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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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느낌 그 자체이고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테마는 언제나 인간과 함께 했고, 지금고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누군가 '사랑은 홍역과 같다. 우리 모두가 한번은 겪고 지나가야 한다.' 고도 했고, 또 누군가는 '사랑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 든다. 우리들은 다만 그것이 사라져가는 것을 볼 뿐이다.' 라고도 했다. 수많은 이들이 말하는 사랑, 홍역과도 같고 사라져가는 사랑도 있다. 그중에서 눈물겹고 안타까운 사랑의 이야기들이 쓸쓸하게 우리를 찾아온다. 후지와라 신지가 그려낸 1900년대 중반 일본인들의 사랑이...

 

'...니가 보는 지금의 나의 모습 그게 전부는 아니야. 멀지않아 열릴거야 나의 전성시대.. 갈 길이 멀기에 서글픈 나는 지금 맨발의 청춘. 나 하지만 여기서 멈추진 않을거야. 간다 와다다다다다다. 그저 넌 내 곁에 머문 채 나를 지켜보면 돼. 나 언젠간 너의 앞에 이 세상을 전부 가져다 줄꺼야...' 신나고 경쾌한 이 노래는 캔이라는 가수가 부른 [맨발의 청춘]이다. 가진것 하나 없지만 미래를 꿈꾸며 한 여인을 위한 자신의 맘을 리듬감있게 표현한 이 노래가 후지와라 신지의 소설 <맨발의 청춘>에서 느껴지는 눈물어린 정서와 대비되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전후 피폐하고 황폐한 1950년대, 일본에서 꽃피는 로맨틱한 사랑, 혹은 운명에 맞겨진 쓰라리고 가슴 아린 여성들의 사랑이 짧은 단편들속에 회색빛 사랑을 띄운다.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이 작품 <맨발의 청춘>의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그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신성일 엄앵란 부부가 연기한 동명의 영화가 1964년 당시 얼마나 커다란 인기를 끌었는지 언론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영화의 원작이 후지와라 신지의 이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다. 만약 이 작품의 원작이 일본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그 당시 사람들이 알았다면 그와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야쿠자 똘마니 지로는 보스인 쓰카다의 지시로 백만엔이란 거금을 들고 물건과 거래를 하러 가는 중이다. 스물두살의 지로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가까스로 중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야쿠자 똘마니 지로, 여자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별볼일없는 남자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지로는 거래를 하러가던 도중 불량배들에게서 하얀색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을 구해주게 된다. 하지만 불량배들의 보스격되는 녀석과 다투다 보스가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형무소에 수감된 지로, 하지만 그때 자신이 구해준 여학생중 한 명, 유럽 외교관의 딸인 마사미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되고 마사미는 지로를 찾아오게 된다.

 



 

지로와 마사미, 그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갖게 된다. 자신을 남자로서 바라봐주는 마시미,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해준 지로... 가끔 만나 야구장을 찾기도 하고 짧은 데이트를 하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신분의 차이라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벽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이제 얼마후면 아버지가 있는 외국으로 떠나게 될 마시미, 신분의 벽 때문에 마사미를 잊으려하는 지로. 어느날 마사미는 지로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넘을 수 없는 벽을 간직한 사랑하는 두 남녀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60, 70년대 극장에 걸린 신파 영화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후지와라 신지의 이 단편집은 모두 10편의 작품들을 엄선해 담고있다. 앞서 살펴본 표제작 [맨발의 청춘]을 비롯해서 하야카와 쓰나 라는 여인의 파란만장하고 눈물겨운 인생을 뒤따라가 보는 [엉컹퀴 쓰나가 걸어간 길], 묘하게 뒤틀려만가는 남녀간의 정을 안타깝게 그려낸, 제2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무정한 여자] 등 시대상을 잘 표현하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잘 그려낸 후지와라 신지의 수작들이 담겨져있다.

 

이 작품집은 그 시대의 시대상을 잘 표현한다. 일본의 여관이라든지, 야쿠자, 극장 등 60, 70년대.. 어쩌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야인시대를 연상시키는 시대적 분위기가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눈물 어린 여성들의 삶이라는 소재도 그 익숙함을 더욱 깊숙히 다가서게 한다. 우리 시대를 살던 여성들의 삶도 '눈물과 한恨'이라는 정서로 표현되듯 일본 여성들의 삶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은듯 싶다. 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우리가 그 시대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성적인 묘사들이 조금은 짙다는 사실이다.

