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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청춘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느낌 그 자체이고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테마는 언제나 인간과 함께 했고, 지금고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누군가 '사랑은 홍역과 같다. 우리 모두가 한번은 겪고 지나가야 한다.' 고도 했고, 또 누군가는 '사랑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 든다. 우리들은 다만 그것이 사라져가는 것을 볼 뿐이다.' 라고도 했다. 수많은 이들이 말하는 사랑, 홍역과도 같고 사라져가는 사랑도 있다. 그중에서 눈물겹고 안타까운 사랑의 이야기들이 쓸쓸하게 우리를 찾아온다. 후지와라 신지가 그려낸 1900년대 중반 일본인들의 사랑이...
'...니가 보는 지금의 나의 모습 그게 전부는 아니야. 멀지않아 열릴거야 나의 전성시대.. 갈 길이 멀기에 서글픈 나는 지금 맨발의 청춘. 나 하지만 여기서 멈추진 않을거야. 간다 와다다다다다다. 그저 넌 내 곁에 머문 채 나를 지켜보면 돼. 나 언젠간 너의 앞에 이 세상을 전부 가져다 줄꺼야...' 신나고 경쾌한 이 노래는 캔이라는 가수가 부른 [맨발의 청춘]이다. 가진것 하나 없지만 미래를 꿈꾸며 한 여인을 위한 자신의 맘을 리듬감있게 표현한 이 노래가 후지와라 신지의 소설 <맨발의 청춘>에서 느껴지는 눈물어린 정서와 대비되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전후 피폐하고 황폐한 1950년대, 일본에서 꽃피는 로맨틱한 사랑, 혹은 운명에 맞겨진 쓰라리고 가슴 아린 여성들의 사랑이 짧은 단편들속에 회색빛 사랑을 띄운다.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이 작품 <맨발의 청춘>의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그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신성일 엄앵란 부부가 연기한 동명의 영화가 1964년 당시 얼마나 커다란 인기를 끌었는지 언론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영화의 원작이 후지와라 신지의 이 작품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다. 만약 이 작품의 원작이 일본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그 당시 사람들이 알았다면 그와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야쿠자 똘마니 지로는 보스인 쓰카다의 지시로 백만엔이란 거금을 들고 물건과 거래를 하러 가는 중이다. 스물두살의 지로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가까스로 중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야쿠자 똘마니 지로, 여자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별볼일없는 남자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지로는 거래를 하러가던 도중 불량배들에게서 하얀색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을 구해주게 된다. 하지만 불량배들의 보스격되는 녀석과 다투다 보스가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형무소에 수감된 지로, 하지만 그때 자신이 구해준 여학생중 한 명, 유럽 외교관의 딸인 마사미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되고 마사미는 지로를 찾아오게 된다.

지로와 마사미, 그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갖게 된다. 자신을 남자로서 바라봐주는 마시미,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해준 지로... 가끔 만나 야구장을 찾기도 하고 짧은 데이트를 하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신분의 차이라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벽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이제 얼마후면 아버지가 있는 외국으로 떠나게 될 마시미, 신분의 벽 때문에 마사미를 잊으려하는 지로. 어느날 마사미는 지로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넘을 수 없는 벽을 간직한 사랑하는 두 남녀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60, 70년대 극장에 걸린 신파 영화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후지와라 신지의 이 단편집은 모두 10편의 작품들을 엄선해 담고있다. 앞서 살펴본 표제작 [맨발의 청춘]을 비롯해서 하야카와 쓰나 라는 여인의 파란만장하고 눈물겨운 인생을 뒤따라가 보는 [엉컹퀴 쓰나가 걸어간 길], 묘하게 뒤틀려만가는 남녀간의 정을 안타깝게 그려낸, 제2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무정한 여자] 등 시대상을 잘 표현하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잘 그려낸 후지와라 신지의 수작들이 담겨져있다.
이 작품집은 그 시대의 시대상을 잘 표현한다. 일본의 여관이라든지, 야쿠자, 극장 등 60, 70년대.. 어쩌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야인시대를 연상시키는 시대적 분위기가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눈물 어린 여성들의 삶이라는 소재도 그 익숙함을 더욱 깊숙히 다가서게 한다. 우리 시대를 살던 여성들의 삶도 '눈물과 한恨'이라는 정서로 표현되듯 일본 여성들의 삶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은듯 싶다. 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우리가 그 시대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성적인 묘사들이 조금은 짙다는 사실이다.
그다지 깊은 눈물을 담아내지는 못했는지도 모르지만 그 시대를 떠올려 본다면 소설적 재미와 함께 여성들의 안타깝고도 파란만장한 삶을 제대로 표현해 낸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작품이다. 순수하고 로맨틱한 사랑이 있는가하면 운명의 장난처럼 짖궂고 에로틱한 사랑도 있다. 후지와라 신지, 그의 작품들을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나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무리가 조금은 아쉬운 작품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도 하기에...) 한 시대를 눈에 보이듯 묘사하고 여성의 심리를 적절히 잘 표현한 이 작품을 통해 지난 시간의 풍경과 마주한다. 그 시대의 불 같았던, 살며시 스며들었다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사랑을 바라본다. 언제까지 계속될 그와 그녀들의 사랑을...