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서커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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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통해 16세기 네덜란드를 우리 눈앞에 정교함으로 펼쳐 보이며 너무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던 트레이시 슈발리에, 그녀가 이번에는 18세기 조지왕 시대의 런던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조각된 런던의 거리 풍경이 책에 담긴 활자 하나하나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중세풍의 멋스러운 건물들, 쉴 새없이 분주한 사람들, 그 한쪽에선 오늘 저녁 서커스 공연을 알리는 퍼레이드가 한창이고, 구경꾼들의 다양한 모습들도 함께 할 수 있다.

 

그렇게 복잡한 런던 거리 한복판에 짐을 가득 실은 마차가 등장한다. 도싯셔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의자만드는 일을 하며 살던 토마스 켈러웨이의 가족들이다. 세아들 샘, 토미, 젬, 그리고 딸인 메이지와 아내 앤 켈러웨이가 한가족을 이루지만 샘과 토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살던 마을에 잠시 들렀던 필립 애스틀리의 서커스단을 도와준 토마스에게 애스틀리는 일자리를 주겠으니 런던으로 오라고 했고, 얼마전 아들 토미를 잃은 슬픔에 쌓여 있던 그들의 가족, 특히 아내 앤은 런던에서의 새 출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게 찾게 된 런던, 토마스는 어렵사리 필립 애스틀리를 만나지만 그는 토마스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필립은 토마스 가족에게 헤르쿨레스 빌딩에 있는 펠렘의 집을 소개해주고 그곳에 정착하도록 도와준다. 모든것이 낯설기만한 런던의 풍경은 소년인 젬에게 새롭기만하다. 그것은 메이지와 앤도 마찬가지... 이삿짐을 나르면서 첫만남을 가진 매기 버터필드, 도싯셔의 소녀들과는 다른 쾌활하고 활달한 그녀에게 젬은 조금씩 마음이 끌린다.

 

젬은 경험을 얻었고, 메이지는 순수를 잃었으며, 매기는 순수를 되찾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작기만 하던 산골마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런던 램버스, 당시 런던은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의 옆집에 살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 매기의 부모인 딕 버터필드와 베트 버터필드, 매기의 오빠 찰리, 필립 애스틀리와 존 애스틀리, 팰럼 아줌마... 켈러웨이 가족은 런던에서 이들과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젬과 메이지, 매기에게는 성장이라는 좋은 경험과 시간을 얻게 된다. 

 





<시인과 서커스>는 특별한 사건을 통해 팽팽하게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작품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한 시골 가족이 공간적 사회적 변화의 시간에 휩싸인 런던에서 겪은 시선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기록하고 묘사한 작품이다. 변화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 성장이라는 변화와 마주하게 된 소년소녀들의 모습이 이 작품속에 담겨진 커다란 두 가지 스토리로 전개된다. 그 두 변화의 중심에 시인이자 종합예술인으로 불러야 할 것간은 인물 윌리엄 블레이크가 있다.

 

젬과 매기에게 '반대' 만이 아닌 '균형' 이라는 새로운 교훈을 선물해주고, 메이지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경험속에서 도움을 준, 그리고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게 만든 주인공이 바로 윌리엄 블레이크다. 그가 젬과 메기에게 들려준 말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도 꼭 필요해 보이는 균형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두 극단 사이의 긴장이야말로 우리를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있게 하는 거란다. 우리 인간은 어떤 한 가지 측면만이 아니라 그 반대 측면까지 갖고 있는 거야. 그 두 가지 상극이 우리의 내면에서 섞이고 부딪치고 불꽃을 일으키지. 빛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둠도 있는 거야. 평화만 있는 게 아니라 갈등도 있고. 순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도 있어... 그래야만 꽃 한 송이 속에서도 세상을 볼 수 있을 테니까.'  - P. 247 -

 

누군가는 경험을, 누군가는 되찾을 수 없었던 순수를 얻고, 또 누군가는 순수를 잃었다. 또 누군가는 혁명이라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로운 투쟁과 변화를 몸소 겪어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이 어쩌면 사회를 발전시키고, 자신을 조금더 성장시키는 좋은 경험이 될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갈등도 있고, 어둠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 반대에선 빛과 평화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균형잡힌 시선이 있을때 블레이크의 말처럼 새로운 시선으로 멋진 세상을 볼 수 있을것이다.

