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3 : 사인회 편 - 완결 명탐정 홈즈걸 3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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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방완소녀, 교코와 다에, 그녀들의 추리는 계속된다!

서점을 좋아하다가 결국 서점에서 일하게 된 교코, 서점에 들렀다가 교코와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세도후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법학과 3학년 다에. 서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풀어가는 그녀들의 종횡무진 활약은 서점이라는 공간, 책과 책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소재면에서 무척이나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자주 찾게 되는 서점에 관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그곳과 관련한 다양한 일들,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 혹은 서점내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과 문제의 해결속에서 느끼게 되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세후도 서점에서의 명성으로 마루우도 서점에서 벌어진 유령사건까지 해결하고 돌아온 교코와 다에. 서점은 오늘도 또 다른 수수께끼를 싣고 그녀들 앞에 수많은 물음표를 내려놓고 있다. <명탐정 홈즈걸 3>은 1권과 마찬가지로 단편들을 묶어놓은 작품이다. 중편 [사인회는 어떠세요]와 [이상한 주문]을 비롯해 모두 다섯가지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4명의 남자앞으로 주문된 책들, 하지만 그들은 그 책들을 주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몇번에 걸쳐 이런 불가사의한 주문은 이어지고... 어느날 한 여인이 찾아와 그녀 할아버지의 죽음과 이 이상한 주문이 관련이 있는것 같다고 한다. 명탐정 다에가 그 비밀을 풀어내는 [이상한 주문]을 시작으로 그녀들의 활약이 새롭게 시작된다.

 

안녕하신가, 명탐정님!

[너와 이야기하는 영원]은 초등학생 히로키와 '고지엔'이라는 사전, 그리고 유괴사건에 관련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내용이고 [가나모리 군의 고백]은 세후도의 아르바이트 직원 가나모리 군의 첫사랑의 이야기가 월간지 '리리카'와 연관되어 펼쳐진다. 세도후 단골인 구라모토씨와 그의 죽은 부인을 닮았다는 서점 직원 나토리, 그녀에게 구라모토씨가 보여주려 했던 사진이 든 하얀봉투의 행방을 찾아가는 [염소 씨가 잃어버린 물건]은 잔잔한 여운을 전해주기도 한다.

 

트러블의 싹은 책의 수만큼 숨어 있다. 하지만 고맙다며 웃는 얼굴도 그 숫자만큼 기다리고 있다. - P. 56 , 이상한 주문 中에서 -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탐정 홈즈걸 3>의 표제작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인 [사인회는 어떠세요]는 미스터리 작가의 사인회를 개최하기 위한 세후도 서점의 고군분투와 이 미스터리 작가를 둘러싼 협박꾼과 명탐정 다에의 두뇌싸움이 압권이다. '레드 리프'라는 닉넴을 가진 이 수수께끼의 인물은 이번 사인회를 통해서... '작가가 자신의 정체를 밝혀낸다면 더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말하며' 협박장을 보내오게 되는데... '레드 리프'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가 왜 미스터리 작가를 괴롭히게 되었는지 또 다시 다에의 날카로운 더듬이는 사건을 탐지하기 시작한다.



홈즈걸 사인회편은 이전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색다른 테마가 돋보인다. '사랑과 인연'이 바로 그것이다. 초등학생 히로키의 가슴 찡한 이야기부터 서점직원 가나모리 군의 서툰 첫사랑, 노년의 풋풋한 사랑과 인연... 모든 단편에 담긴것은 아니지만 곳곳에 함께하는 공통된 테마가 추리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가질 수 있는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주고,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감동과 마주할 수 있게 만든다. 두 소녀의 활약속에서 표지색 만큼이나 가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인연은 형태를 바꾸면서 이어진다. 사람은 가고 물건은 부서져서 더 이상 마주할 수 없게 되더라도, 그걸 끊겼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분명 어딘가에서 이어지고 있을 것이므로.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도 인연은 느리게 퍼져간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 P. 281 , 염소씨가 잃어버린 물건 中에서 -

 

<명탐정 홈즈걸 3>는 책방완소녀 교코와 다에의 서점 미스터리 완결편이다.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면서 벌써 이별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서점 미스터리라는 독특한 장르는 익히 우리가 만나보았던 미스터리 소설들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과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책과 서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이 두가지 소재와 결부된 미스터리는 그리 무겁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속에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즐거움을 선물해 주기에 충분했다.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좋아하는 직원과 사람들,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마주하는 재미는 이 작품만이 선물해주는 특별함이다.