 

그다지 깊은 눈물을 담아내지는 못했는지도 모르지만 그 시대를 떠올려 본다면 소설적 재미와 함께 여성들의 안타깝고도 파란만장한 삶을 제대로 표현해 낸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작품이다. 순수하고 로맨틱한 사랑이 있는가하면 운명의 장난처럼 짖궂고 에로틱한 사랑도 있다. 후지와라 신지, 그의 작품들을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나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무리가 조금은 아쉬운 작품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도 하기에...) 한 시대를 눈에 보이듯 묘사하고 여성의 심리를 적절히 잘 표현한 이 작품을 통해 지난 시간의 풍경과 마주한다. 그 시대의 불 같았던, 살며시 스며들었다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사랑을 바라본다. 언제까지 계속될 그와 그녀들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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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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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과 불, 소금과 금, 공기, 그리고 납!

정말 낯선 한편의 소설과 마주한다. 물이 흘러나오는 집을 담아낸 표지를 통해 환상속 세계를 다룬 이야기겠거니 했던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흩어져버린다. 분위기 자체는 몽환으로 치닫고 있지만 이 작품 [물] 속에 보여지는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가족적이며,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과 불, 소금과 금, 공기, 그리고 납의 뿜어내는 인간들과 그들의 관계속에 놓여진 한 가족의 철저하게 색다른 이야기가 이 책 [물]을 이루어낸다.

 

한방울의 '물!' '그녀는 한방울의 물처럼 무심한 듯하면서도 팽팽한 긴장을 그녀의 정신과 육체에 품고 있다.' ... 소금인 '나' 의 엄마가 바로 물이다. 한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가 물처럼 일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언젠가 수증기 처럼 사라져갈... 소금의 아버지는 '불!' 이다. 가정이라는 공간, 수족관을 깨어부수고 엄마로부터 도망쳤던 아버지, 한없이 높은 모습으로 자리하려는 아버지, 그가 바로 불이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애정 결핍을 안고 성장해 결혼까지 했지만 남편인 그와 이혼하고 다시 물인 어머니의 곁으로 되돌아온 '소금', 그것이 바로 나다.

 

'물'인 어머니가 수평을 지향한다면, '불'인 아버지는 수직을 지향한다. 한없이 낮아지려는 물과 한없이 높아지려는 불이 만나는 아슬아슬한 교차점, 그곳에 나 '소금'이 백야(白夜)처럼 놓여 있다. 꺼질 듯 꺼지지 않고... - P. 44 -

 

같은날 동시에 물에 의해서 태어난 맏딸 소금과 쌍둥이 동생 '금'. 그리고 4년후 태어난 여동생 '공기'. 소금이 이혼하고 집에 돌아오자 집을 떠났던 아버지는 14년만에 돌아오고, 기도원에 갔던 금과 공기까지 돌아와 예전 가족 모두가 물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배관공과 수도검침원, 은행남자 그리고 금의 아이 납에 이르기까지 현실인듯 아닌듯 몽환적인 분위기속에서 펼쳐지는 가족들사이에 벌어지는 일들, 또 다른 인물들 사이에서 어우러지는 관계가 어지럽게 종잡을 수 없이 혼돈스럽게 이야기를 집어삼킨다.



작가 김숨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간에 복잡하게 얽힌 '욕망의 관계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로 뒤엉킨 관계속에서 드러나는 인간들 사이의 경쟁, 질투, 욕망 등 다양한 인간성을 독특한 사물에 빗대어 섬세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다. 세 딸을 둔 엄마 물의 선택, 엄마와 가까이할 수록 자신을 잃어가는 큰딸 소금, 넘어설 수 없는 금에 대한 질투와 시기, 그리고 납을 통해 되살아나는 모성... 일상을 다루면서도 그 등장인물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새롭게 꺼내어 독특한 캐릭터로 채색한 작가의 색다른 상상력이 매력을 발산한다.