 

<시인과 서커스>, 정교하고 섬세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필력을 만끽 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특별한 사건없이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힘은 아마도 발로 뛰어 얻어낸 철저한 고증의 노력과 천부적인 작가로서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이야기 중간중간에서 또 다른 재미와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의 원제인 <Burning Bright> 또한 블레이크의 시속에서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그의 시를 읽으며, 그가 전해주는 삶의 교훈을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Tyger! Tyger! burning bright           호랑이! 이글이글 불타는 호랑이!

In the forests of the night,             밤의 숲속에선
What immortal hand or eye               어떤 죽음 모르는 손이, 눈이
Could frame thy fearful symmetry?    너의 겁나는 균형을 빚어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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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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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해바라기, 세 마리 흰 고양이, 기다랗게 늘어진 밧줄, 백엽상옆 거미줄과 거미 한마리, 그리고 아무런 시선도 없이 서있는 한 소년...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이라는 감성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표지가 주는 분위기는 너무도 음산하다. 분류불가, 설명불가... 출간이후 100만부 판매!... 등 이 작품에 대한 수많은 수식이 제목과 표지의 대비만큼이나 시선을 머물게 한다. 소년의 성장을 그려낸 청춘소설에 미스터리가 살짝 가미된 그런 작품이 아닐까? 첫인상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에 머문다.

 

'미치오 슈스케' 라는 이름의 작가,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1위로 선정된 작가 라는 수식으로 시선이 가긴 했지만 낯설기만한 작가다. 미스터리 추리소설하면 떠오르던 일본작가의 이름속에 그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이 작품에 대한 수식들이 심상치가 않다. 이 작품은 2005년에 출간된 그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두번째 작품만에 그를 미스터리 추리소설 장르의 다크호스가 되어버린 미치오 슈스케... 어딘지 모르게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그와의 첫만남을 조금은 설레이기도 한다. 

 

그 사건이 발생한 여름,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유지매미소리가 들리는 여름, 어른이 된 미치오는 '그 사건' 이 발생한 여름을 회상한다. 초등학교 4학년 미치오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3살인 여동생 미카와 함께 산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던날 결석한 'S', 미치오가 그의 집에 숙제와 유인물을 가져다 주기로 한다. S의 집에 가던길, 미치오는 다리가 꺽인 죽어있는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한다. 얼마전부터 이 마을에는 하얀 비누를 입에 물고, 뒷다리 관절이 꺽여 죽은 개와 고양이가 계속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착한 S의 집. 미치오는 밧줄에 묶여 목이 늘어져 죽어있는 S를 발견한다.

 

충격에 휩싸인 미치오는 학교로 달려가 그의 담임인 이와무라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경찰과 함께 S의 집을 다녀온 그들은 S의 시체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평소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S의 죽음은 자살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주일후 미치오 앞에 나타난 한 마리의 거미는 자신이 S라고 말한다. 자신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고, 거미로 환생했다고 말하는 S, 그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미치오와 그의 여동생 미카는 추리하고 파헤치기 시작한다.