 

평범한 서점,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바로 책속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세후도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명탐정 다에와 책에 대한, 서점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교코가 전해주는 책과 서점 미스터리. 평범해 보이는 가녀린 두 소녀는 그 어떤 형사보다도, 서점과 책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진 이들보다도, 더 치밀하고 세련되고 논리적으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셜록홈즈와 왓슨 콤비를 넘어서는 엉뚱 발랄 책방완소녀들의 매력이 책을 읽는 동안 웃음으로, 감탄으로, 긴장감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서점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3년간 서점에서 근무했다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은 이 시리즈속 서점과 직원, 다양한 사건들속을 파고들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책속에 등장하는 작가와 책들은 고스란히 현실에서 만나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엉성하지만 치밀한 명탐정 다에와 책을 사랑하는 교코가 앞으로도 너무나 보고 싶을 것 같다. 시리즈 중 어느 것을 집어들고 읽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움이 없다는 사실은 이 시리즈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책과 서점, 사람과 사건들이 전해주는 재미있고 즐거운 미스터리는 무게보다 짙은 향기가 되어 오래도록 마음을 사로 잡을 것 같다. 그렇게 서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세후도와 다에, 교코가 더더욱 그리울것 같다. 그녀들이 선물해준 책과 서점의 특별한 이야기들이 마지막이란 이름 대신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었으면 하는 자신없는 바램을 가져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은 홈즈걸의 책장을 열어 그녀들의 아름다운 추리를, 가슴 따스한 미스터리를 만나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젠 안녕, 명탐정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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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 1 : 개미 - 손오공과 개미핥기의 한판승부! 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 시리즈 1
스튜디오 시리얼 원작. 디지털터치 만화. 손영운 기획 및 글. 김재근 감수 / 아울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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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시리즈!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아니 꼭 그렇지 않더라도 책을 즐겨읽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이 시리즈는 손오공이 등장하는 서유기를 토대로 만든 아이들을 위한 학습만화이다. 대한민국에 한자 교육 열풍을 몰고왔던 이 시리즈는, '한자 마법' 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고 그 속에서 알기 쉽게 한자도 익힐 수 있는 모험과 판타지가 가득한 작품이다. 현재 18권까지 출간되었으며 출간 될 때마다 각종 베스트셀러 집계에 그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시리즈 이기도 하다. 20권 완간을 앞두고 있는 이 시리즈와 별도로 이번에 새롭게 <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란 이름의 새로운 시리즈가 아이들을 찾아왔다.

 