 

표지를 펼쳐 들자 모습을 보이는 김숨이란 이 작가의 사진을 보고는 사실 조금 웃음을 짖기도 했다. 축구선수 박주영을 닮았다고 생각한건 나 혼자 뿐인가? 어쨌든 그의 독특한 이름 만큼이나 그의 전작들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것 같다. 2008년 작품 [철] 은 조선소 노동자들의 모습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작가가 돌아왔냐 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2009년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에서는 그동안 작가가 보여주던 색깔을 배제하고 따스한 성장소설로 또 다른 변화를 던지기도 했다고한다.

 

'소금은 물속에서 존재할 때 스스로를 과감하게 버리고 망각한다. 버림으로써, 망각함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진실되게 드러낸다. 나 자신이 소금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어머니를 찾았다. 물인 어머니를 갈망했다.' - P, 30 -

 

그리고 2010년 [물]이라는 이 독특한 작품을 통해 작가는 단순히 가정속에서 보이는 관계를 넘어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속에서의 관계를 색다른 시선으로 독특하게 풀어내게 된다. 무기력하면서도 폭력을 서슴지 않는 불, 상처받고 질투하던 소금과 그 대상 금, 그리고 모든것을 만들고 결국 포용한 물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작가 나름의 철학과 사상을 색다른 틀속에서 화려하게 꽃피운다. 집착과 욕망이란 뒤엉킨 관계속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은 물로 시작되고 물로 야기되며 결국 물로 귀결됨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녀가 만들어낸 독특한 세계는 책을 내려놓은 후에도 다양한 의미와 여운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을것 같다. 김숨이라는 작가의 이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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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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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아!

'아이스크림 선디'의 맛과 향이 녹아나는 사랑 이야기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그리고 그런 향기가 묻어나는 책 한권과 만난다.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가 전해주는 짙고 깊은 사랑의 울림은 근래에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사랑의 애틋함과 기적같은 사랑을 가슴 깊이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절대 헤어질수 없는 사랑.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기적같은 사랑이 우리곁을 찾아온다. 그 짙고 향 깊은 사랑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덟살 제인, 그리고 언제나 그의 곁엔 마이클이 있다. 하지만 마이클은 제인의 눈에만 보이는, 그녀의 엄마 말에 따르면 '상상의 친구'였다. 이 상상의 친구가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아이들과 교감하는 순수한 사랑이다. 그리고 상상 친구가 지켜야 할 또 다른 하나의 규칙! 그것은 바로 어느 시점이 되면 언젠가는 아이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도 마찬가지였다. 제인이 아홉살 생일을 맞게 된 어느날 마이클은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된다.

 

'우리 상상의 친구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존재야. 외로운 아이들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하지만 그 뒤에는 반드시 떠나야 해. 지금까지 늘 그래왔고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건....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거야.' - P 41 -

 

그리고 23년 후!

브로드웨이의 유명 제작자였던 엄마 비비엔의 도움으로 제인은 [고마워요, 하느님] 이란 연극을 제작하게 된다. 이 연극은 제인이 어린시절 겪었던 마이클과의 일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작품으로 마이클을 잊지 않기 위한 제인의 작은 몸부림이었다. 이 연극은 마이클을 다시 제인에게 되돌려 주지는 못했지만 마이클 역할을 맡았던 배우 휴 맥그래스를 연인으로 선물 받게 된다.

 

한편 임무와 임무 사이 휴가를 받게 된 마이클은 뉴욕으로 휴가를 오게 되고 우연히 제인과 마주치게 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 한번도 자신이 보살폈던 어린아이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경우가 없었는데... 그리고 조금씩 마이클이 인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 자신이 느끼게 되는데... 드디어 어린시절 그들이 함께 아이스크림 선디를 즐기던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그와 그녀는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화려하고 행복한 그들만의 시간이 그렇게 영화처럼 펼쳐지고...



