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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브레이크 1
폴 셰링 원작, 고지마 유키코 각색, 조윤정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미드(미국 드라마)가 인기다. 어린시절 전격 Z 작전, V 에 열광했고, 조금 커서는 X파일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지만 그때의 인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요즘 미드의 인기는 성별과 연령대에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CSI, 로스트, 뉴욕특수수사대, 그레이 아나토미 등 탄탄한 구성과 독특한 소재, 거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미드의 침공을 받은 우리는, 말그대로 초토화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표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는 석호필이라는 이름과 함께 미국계 국민배우의 탄생을 알린 드라마이기도 했다.
석호필, 그가 돌아왔다!
2007년 이었던가? 석호필,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마이클 스코필드 역을 맡은 웬트워스 밀러의 방한이 있었다. 내놓으라하는 유명 해외 스타의 방한을 뛰어넘는 그에 대한 환호와 열광은 이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커다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석호필에 대한 열광은 남성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미드의 인기, 그 중심에 선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우리는 이제 이 드라마를 책으로 만나려한다. 기다려! 석호필~
사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로 이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이름도, 석호필이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탈옥이라는 드라마의 소재도... 개괄적으로 나마 알고는 있다. 그래서인지 책으로 만나는 이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드라마를 미리 봤다면 드라마와 소설이 갖는 장르적 특성을 비교하면서 더 재밌게 만날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명성과 인기있는 드라마를 책으로 만나는 즐거움은 오히려 더 클것이 분명하다. 등장인물들의 사진을 통해 개괄적이나마 그들을 파악하고, 전체 줄거리를 통해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를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활자가 뿜어내는 더 화려하고 스릴 넘치는 상상은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보다 크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 촉망받는 건축설계사이자 건축공학자인 마이클 스코필드, IQ 200의 이 천재가 어느날 은행을 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무장강도 미수 혐으로 체포된 마이클은 5년형을 선고받고 폭스리버 교도소로 수감된다. 폭스리버 교도소는 그의 형인 링컨 버로우즈가 사형은 선고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바로 그 교도소이다. 5월 11일 사형집행! 이제 몇개월 남지 않은 형의 사형일자, 마이클은 그런 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은행강도라는 죄목으로 같은 교도소 수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어린시절 자신들을 떠나버린 아버지와 죽음을 맞이한 엄마, 이후 마이클은 형과 함께, 형을 의지해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누명을 쓰고 사형을 언도받은 형 링컨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심 판결과 상고 기각 등 이해할 수 없는 처벌을 받게 되었고 마이클은 형의 무죄를 주장하며 그를 교도소에서 탈옥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교도소에 수감되기전 자신의 등에 문신을 새겨 교도소의 상세한 설계도를 그려넣고, 전 마피아 간부인 존 애부루지를 밀고한 자를 알려주는 대신 그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등 천재 마이클은 치밀하고 세부적인 계획으로 탈옥을 현실화 시켜가고 있었다. 하지만 교도소 내부의 폭력과 갈등, 교소소내 2인자인 브래드 벨릭의 방해, 예기치 못한 타교도소 이송 등 각종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한편, 교도소 밖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이클의 형, 링컨의 애인이었던 변호사 베로니카가 링컨의 무고함을 서서히 믿게 되면서 프로젝트 저스티스의 변호사 닉과 함께 사건을 새로이 조사하기 시작한것이다. 하지만 링컨에게 살인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씌웠던 비밀 정보국의 요원인 켈러맨 일당은 그들이 어렵사리 찾아낸 증인과 증거들을 없애고, 사형제를 반대하던 맥모로 주교를 죽이는 등 링컨의 사형을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방해와 조작을 서슴치 않게 된다.

잠시도 눈 뗄 수 없는 긴장과 스릴! 매력적인 캐릭터!
이 작품의 매력은 역시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에 있다. 잠시도 눈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 그것이 바로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열광하게 만든 원동력이었고 이 소설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란 생각이든다. 억울한 형을 탈옥시키려는 동생, 어쩌면 이 단순한 스토리가 치밀한 계획과 예기치 못한 사건들속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해결을 지켜보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것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요인이다.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IQ 200의 천재 마이클 스코필드를 필두로, 링컨의 애인이면서 교도소 밖에서 종횡무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변호사 베로니카 도노반, 교도소 실세인 마피아 간부 존 애부루지, 동료애로 무장한 같은 방에 수감된 수크레, 마이클에 조금씩 애정을 갖게 되는 교도소 의료실의 사라, 조금은 미스터리한 인물 찰스 웨스트모아랜드, 악역을 맡은 교도관장 벨릭과 티백, 그리고 비밀 정보국 요원 폴 켈러맨 등 수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 자신만의 캐릭터로 무장하고 스토리에 재미와 긴장을 더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유중 하나인 '형제애'라는 감동코드를 빼놓을 수 없을것 같다. 정'情'이라는 우리 특유의 감성이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모티브와 맞아 떨어져 더욱 사랑받는 이유가 되는것 같다. 형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동생, 부모를 잃고 서로 의지하던 형제의 뜨거운 사랑이 독자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 작품속에서 보이는 '음모론'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비밀 정보요원들, 억울한 누명, 국가 권력... 이런 구도가 독자들의 관심을 이끄는 또 하나의 재미요인이 되고 있다. 정의가 무엇인지, 죄 없는 자는 쫓기고 죄 지은 자는 쫓는 기형적인 구조, 공권력에 대한 의심이 읽는 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프리즌 브레이크 1> 이 한권의 책이 잠시 잊고 있던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우게 만든다. 드라마의 원작인 만큼,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간단한 사진 이외에 중간 중간 인물들과 상황을 연계시켜주는 사진들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독특한 소재, 거대한 스케일, 치밀한 구성, 매력적인 캐릭터.... 모두 열거하기도 힘든 이 작품의 매력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마이클 스코필드의 트레이드마크는 바로 '종이새'이다. 종이새는 어쩌면 그의 자유의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그런 그의 자유의지는 성공할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보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인것 같다. 더 기다려지고 더 궁금해지는 마음을 안고 힘겹게 이 책을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