<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의 첫번째 이야기는 개미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개미산에 쏘여 손이 부어오르기 시작한 삼장, 그리고 개미제국 최고의 마법사 개미도사의 도움 요청... 삼장의 해독제와 위기에 빠진 개미제국을 돕기 위해 손오공과 삼장, 개미동자는 개미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개미산과 페로몬, 개미지옥, 여왕개미와 개미핥기 요괴 등 다양한 볼거리와 개미와 관련된 과학 정보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개미제국 여왕의 납치와 개미핥기 요괴와의 한판승부! 손오공 일행은 위기에 빠진 개미제국을 구하고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이번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아마도 만화를 통해 한자를 배우는 것도 그렇지만, 우리 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많이 관심 갖지 않았던 과학과 자연에 대해 아이들이 조금더 다가설 수 있고 알게하는데 그 촛점이 맞추어져 있는것 같다. [마법천자문]을 통해 익히 배웠던 한자마법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보다는 과학 공부라는 컨셉에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읽으면서 배우는 <마법천자문> 시리즈의 재미와 학습효과, 이번 시리즈에서도 아이들은 그 즐거움에 깊이 빠져버릴 것 같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시리즈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생생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이다. 힘세고 단순해보이지만 의리남, 아니 원숭이 손오공과 마법소녀 삼장, 그리고 보리선원의 신입생 개미동자를 비롯해... 개미제국의 개미들, 개미핥기 요괴와 군대개미들...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캐릭터와 그들이 펼치는 상상의 세계, 과학의 세계속 활약은 아이들에게 꿈과 과학(학습), 두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학습만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손오공 일행들의 모험과 활약 중간중간에 있는 학습페이지는 개미들에 대해서 아이들이 갖게 되는 다양한 궁금증과 호기심들을 자세하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만화 마법 돋보기, 별난 상상, 별별 호기심 해결, 콕콕! 인터뷰...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해설과 각종 Tip 들이 아이들의 학습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될것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과학과 자연을 알아가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작은 개미라도, 혹은 그보다 더 작은 것들이라도 저마다 자기 역할이 있고, 모두가 아주 소중한 생명임을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는 이전 시리즈가 그랬듯 아이와 부모가 더욱 가까워지고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준다. 학습페이지에 담겨 있는 과학 정보들은 어른들에게도 조금은 생소하고 무척이나 재밌는 정보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학습하는 시간을 갖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 시리즈가 주는 또 하나의 효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과 판타지의 세계를, 재미있는 과학의 세계를,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이 한 권의 책이 선물할 것이다.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마법과 모험의 세계는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길 아이들의 무거워 보이는 뒷모습, 이제 <마법천자문 과학원정대>가 그런 아이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보다 활기차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공룡, 그리고 달빛 요괴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는 과학원정대의 또 다른 멋진 활약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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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합
타지마 토시유키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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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바라보는 현재, 이야기는 과거 열네살 스스무의 시선속에 시간을 담아낸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지나지 않은 1952년, 아이들이 그려내는 풋풋하고 설레임 가득한 첫사랑의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되살아 난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아사기 아저씨의 오사카 롯코산 별장을 찾게 된 스스무. 동갑내기 친구인 아저씨의 아들 카즈히코와 함께 표주박 연못에서 놀던 스스무는 자신을 그 연못의 요정이라고 말하는 한 소녀와 만나게 된다. 두 소년의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카오루, 근처의 쿠라사와 별장의 딸이라는 연못 요정 소녀와 두 소년이 함께한 한 여름밤의 추억은 순수함과 풋풋함 그 자체다. 갈벤 연못에서 수영을 하고, 카오루의 초대로 그녀의 별장에 놀러가기도 하고... 한소녀를 사랑하는 두 소년의 질투 혹은 대결?조차도 너무 수줍고 순수해서 우리를 미소짓게 만든다. 이런 소년 소녀들의 순수한 사랑과 대조적으로 이야기는 빛바래고 일그러진, 회색빛 어른들의 모습도 그려낸다. 1952년의 아이들의 이야기와, 1935년에서 45년으로 이어지는 스스무, 카즈히코, 카오루 이 세 아이들과 관계된 어른들의 추악한 과거가 이야기 중간 중간 뒤섞인다.

 

추억의 시점인 1952년, 그 이전의 시간속에 있는 아이다 마치코, 쿠라사와 히토미 라는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구성이 초반 각각의 이야기들 서로간의 연관성의 결여로 독자들의 혼란이 가중된다. 스스무와 카즈히코의 아버지, 카오루의 출생의 비밀과 그녀의 고모, 고모부, 앞서 언급한 마치코와 히토미, 롯코의 여왕 사이의 관계... 순수한 성장소설 사이에 미스터리 추리소설 형식이 뒤섞여 퍼즐을 맞추듯 과거와 현재의 추억속에서 독자들은 한동안 허우적 거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충격속에 빠져들게 된다.

 

백합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백합에 대해 알아보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은, 백합의 '백'이란 글자가 하얗다는 '白'이 아니라 숫자의 '百'이라는 것이다. 백합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 순결, 깨끗한사랑' 을 의미한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새하얀 백합이 아닌 <흑백합> 이다. 순수 혹은 순결 과는 대비되는 '검은 백합'. 아이들의 순수함, 그리고 그와 대조적인 어른들이 보여주는 추악하고 잔인한 모습을 검은 백합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책속에서도 이런 흑백합이 등장한다. 도쿄 여학생들이 만든 불량서클 이름인 '흑백합파' 그리고 서클리더 '흑백합치'... 잠시 잠깐 등장하는 이름이지만 작가가 의도한 정교한 복선이 그 이름과 더불어, 곳곳에 자리잡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할것이다.



사랑고백 하나에도 얼굴이 붉어지던 그 순수의 시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추악한 어른들의 모습이 있다. 시동생과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남편이 있는 여자와 밀회를 갖기도 한다. 과거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사람에, 과거를 묻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이도 있다. 순수한 사랑을 검게 물들이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추악한 마음, 흰백합을 검게 물들이고도 남을 만큼의 비열함과 역겨움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과거와 현재, 과거속 현재를 넘나들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뒤엉키지만 어느덧 마지막 즈음에 이르러 이야기는 서로간의 연관성과 숨겨져 있던 비밀을 드러내게 된다. 작가가 곳곳에 설치해둔 복선과 트릭을 따라 걷던 독자들은 마지막에 작가가 날린 펀치 한방에 호되게 뒤통수를 얻어 맞고 잠시동안 어리둥절해 하며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크지 않은 책, 그리 많지 않은 페이지속에 담긴 이야기는 오래도록 여운이 되고 강력한 느낌이 되어 가슴속에 자리할 것 같다.