 

제인과 마이클의 운명같은 만남은 설렘과 행복을 전해주지만 왠지모를 불안을 동반한다. 어디까지 그들의 행복이 이어질 수 있을지... 그러던 어느날 마이클은 자신이 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제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 신의 계시와 같은 불길한 예감과 마주하게 된다. 시간을 초월한 제인과 마이클의 사랑은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되고 말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기적같은 일들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굳건히 지켜줄 것인지...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는 상큼 달콤한 아이스크림 선디의 맛처럼 우리 곁에 스며든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의 인생이 늘 힘들고 고달프다고 해서 모든 소설이 그렇게 끝을 맺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리 말하지만, 이 소설은 행복한 기적처럼 끝이 난다. - P. 290 -

 

너무 즐겁고 사랑스럽고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는 아마도 신에게 묻는 제인과 마이클의 질문이리라. 작가가 말한 행복한 기적을 맛본 독자들이 정말 많아 졌으면 좋겠다. 싱그럽고 경쾌하기만한 이 한편의 소설이 우리 일상에 던져주는 즐거운 상상과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볼만한 수호천사 이야기가 현실처럼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단숨에 읽어 내려갈수 있는 가독성이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다. 300페이지에 이르는 짧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제인과 마이클의 시점에서 번갈아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짧고 간결해 쉽게 읽혀지고 책을 쉽게 놓을 수 없는 재미까지 선물한다. 순수한 첫사랑의 설렘,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잊지 못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사랑의 기적을 믿는 순수함을 간직한 이들에게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를 선물하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아! 현실속에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헤어짐이 만남처럼 쉬워진 세상, 순수함보다 현실과 손잡은 이들이 더욱 눈에 띄는 현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꿈처럼 아름답고 상상처럼 신비한 사랑의 이야기가 일깨우고 간직하게 해준 사랑의 향기를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한다. 그리고 고개들어 하늘에 이렇게 묻고 싶다.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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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 - 박완서 외 9인 소설집
박완서 외 지음 / 예감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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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말처럼 우리 곁에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그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 봄꽃이 흩날리다 어느새 새싹에게 그 자리를 넘겨준 4월의 끝자락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읊조려본다. 노랗고 파란 나비가 날갯짓하고 붉고 푸른 꽃들이 한들대는 표지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10명의 여성작가들과 만난다. 그녀들의 색다르고 진솔한 사랑이야기는 잠시 잊고 지내던 사랑이라는 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과거의 첫사랑을, 잊혀진 사랑의 추억을, 지금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사랑'을... 추억하고 떠올리고 인식하게 만든다.

 

이십대의 절반을 사랑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낸 지수, 그녀에게 사랑은 아주 특별하고 색다른 느낌일거라는 환상이 있다. 초등학생시절 짝꿍이었던 이준의 엉뚱한 똥침 사건으로 그녀의 어머니는 그에게 지수의 결혼과 관련해 각서까지 받아들게 된다. 그리고 이준은 그렇게 지수 곁을 맴돌게 되지만, 지수에게 그는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터넷이 조금씩 보급되던 그 시절 프로그래머였던 지수는 인터넷에서 행복해지는 약을 찾는다는 '야스무사'라는 일본 남자와 만남을 갖게 된다. 왠지모를 호기심이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게했고 그렇게 그와의 사이버 만남은 시작되었다. 낯선 소년에게 편지를 받는 소녀의 설레임... 오랜시간의 연락, 그리고 잠시간의 연락두절. 업무차 일본을 방문하게된 지수는 야스무사와 만남을 계획하는데...

 

유춘강 작가의 [러브레터]가 이 단편 소설집 <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에서 가장 마음을 끌었던 작품이다. 20대가 꿈꾸는 사랑의 환상과 현실을 웃음과 감동으로 재미있게 써내려간 이 작품에서 유춘강이란 작가를 처음 만나게된다. 책의 앞부분 사랑은 열대기후를 닮았다던 작가의 말에서 ...작열하는 태양, 혹은 미친듯이 쏟아지는 폭우가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닮았다던...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라 생각했는데 그녀가 써내려간 사랑의 이야기들조차 가장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똥침 사건으로 지수의 곁을 맴돌게 된 이준의 에피소드에서 한번 빵 터지고, 야스무사와 주고받는 이메일속에서 소녀의 호기심과 설레임을 간직한 지수의 모습에 매료된다. 그리고 예기치 못했던 결말이 주는 반전이 재미를 더해준다.