 

S는 자신을 죽인 범인을 지목한다. 하지만 그가 왜 자신을 죽였는지, 자신의 시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S가 지목한 범인, 정말 S는 그에게 죽음을 당한 것일까? S의 개 다이키치는 평소와 다르게 미치오를 보고 덤벼들었을까? 범인은 왜 S의 시체를 숨겼을까? 미치오의 엄마가 그를 믿지 않는 이유와 엄마가 말하려 했던 '네가 ㅇㅇㅇㅇㅇ고'속에 들어갈 말은 무엇인지, 개와 고양이를 죽인 범인이 바로 S를 죽인 것인지... 자살, 아니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겹겹이 둘러쌓인 사건의 실체가 하나하나 벗겨지면서 독자들은 말그대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된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 '반전' 이다. 이 작품 역시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반전의 미학을 완성시킨다. 사건과 그 사건을 풀어가는 미치오와 미카, 하지만 그들이 풀어가는 미스터리는 여러가지 트릭과 다양한 장치들로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사건의 중간중간 등장하면서 추리에 도움을 주는 도코 할머니 힌트와 S와 이웃인 다이조 할아버지의 증언은 사건의 추리를 완성시키다가 갑자기 독자들을 막다른 길로 이끌기도 한다.

 

S가 털어놓는 사건의 진실, 미치오가 풀어가는 또 다른 진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어느것이 현실인지, 어느것이 사춘기 소년이 꿈꾸는 환상인지 혼미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동양 철학에 기초한 '환생'이라는 것이다. 죽은 S가 거미로 되살아나고 등장인물 중 몇명은 결국 또 다른 환생의 결과물이었다는 이야기 구조는 미치오가 펼치는 현실의 과학적인 추리와 맞물려 또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온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는 그 소재면에서도 독특한 작품이다. 자살, 살인, 불륜, 동물학대, 아동 성폭행, 시체 유기, 집단 따돌림, 가정 폭력... 등 우리 현실의 추악함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때문이다. 과학적 추리와 환생이라는 환상이 뒤섞인 몽환적 느낌이 전해지는 이 작품은 그래서인지 잔혹함보다는 현실에 대한 무거운 고민과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만든다. 인간이 가진 추악함보다는 그 추악함을 만들어낸 인간의 비정함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책이 있다. 그리고 쉽게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후자에 가까울것 같다. 왜? 어떻게?라는 계속되는 물음속에 해답은 또 다른 물음을 만들어낸다. 그 물음표를 따라가는 미로속에서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할것이다. 미치오의 과학적이고 치밀한 추리속에 '감탄사'를 연신 울리다보면 어느새 결말에 이르게 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 P. 436 -

 

성장소설, 가족소설, 미스터리 추리소설, 환상소설, 사회소설...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통해 다양한 소설적 특성을 선보인다. 인간이 만들어 낸,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나의 사건속에 담아낸 작가 특유의 치밀함과 구성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이야기속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작가만의 유연한 문체도 단연 돋보인다. 뛰어난 반전이 압권이었던 이 작품은 미치오가 결말부분에 던진 말속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커다란 물음표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물음표는 이 작품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2010년 만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게 오래도록 여운이 되어 마음을 울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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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미술관 - 비즈니스에 감성을 더하는 Morning Art 아침 미술관 시리즈 1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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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는 CEO’ 시리즈 중 [그림읽는 CEO]의 저자이기도 한 現 사비나 미술관 관장인 저자 이명옥, 그녀는 이번에 직장인들의 그림 읽기를 도와주는 책을 선보이고 있다. <아침 미술관>이란 제목과 함께 ’직장인을 위해 기획한 365일 인사이트展’이라는 부제로 기획된 이 작품은 예술에 목말라 하면서도 시간과 현실의 여러 장애 요소에 부딪혀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직장인들에게 단비같은 작품이 되어줄것이다. 미술감상과 자기계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말에 아마도 직장인이라면 귀가 솔깃해질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림읽는 CEO]가 ’명화에서 배우는 창조의 조건, 명화를 탄생시킨 거장에게 배우는 창조의 기술’을 귀뜸해준 작품이라면 이 <아침 미술관>은 조금은 더 편안하게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시간과 함께 그 작품에 담긴 의미를 주제별로, 계절별로 풀어가는 구성을 하고 있다. 책속에는 우리의 4계절과 매월을 소재로한 이야기들이 그림속에 담겨있고 그 속에서 주제별로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곳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과 가치, 재미가 꼬리에 꼬리를 물로 이어진다.