 

'과거는 순식간에 사라져 환상이 돼 버리지만, 이렇게 사진이 있으면 어쩌다 한 번씩 지난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잖아.' - P 211 -

 

가끔 꺼내는 오래전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왠지 웃음이 난다.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 시간의 추억과 이야기들이 언제나 같은 모습, 같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듯하기 때문이다. 모습은 변했지만 마음은 여전하다는 생각, 누구나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변해버린 우리의 모습은 어른이라는 이름속에 우리에게서 순수와 순결을 앗아가 버렸다. 그리고 얻게 된 검게 그을린 마음과 양심... 작가는 그런 현실속 우리들의 모습을 성장소설과 미스터리소설의 경계속에 적절히 녹여놓고 있다. 그런 '순수함'과 '긴장감'의 적절한 어울림이 바로 <흑백합>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다.

 

하얀 화선지 위에 떨어진 한 방울의 먹물! 그 어느것보다 선명한 그 검은색처럼, <흑백합>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된 어른들의 추악함이 어떤 모습인지 우리에게 확실히 인식시키고 있다. 그리고 트릭과 복선속에 감추어둔 마지막 반전, 작가의 의도적 한방에 독자들은 당혹감을 감출수가 없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선물해준 대단한 미스터리 <흑백합>, 올해 만났던 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과 더불어 2010년을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같다. 타지마 토시유키, 그를 만나기전 꼭 해야할 다짐들... 절대 트릭에 속지 말것, 절대 놀라지 말것, 뒤통수 조심할 것... 절대 쉽지 않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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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홈즈걸 2 : 출장 편 -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명탐정 홈즈걸 2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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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코와 다에, 서점 미스터리는 서점이 푼다!

법학부 3학년생 서점 아르바이트생 다에, 그리고 세후도에서 일하며 서점이 주는 특별함을 만끽하고 있는 교코. 지난 2009년 11월 이 두명의 탐정?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서점 미스터리는 서점이 푼다'는 명언을 흩날리며, 서점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독특하고 다양한 사건들을 기발하고 섬세한 추리를 통해 해결해내던 그녀들의 활약에 우리는 그렇게 매료되었었다. 그리고 일개월 후 그녀들을 다시 만난다. 그녀들의 명성은 이미 먼 지방에까지 알려지게 되고, 서점 '마루우도'의 특별한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흔쾌히 새로운 서점 미스터리를 찾아 나선 그녀들을 따라 우리도 경쾌하고 즐거운 추리여행에 몸을 싣게 된다.

 

마루우도 서점에 언제부터인가 유령이 출몰한다는 예전 동료 아리타 미호의 편지에는 점장과 부점장 그리고 자신 마저도 그 유령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유령의 정체는 아마도 27년전 구스미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 지역을 대표하던 작가 기타야마 세이지의 살해, 그 범인으로 지목된 그의 문하생이었던 고마츠 아키오, 그리고 고마츠 아키오의 죽음... 사람들사이에는 마루우도 서점에 나타났다는 유령이 바로 고마츠 아키오 일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27년전의 살인사건은 이번 유령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마루우도 서점과는 또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명탐정 홈즈걸의 첫번째 이야기속에서 우리는 익히 만날 수 없었던 매력적이고 쾌활한 캐릭터들과 만남을 갖을 수 있었다. 책을 너무나 사랑하고 서점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서점 직원 교코, 법학부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명탐정 다에. 서점에서 벌어진 사건을 추리하고 풀어나가는 쪽이 다에 라면 교코는 본의든 아니든 다에에게 조그마한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도무지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사건들도 그녀들의 손아귀안에 들어오면 결국 해답을 내어보이게 된다.