 

사랑의 분홍빛으로 새단장한 <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는 1997년 출간된 [13월의 사랑]이란 작품의 개정판이다. 당시 12명의 작가가 이야기하던 사랑이 지금은 10명이 되었고 조양희 작가의 [빈사의 백조]란 제목이 당시에는 [오진]이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변화는 없어보인다. 지금이나 당시에나 역시 가장 사랑받고 영향력 있던 박완서 작가의 작품 [그 여자네 집]이 가장 먼저 책의 앞자리를 차지한다. 10명의 여성작가, 다양한 연령구성과 경력, 그보다도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들이 각기 다른 향기와 색色을 품고 책을 물들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이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변화하듯이 사랑에 대한 느낌, 인식의 변화 또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이란 이름을 대변하는 사람, 혹은 대상물이 있을 수 있다. 어린시절 첫사랑에게 받았던 연애편지, 교회라는 특별한 간을 통해 느끼는 사랑의 감정, 함께 처음 본 영화, 그녀가 건네준 작은 선물... 개인적으로 요즘 사랑이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단어는 바로 '아내'다. 어느 작가가 그랬듯 '사랑은 아내입니다.'라는 말이 아직도 나의 가슴속에 자리한다. 물론 언제 또 변할지 모르지만...

 

한편의 시속에서 떠오른 곱단이와 만득이의 가슴아프고 운명적인 사랑이야기 [그 여자네 집], 어린시절 상처를 간직한 정혜라는 여자의 일상속에 찾아든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 [정혜], 이혼한 엄마의 죽음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던 진실을 담은 [엄마 베네치아로 떠났다], 풋풋한 스무살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부는 날 우체국 가는길], 자신의 가정을 무참히 짓밟은 한 여인과의 위험한 동거 [길은 가야 한다], [오진]이라는 직설적인 제목에서 [빈사의 백조]라는 이름으로 바뀐 의료사고로 죽은 아내이야기를 다룬 작품 등 ... 엇갈린 사랑, 사랑보다는 연민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사랑, 그리고 용서를 다룬 작품 등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벌써 10여년이 지난 시간의 흐름을 책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이애나 비와 테레사 수녀님의 죽음, 인터넷 보다는 공중전화가 작품의 소재로 주로 사용된다는 사실들이 그렇다. 인터넷을 통해 사랑을 주고받는 이야기는 어느새 구식이 되어버렸고 공중전화를 붙잡고 저 너머 선끝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가슴 설레여하던 기억은 이미 아득한 옛날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촌스럽고 유치하다기보다 그 시절의 기억들은 다시금 우리에게 사랑의 설레임과 과거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순수하고 기다릴줄 알고 사랑할 줄 알던 그 시간을 추억하게 한다.

 

물론 그녀들의 작품이 오래전 이야기들이라 해서 풋풋한 핑크빛의 사랑만을 담고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의 사랑은 가끔 섬뜩하기도 하고, 동성애를 다뤄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아픔과 용서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각기 서로 다른 색깔로 덫칠해가는 사랑의 이야기들이 10년이 훌쩍 넘어버린 이 시점에서도 전혀 어색하지도 서툴지도 않아보인다. '사랑'이라는 소재, 주제가 만들 수 있는 색깔은 과연 얼마나 다양할까?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 잠시 사랑에 주춤거리는 이들,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그녀들의 다양한 사랑의 색色을 전해주고 싶다. 잠시도 멈추어있지 않고 언제나 변화무쌍한 '사랑'이란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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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 판도라의 역사와 생태에 관한 기밀 보고
마리아 윌헴.더크 매디슨 지음, 김현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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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혁명, 대한민국을 바꾸다! 갑작스런 아이폰 이야기에 당황스러운 이들도 있겠지만... 아이폰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작은 스마트폰 하나가 그 이름 이상의 변화와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기존 휴대폰 업체들은 단순히 멋진 디자인을 앞세우며 비슷 비슷한 휴대폰으로 소비자들의 지갑만을 노려온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이폰만큼은 달랐다. 무선 인터넷 사용의 범위와 독창적인 콘텐츠 개발이라는 두가지 측면만 놓고 보더라도 아이폰은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벗어난 'IT 혁명'이라는 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스티븐 잡스! 아이폰, 아이패드의 연이은 출시로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IT업계에 혁명을 몰고온 이 천재는 또 다시 어떤 변화를 우리사회에 던지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이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야기를 해보자. 아이폰이 그랬던것 처럼, 영화 아바타는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영상 혁명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전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위라는 놀라운 역사가 된영화 아바타! 가끔 놀이동산을 찾을 때면 아이들과 함께 만날 수 있었던 3D 영화들... 낯설지 않았지만, 사실 조금은 낯설었던 3D라는 장르를 어색함 없이, 언제나 곁에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친숙하고 가깝게 만들어준 '아바타'는 바야흐로 영상 매체가 가야할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갈림길에서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기억될 작품이다.