 

또한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어떤 작가는 이렇게, 또 다른 작가는 이런 모습으로 작품을 구현했는지 비교해보는 시간도 갖을 수가 있다. 181점으로 구성된 아침 미술관의 문을 이제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메마른 감성,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겨운 이들이라면, 아니 단순히 그림을, 예술을 사랑하고 즐겨서 가까이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아침 미술관의 문을 노크해보기 바란다. 예술감상과 자기계발! 이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어볼까?

 



 

<아침 미술관>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1년의 각 달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 1권에는 1월부터 6월까지 의미를 담고, 연관이 있는 그림과 조각, 조형물 등 예술 작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작 만큼 즐거운 순간은 없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작된 1월의 이야기는 랭부르 형제의 [베리 공작의 매우 호화로운 기도서]로 시작 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나보는 작품이지만 작가의 그림에 대한 자세한 해설과 이 그림을 통해 우리가 갖게 되는, 갖았으면 하고 바램을 담은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작품이해와 자기계발이라는 두 가지 효용을 모두 취할 수 있다.

 

1월의 시작, 그리고 첫의 의미, 숫자 1의 의미... 등을 통해서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워가기도 하지만, 밀레의 작품인 [첫 걸음마](P.05)와 밀레를 닮고 싶었다는 고흐의 [첫 걸음마], 이 똑같은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해주고자 하는 작품의 의미를 넘어, 작가들간의 숨겨진 이야기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색다름을 얻을 수도 있다. 성동훈 작가의 [돈키호테]라는 작품(P.19)에 대한 해설 말미에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러시아 소설가 투르게네프는 [햄릿과 돈키호테]라는 에세이에서 인간의 유형을 두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행동하는 돈키호테형, 다른 하나는 사색하는 햄릿형입니다. 여러분은 생각보다 먼저인 돈키호테형인가요, 아니면 고민하다가 정작 행동하지 못하는 햄릿형인가요.’

 

단순히 한 작품을 이야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와 유사한 문학이나 또 다른 예술작품을 인용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자기계발의 의지와 변화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 해인 2010년과 연결지어 김홍도의 [맹호도]를 통해, ’공격의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전해주기도 하고 거기에 연결해 장승업의 [호취도]로 방어의 기술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그림속에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속에서 우리에게 유익한 주제들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침 미술관>은 이처럼 1월의 테마 ’시작과 다짐’이라는 주제로 시작되어 2월에는 ’자신의 점검’을, 3월은 봄이 의미하는 ’탄생’을, 4월의 ’싱그러움과 푸르름’, 5월은 ’가족의 사랑과 장미의 열정’, 마지막 6월은 ’강렬한 여름’을 상징하고 의미를 담은 작품들로 각 전시관을 꾸며놓고 있다. 매일아침 눈을 떳을때 아침 햇살과 함께 이야기를 담은, 멋진 주제를 안은 미술작품을 만나는 기분! 아마 너무 행복하고 상쾌한 하루를 선물받은 느낌이 바로 이런 기분이 아닐지...

 

조선시대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들, 1919년 설날 아침을 그렸다는 엘리자베스 키스의 [정월 초하루 나들이](P. 201)와 같은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담긴 작품들, 익숙한 외국 작가들... 달리, 고흐, 밀레와 같은 작가들의 그림들이 있다. <아침 미술관>은 단순히 고전에 머무르지 않고 정혜련의 [영웅의 집](P. 218)을 통해 찌그러진 국회의 모습을 권력의 속성에 빗대어 현재를 그려내기도 한다. 권여현의 [서당-김홍도](P. 324)속에서 패러디라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와 위트가 담긴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뱅크시의 [숨바꼭질](P. 331)은 유쾌함과 코믹함을 전해주고, 배르트 모리조의 [요람](P. 530)은 그림 하나로 ’좋은 부모가 되는 법’ 이라는 깊이있는 주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나는 매일 아침 한 점의 그림을 읽는다!