 

'책꽂이가 말을 걸어 오는군요' 하며 무척이나 책을, 서점을 사랑하고 꼼꼼해보이는 교코의 시선이 전반적으로 사건을 살피는 시선이라면,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서점일도 잘하지만, 손재주가 없어 가끔 사고를 치고마는 엉성, 다에가 사건의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다. 다소 주인공이 뒤바뀐듯한 이런 캐릭터 설정이 어쩌면 이 작품이 주는 색다른 매력일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녀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언제나 그렇게 우리에게 경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녀들이 풀어내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속에서 우리는 퍼즐을 맞추고 미로를 헤쳐가는 상쾌한 즐거움과 마주한다.





 

다시 마루우도 서점 유령사건으로 되돌아가 보자. 두 탐정들은 27년전 살인사건과 이번 유령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를 되짚기 시작한다. 기타야마 선생의 죽음,  범인 고마츠 아키오를 비롯해 기타야마와 혼담이 오갔고 고마츠 아키오와 연인사이였다는 이차하시 아야코, 기타야마의 가정부 요시에, 유산을 상속받은 기타야마의 조카 히사츠구, 기타야마선생의 또 다른 문하생 노자와 유이치, 당시 사건 담당형사 가토 히로부미 등 과거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직접 만나고 당시 사건의 전말과 고마츠 아키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관련 인물들을 만나면서 이번 사건이 현재의 서점 유령사건을 넘어 방화, 빈집털이 등 다양한 사건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27년전 사건의 범인은 고마츠 아키오일까? 만약 그가 아니라면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유산을 노린 선생의 조카, 치정살인을 저지른 아키오, 혹은 아야코?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인물이 있을까... 마루우도 서점과 고마츠 아키오의 유령과는 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서점 주인인 우츠키 마사야씨와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인지... 이야기는 점점더 미궁속으로, 추리는 더욱더 재미를 향해 달려간다.

 

이번 작품은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 중 유일한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명탐정 홈즈걸2>가 장편소설이기에 이전 작품에서는 다루지 못했고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함이 담겨져있다. 그것은 아마도 책과 관련된, 서점이 건네주는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가와 그 문하생들의 이야기, 고서점 마루우도에서 느끼게되는 서점에 대한 옛 정취, 마루우도 서점과 같은 중소서점이 갖고있는 애로사항 등 책과 관련된 인물과 장소, 책의 향기속에서 우리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재미 이상의 특별한 느낌을 선물받을 수 있게 된다.

 

세후도 서점을 떠나 마루우도 서점 유령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이라면 다에가 세후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 즉 교코의 했던 한마디의 말이 무엇인지... 다에가 교코에게 찾아달라던 책이 무엇인지 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책속에 담겨진 이런 또 다른 궁금증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갖게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그 중 하나의 답만이 <명탐정 홈즈걸2> 속에 담겨져 있기에 다음이야기를 빨리 만나고픈 성급함이 앞선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지만 명탐정 다에는 스케치북에 '아야코 냄새, 히사츠구 그림, 요시에 머리, 노자와 깍쟁이, 점주 사랑, 도모히코 본처...' 등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만을 적어놓고 있다.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다에, 그녀는 정말 수많은 물음표에 대답을 내어놓을 수 있을까? 무겁지 않으면서 경쾌하게 풀어가는 재미있는 퍼즐게임이 생각이상의 즐거움을 선물해준다. 교코와 다에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치밀하고 섬세한 추리가 즐겁다. 1권에서 느껴지던 약간의 불친절도 그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 명탐정 그녀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성급하게도 엇갈린다.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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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빛 - 검은 그림자의 전설 안개 3부작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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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2009년 국내에 소개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천사의 게임]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그가 몽환적인 느낌으로 불멸의 사랑을 담아낸 작품을 통해 또 다시 우리 곁은 찾아왔다. 이전 작품속에서 책과 사랑이라는,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어둠과 그림자라는 독특한 구성과 설정으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그는 이번에도 그런 그만의 이미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느낌의 작품으로 우리를 이끈다. 일본, 미국 등의 작가들이 문장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사폰은 유럽문학의 또 다른 매력을 전해줄 것이다.