 

'아바타'의 성공을 기점으로 헐리우드는 3D 영화를 올한해만 20편이 넘게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바타'가 던진 충격파는 더 큰 것이었다. 걸음마 단계에 있는 충무로 영화계는 3D 영상 전환에 대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정부의 경우 아바타 충격으로 3D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화관들은 3D 상영관들의 확충을 위해 진땀을 흘리고, 가전업체에서는 3D를 앞세운 가전 기기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등 한편의 영화가 가져온 후폭풍은 단순히 '영상 혁명'라는 영역을 넘어서 '사회적 혁명' 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도 영화 '아바타'가 전해준 감동과 영상 혁명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손에 잡힐듯,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너무나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 영화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도 그랬지만 그 속에 담고있던 메세지 또한 너무나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해준 작품이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비극의 역사, 하지만 그것조차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감독의 역량에 정말 큰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 이들을 비롯한 천재들의 반란이 이 사회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 '아바타'가 우리에게 전해준 영상 혁명, 깊이 있는 감동과 메세지... 아직까지도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바타 매이아들에게 딱 어울리는 책 한권이 우리를 찾아왔다. 바로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가 그 주인공이다. 14년간의 구상, 4년의 제작기간, 162분이라는 짧아보이는 이 영상혁명이 영화속에서 보여주지 못한 그 뒷이야기를 이야기한다. 영화의 감동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만들고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깊이있는 메세지를 마음 깊이 되새기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책을 통해 온몸에 전율처럼 전해진다.

 

<아바타>는 처음 만났을때 낯설었지만 영화와 함께 하는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장소였고 일이었던 것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던 나비족, 판도라...그들이 말하는 에이와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RDA의 탐욕과 음모가 무엇인지, 판도라에 사는 동식물을 비롯해서 미래의 시간 인간이 가지게될 과학기술 등을 총망라한다. 또 한편의 소설같은 이야기들을 작가는 우리에게 전해준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작성되었다고 말하는 <아바타> 보고서를 통해 자원개발 위원회, RDA의 교활한 야심과 음모를 일깨우고 우리자신을 깨어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영화도 그랬지만 이 책 <아바타>는 또 한번의 경이로움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단순히 영화속 상상의 세계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공간을 실제 존재하는 곳인양 자세하게 알려주는가 하면, 떠다니는 산 할렐루야산과 같은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익숙하게 소개한다. 첨부에서 보여주는 RDA 무기가이드, 기밀문서와 나비어 사전은 정말 존재하는 것처럼 판도라와 나비족을 우리 곁에 이만큼 가까이 다가오도록 만들어준다.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되어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 치밀한 구성과 놀랄만한 상상력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영화가 선물해준 영상 혁명을 넘어 책속 <아바타>는 인간들의 깊이 있는 의식의 각성을 촉구하고 환상의 공간 아바타에 대한 동경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인간과 나비족간의 대결,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나비족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 인간들의 탐욕에 대한 반성과 우리가 파괴해가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 마음속에 담아져 있는 것이리라.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판도라, 환경오염으로 죽어가는 지구에 선 인간들이 꿈꾸는 판도라. 단순한 꿈만이 아닌 자연을 되살리고 자연을 자연답게 만드는 각성과 지혜의 결집! 이것이 감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 메세지는 영화를 넘어 이 책속에 더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듯하다.

 

아이폰이 불러온 IT 혁명, 아바타가 몰고온 영상 혁명을 넘어선 사회적 혁명이 우리 손끝에 닿을만큼의 자극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세계는 어떻게 변화될까? 어떤 천재들의 등장으로 제임스 카메론이 예상하듯 2015년 과학기술이 진보할 것인가? 그렇다면 지구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판도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까? 잠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지구의 미래를 꿈꾸어본다. 영화 아바타 두번째 이야기는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지구인들의 탐욕을 감독은 어떻게 또 채워줄 수 있을지... <아바타> 그 다음이야기를 두근거림으로 기다려본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때 그 설레이는 기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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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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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4 0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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