다양한 시대와 대상, 주제와 이야기를 담은 <아침 미술관>은 이제 6월을 지났을 뿐이다. 예술과 일상이 짝짓기하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기위해 계속적으로 아침미술관을 열어가고자 희망하는 작가의 바램처럼, 더 오래도록 미술관이 문을 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된다. 예술이라는 무게보다는 누구나 쉽게 예술을 만나고 상상할 수 있는 문턱 낮은 미술관, <아침 미술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매일아침 눈을 뜨고 한편의 그림으로 즐거운 상상과 오늘의 교훈을 일깨운다면 이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아침 미술관>에서 한 편의 그림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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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브레이크 1
폴 셰링 원작, 고지마 유키코 각색, 조윤정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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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미국 드라마)가 인기다. 어린시절 전격 Z 작전, V 에 열광했고, 조금 커서는 X파일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지만 그때의 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요즘 미드의 인기는 성별과 연령대에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CSI, 로스트, 뉴욕특수수사대, 그레이 아나토미 등 탄탄한 구성과 독특한 소재, 거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미드의 침공을 받은 우리는, 말그대로 초토화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는 석호필이라는 이름과 함께 미국계 국민배우의 탄생을 알린 드라마이기도 했다.

 

석호필, 그가 돌아왔다!

2007년 이었던가? 석호필,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마이클 스코필드 역을 맡은 웬트워스 밀러의 방한이 있었다. 내놓으라하는 유명 해외 스타의 방한을 뛰어넘는 그에 대한 환호와 열광은 이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커다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석호필에 대한 열광은 남성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미드의 인기, 그 중심에 선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우리는 이제 이 드라마를 책으로 만나려한다. 기다려! 석호필~

 

사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로 이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이름도, 석호필이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탈옥이라는 드라마의 소재도... 개괄적으로 나마 알고는 있다. 그래서인지 책으로 만나는 이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드라마를 미리 봤다면 드라마와 소설이 갖는 장르적 특성을 비교하면서 더 재밌게 만날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명성과 인기있는 드라마를 책으로 만나는 즐거움은 오히려 더 클것이 분명하다. 등장인물들의 사진을 통해 개괄적이나마 그들을 파악하고, 전체 줄거리를 통해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를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활자가 뿜어내는 더 화려하고 스릴 넘치는 상상은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보다 크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 촉망받는 건축설계사이자 건축공학자인 마이클 스코필드, IQ 200의 이 천재가 어느날 은행을 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무장강도 미수 혐으로 체포된 마이클은 5년형을 선고받고 폭스리버 교도소로 수감된다. 폭스리버 교도소는 그의 형인 링컨 버로우즈가 사형은 선고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바로 그 교도소이다. 5월 11일 사형집행! 이제 몇개월 남지 않은 형의 사형일자, 마이클은 그런 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은행강도라는 죄목으로 같은 교도소 수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어린시절 자신들을 떠나버린 아버지와 죽음을 맞이한 엄마, 이후 마이클은 형과 함께, 형을 의지해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누명을 쓰고 사형을 언도받은 형 링컨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심 판결과 상고 기각 등 이해할 수 없는 처벌을 받게 되었고 마이클은 형의 무죄를 주장하며 그를 교도소에서 탈옥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교도소에 수감되기전 자신의 등에 문신을 새겨 교도소의 상세한 설계도를 그려넣고, 전 마피아 간부인 존 애부루지를 밀고한 자를 알려주는 대신 그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등 천재 마이클은 치밀하고 세부적인 계획으로 탈옥을 현실화 시켜가고 있었다. 하지만 교도소 내부의 폭력과 갈등, 교소소내 2인자인 브래드 벨릭의 방해, 예기치 못한 타교도소 이송 등 각종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한편, 교도소 밖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이클의 형, 링컨의 애인이었던 변호사 베로니카가 링컨의 무고함을 서서히 믿게 되면서 프로젝트 저스티스의 변호사 닉과 함께 사건을 새로이 조사하기 시작한것이다. 하지만 링컨에게 살인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씌웠던 비밀 정보국의 요원인 켈러맨 일당은 그들이 어렵사리 찾아낸 증인과 증거들을 없애고, 사형제를 반대하던 맥모로 주교를 죽이는 등 링컨의 사형을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방해와 조작을 서슴치 않게 된다.