 

<9월의 빛> 검은 그림자의 전설이라는 부제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표지에서부터 조금은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야기는 소벨가족의 시선을 따라간다. 6개월간의 고통끝에 가장인 아르망 소벨이 죽음에 이르게되고 하루아침에 모든것을 잃어버리고 갈길을 잃어버린 아내 시몬, 열네살의 이레네, 그리고 막내 도리안에게 다가온 우울한, 아니 악몽에 가까운 시간들을 시선은 따라간다. 가장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 소벨가족은 돈 많은 장난감 발명가인 라자루스 얀이란 사람의 도움으로 파리를 떠나 조그만 해안 마을인 파란만으로 특별한 여행을 떠나오게 된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그림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에 들어 있는 게 뭔지 알고 있다. 그것은 그림자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힘, 즉 증오다.' -P. 101 -

 

원인 모를 병에 걸려 20년 넘게 불치병을 앓고 있다는 얀의 아내 알렉산드라가 살고 있는 대저택 크래븐무어. 소벨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시몬에게 얀은 가정관리인과 비슷한 업무를 맡기게 된다. 라자루스 얀은 아내의 침실이 있는 집의 서쪽 날개를 비롯한 몇곳의 출입이 안된다는 말과 다니엘 호프만에게 온 편지는 얀에게 직접 전달해줄 것을 요구하는 주의사항을 이야기한다. 이레네는 크래븐무어에서 일을 돕고 있는 그녀 또래의 한나의 사촌인 이스마엘에게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게 된다.

 

이스마엘은 이레네에게 등대섬과 연관된 9월의 빛에 대한 전설을 들려준다. 알마 말티스, 9월의 어느밤 등대섬을 향했던 그녀의 배는 폭풍우로 산산조각 나게되고 이스마엘은 그 배의 잔해속에서 발견했다는 이 미스터리한 여인의 일기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것을 이레네에게 빌려주게 되고, 이레네는 그녀의 일기속에서 그녀를 괴롭히던 정체모를 어둠과 그림자의 공포를 마주하게된다. 그러던중 크래븐무어 숲에서 한나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알마 말티스의 그림자, 베일에 쌓인 인물인 다니엘 호프만, 얀의 아내 알렉산드라의 비밀, 미스터리한 라자루스 얀을 둘러싼 검은 그림자의 전설은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되는데...



 

<9월의 빛>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전작 [천사의 게임]과 유사한 여러가지 모티브와 이미지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소설의 배경이 된 대저택 크래븐무어는 전작에서 '탑의 집'으로 불리던 버려진 저택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마음과 영혼을 바꾸어 놓을 힘을 지닌 책에 대한 전작의 이야기는 유리병과 그림자의 전설속에서 보여지는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하다. 안드레아스 코렐리라는 베일에 쌓인 남자는 라자루스 얀과 다니엘 호프만으로 새롭게 태아난듯 보인다. 이사벨라와의 우정과 사랑은 이스마엘과 이레네의 풋풋한 사랑으로 되살아난다.

 

역시 전작의 느낌은 이 작품이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현실과 환상을 모호하게 만드는 경계속에서 모험과 낭만, 불멸의 사랑이 빚어낸 검은 그림자의 전설은 오히려 전작에 비해 조금은 더 쉽게 조금더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스마엘이 들려준 9월의 빛 전설, 알마 말티스의 일기와 라자루스 얀이 들려주는 평범하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들, 라자루스 얀을 둘러싼 죽음과 어둠의 그림자, 그리고 대저택 크래븐무어에 가득한 로봇 인형과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독자들이 쥔 책을 넘기는 손놀림을 빠르게 만든다.

 

'이스마엘. 세상에는 그림자들이 있어. 너와 내가 그날 밤 크래븐무어에서 싸웠던 그 그림자보다도 훨씬 더 사악한 그림자들이 말이야. 그런 그림자들 옆에 있으면 다니엘 호프만의 그림자는 그저 아이들 장난에 불과해. 그건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에서 나오는 그림자야.' - 이레네의 편지 中 -

 

'네가 보는 모든 걸 믿어서는 안 돼. 우리의 눈이 보는 현실의 모습은 단지 허상, 그러니까 광학적 효과일 뿐이야' 빛은 아주 훌륭한 거짓말쟁이지...' - P. 31 -

 

책을 내려놓으면서도 독자들은 어느것이 현실이고 어느것이 환상인지 좀처럼 가늠하기 힘겨울지도 모를것이다. 사폰이 그려낸 몽환적 분위기와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그속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 가슴속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그림자들이 만들어내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오래도록 마음을 흔들고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아마도 '불멸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는 가슴 찡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 속에 담겨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게하는 몽환적느낌의 이 이야기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이름을 조금더 가까이 우리곁에 붙들게 만든다. 마력처럼 끌리는 <9월의 빛> 그리고 이어질 [안개의 왕자]와 [한밤의 궁전]이 전해줄 사폰만의 색깔있는 미스터리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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