 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난 그녀는 또 누구일까? 할러윈 이후 드리나와 함께 녹턴에 갔던 에반젤린은 실종되고 단짝 헤이븐은 드리나의 추종자처럼 변해버린다. 할러윈 데이에 그녀의 집을 찾았던 또 한 명, 영매인 에바 아줌마는 자신이 에버를 도울 수 있다며 도움을 받고 싶다면 언제든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긴다.



'에버, 널 다시 잃을 수는 없었어. 결코 다시는....'

[트와일라잇]을 자꾸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에버모어>는 역시 트와일라잇과 많이 닮아있는건 부인할 수 없을것 같다. 죽음을 초월하는 불멸의 사랑이라는 코드도 그렇고, 주인공인 에버와 데이먼이 17살이고 학생신분이라는 배경도 유사하다.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앞에서 괴로워하고 갈등하는 모습이나, 불사와 맹목의 사랑을 그려가는 모습도 그렇다. 하지만 '환생'이라는 새로운 코드가 접목되고 라일리와 같은 독특한 캐릭터들의 등장,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오라'와 같은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는 <에버모어>만의 색깔을 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와 더불어 <에버모어>속에는 '가족애'가 보다 깊이 있게 담겨있다. 가족의 죽음에 따른 상실감과 죄책감, 그리움을 간직한 소녀 에버와 죽어서도 그녀의 곁을 지키는 당돌 영혼 동생 라일리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감동적이고 색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기의 소년 소녀들의 모습속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들을 발견하게 된다. 에버의 엄마가 늘 얘기했다던...'언젠가 네가 자랄 거고 그리고 그 뒤의 빈칸을 채우게 될 거야.' 라는 말처럼 성장의 아픔, 고통을 통해서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성장소설이 전해주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

 

미스터리한 인물 데이먼과 그의 곁을 맴도는 드리나의 정체는 무엇인고 그들은 어떤 존재들인가? 그들은 또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며 '다시 만나게 될거'라는 드리나의 말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영매 에바 아줌마가 들려줄 진실과 마지막 반전속에 숨겨진 에버를 둘러싼 미스터리들이 숨가쁘게 우리의 등을 떠민다. 영원한 삶, 불멸의 사랑이라는 매력적인 주제와 살아있는듯 생동감 넘치는 매혹적인 캐릭터들이 연주하는 판타지 로맨스가 가슴 떨림은 선물한다. 

 

사람들에게 피어오르는 '오라'의 화려함과 데이먼이 그려내는 붉은 튤립색같은 선명함으로 그려진 <에버모어>는 이미 미국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6부로 이뤄진 시리즈로 출간이 예정되었다고 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신드롬을 넘어서는, <에버모어>시리즈 만이 가진 독특하고 선명한 매력으로 앞으로 더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근간에 우리에게 미소지을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블루문>을 기대하면서 가슴속에 붉은 튤립을 잠시 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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