잠시도 눈 뗄 수 없는 긴장과 스릴! 매력적인 캐릭터!

이 작품의 매력은 역시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에 있다. 잠시도 눈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 그것이 바로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열광하게 만든 원동력이었고 이 소설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란 생각이든다. 억울한 형을 탈옥시키려는 동생, 어쩌면 이 단순한 스토리가 치밀한 계획과 예기치 못한 사건들속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해결을 지켜보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것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요인이다.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IQ 200의 천재 마이클 스코필드를 필두로, 링컨의 애인이면서 교도소 밖에서 종횡무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변호사 베로니카 도노반, 교도소 실세인 마피아 간부 존 애부루지, 동료애로 무장한 같은 방에 수감된 수크레, 마이클에 조금씩 애정을 갖게 되는 교도소 의료실의 사라, 조금은 미스터리한 인물 찰스 웨스트모아랜드, 악역을 맡은 교도관장 벨릭과 티백, 그리고 비밀 정보국 요원 폴 켈러맨 등 수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 자신만의 캐릭터로 무장하고 스토리에 재미와 긴장을 더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중 하나인 '형제애'라는 감동코드를 빼놓을 수 없을것 같다. 정'情'이라는 우리 특유의 감성이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모티브와 맞아 떨어져 더욱 사랑받는 이유가 되는것 같다. 형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동생, 부모를 잃고 서로 의지하던 형제의 뜨거운 사랑이 독자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 작품속에서 보이는 '음모론'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비밀 정보요원들, 억울한 누명, 국가 권력... 이런 구도가 독자들의 관심을 이끄는 또 하나의 재미요인이 되고 있다. 정의가 무엇인지, 죄 없는 자는 쫓기고 죄 지은 자는 쫓는 기형적인 구조, 공권력에 대한 의심이 읽는 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프리즌 브레이크 1> 이 한권의 책이 잠시 잊고 있던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우게 만든다. 드라마의 원작인 만큼,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간단한 사진 이외에 중간 중간 인물들과 상황을 연계시켜주는 사진들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독특한 소재, 거대한 스케일, 치밀한 구성, 매력적인 캐릭터.... 모두 열거하기도 힘든 이 작품의 매력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마이클 스코필드의 트레이드마크는 바로 '종이새'이다. 종이새는 어쩌면 그의 자유의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그런 그의 자유의지는 성공할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보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인것 같다. 더 기다려지고 더 궁금해지는 마음을 안고 힘겹게 이 책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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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오대수!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라는 이름을 가진 이 남자는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어딘지도 모를 독방에 갖혀 중국집 만두만 먹으며 15년 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찾은 자유, 하지만 그 자유를 만끽하기보다 왜? 무엇때문에?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과거의 시간들을 거슬러가게되고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박찬욱 감독의 이 영화 [올드보이]는 평범하게 살아온 한 남자에게 던져진 믿기지 않는 현실과 왜?라는 질문속에서 조심스레 그 이유를 말하는 영화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평가는 관객에게 맞기고 있다. 충격적인 반전과 소름 돋는 결말이 압권이었던 이 한편의 영화가 갑자기 떠오른다. 평범한 일상에서 전혀 낯선 세계로 떨어진 그들, 핏빛으로 물든 시간의 미로...수수께끼... <크림슨의 미궁> 이 책,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크림슨의 미궁>은 또 다른 한 작품을 떠오르게 만든다. 책 소개에도 등장하지만 [10억]이라는 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등장인물과 주요 배경, 그리고 생존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요소에서 모두 유사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림슨의 미궁>이 1998년 작품이기에 아마도 2009년 개봉된 이 영화는 이 소설을 많이 참고한 듯 보인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찾던 왜?에 대한 대답을 찾다보면 이 작품이 조금은 허무해질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의 재미를 만끽하려면 왜?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촛점을 맞추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그 붉은 색의 미궁속으로 조심스레 발길을 옮겨본다.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전혀 낯선 곳에서 깨어난 주인공 '후지키 요시히코'. 자신의 과거도 이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조차 기억할 수 없는 그는 8명의 또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생존을 건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누구에 의해, 아니 왜? 그래야하는지 참가자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들의 곁에 있는 게임기는 그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고 어떤 선택들이 있으며 우승한 사람에게는 상금이 주어진다는 지시사항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서바이벌을 위한 아이템을 얻으려는 자는 동으로, 호신용 아이템을 얻으려는 자는 서로, 식량을 얻으려는 자는 남으로, 정보를 얻으려는 자는 북으로 가라.  - P. 67 -

 

후지키는 처음 만났던 수수께끼 같은 인물 '오토모 아이'와 팀을 이루게 되고, 나머지 7명도 각자 서로의 팀을 이루게 된다. 각 팀들은 게임기의 지시에 따라 각 단계로 이루어진 체크 포인트로 이동하게 되고 거기에서 아이템을 획득하여 목적지에 도착, 최종 승자를 가려내게 된다. 이 게임은 그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다. 처음엔 자신들이 가진 게임기속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만 첫번째 아이템을 손에 넣은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거짓과 배신'으로 가득한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내보이게 되는데..



<크림슨의 미궁>은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다. [검은 집]과 [13번째 인격]을 통해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에 새롭게 그만의 색깔을 채색했던 그가 이번엔 핏빛 붉은 색을 덫칠하고 있다. 짜임새 있는 치밀한 구성과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를 선보여 왔던 그는 이번에도 역시 인간의 광기와 욕망이라는 틀 안에서 인간이 가진 본성과 인격이 얼마나 추악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수한 상황의 연출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던 그는 이번에도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한층 더 흥미롭고 긴박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페르소나는 인격이라는 뜻의 라틴어예요. ... 원래는 배우가 쓰는 가면을 말하는데, 그 뜻이 변해서 성격 자체까지 가리키는 말이 되었죠. ... 나도 처음엔 인격이 사람 마음의 중추이자 지배원리라고 굳게 믿었어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인격이란 외부의 상황, 특히 대인 관계에 대처하기 위해 습득하는 몇 가지 반응 유형이 집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 P. 167 -

 

전직교사, 실업자, 노동자, 아르바이트생, 세일즈맨, 이혼녀, 만화가.... 다양한 직업과 이력을 가진 이들이 보여주는 인간이 가진 추악함, 인격이라는 이름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가면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생존을 위해 보여지는 이기적인 모습들속에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투영되어 있는듯하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현대인들, 그리고 누군가를 짖밟고 혹은 누군가에게 죽음 못지않은 상처를 주는 현대인들에게 <크림슨의 미궁>은 바로 자신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기시 유스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소재와 함께 그가 그려가는 세계에 대한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들은 그가 만들어가는 픽션의 세계속에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고 그 세계안에서 꼼짝 못하게 하는 능력을 만들어낸다.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 현실속 인물들인양 생생하게 다가오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구성과 반전의 묘미야말로 역시 기시 유스케!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매력이 될 것이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왜?' 라는 이유를 찾기보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상황에 시선을 두고 '어떻게?'에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더 큰 재미와 마주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되는 작품이다. 미스터리 추리에 호러를 더한, 기시 유스케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소재 그리고 현실 인식이 어우러진, 기존의 검은 빛에 붉은 색을 덫칠하고서, 그렇게 또 다른 미로속을 내달려본다. '식시귀'는 단지 책속에 존재할 뿐일까?라는 의문과 마주하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지금 나는 기시 유스케의 매력에 한층 더 깊숙히 빠져들게 만드는 검붉은 한권의 책 앞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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